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금 심정은 어떤가.
"훌훌 털어버린 느낌이다. 마음이 가볍고…. 어쨌든 내년에 국민통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그것이 안되고 당선이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었다. 탈당을 선택할 때 (신당이) 꼭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상태에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떨어지면 할 수 없지, 그것을 어떻게 하겠나. 96년에도 그런 동료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러나 이번에는 (96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다가 탈당을 하면서 느낀 소회는.
"한나라당에 몸담은 지 약 6년쯤 된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95년 꼬마민주당 시절부터 97년 통추, 그리고 3김정치에 맞서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정치적인 선택 과정 등을 설명하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두 번 패했다. (97년 한나라당에 들어올) 그 당시 내가 옳았다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대선에서 연달아 두 번 패했다는 것은 (개혁적인) 노선을 한나라당에서 관철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나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개혁 노선을 관철하지 못했던 조건이나, 그것을 관철할 수 없을 정도로 한나라당이 극우·수구였다고 해명을 안하고…. 무조건 내 선택이 잘못됐다고 국민들에게 말하고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
- 한나라당의 한계를 느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면, 탈당 시점이 왜 지금인가.
"(김대중 정권 집권 초기인 98년도 16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이후 국민회의의 '한나라당 의원 빼가기'로 타격을 받았는데) 이후 다시금 한나라당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별안간 자세가 달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머리를 숙이고, 사정 당할까봐 엎드려 있던 민정계가 전면에 나섰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수구 노선으로 전환됐다. 그 노선에 저항하면서 '화해와 전진 포럼'을 만들어서 여당 의원들과 상생 정치를 위한 말 트기를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극우·수구 노선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지난해 초 전당대회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할 수 없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 국가보안법 대체 입법이나 폐지 등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혁적인) 주장을 해나갔다. 그래도 한나라당이 시대 조류에 부응하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려면 내가 주장하는 것에 젊은 대의원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나에게 적의를 표했다. 후보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나는 그때 마음 속으로 절망했다. 그리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나는 어떻게든지 이회창 후보를 노동자·학생·농민들에게 다가가게끔 하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한나라당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우려한 대로, 또 박희태 전 대표가 표현한 대로 한나라당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고, 그래서 대선에서 졌다.
대선에 패배하고 이회창 전 총재가 물러난 뒤에도 '국민속으로' 모임을 만들어 상향식 지도부 선출 방안 등 획기적인 당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를 거부했다. 그 이후 집단지도체제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등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제시한 개혁안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거부했다. 그때 또 다시 마음 속으로 절망했다. '아, 이제 우리의 소임은 다했구나.' 그리고 나서 이번 전당대회는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
- 이 의원이 탈당하게 된 개인적인 고민이나 이유는 무엇인가.
"남들 눈 많이 의식하지 않고 그냥 있으면 내년에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는 상식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들이 하는 일은 정신나간 일이다. 우리 보고 철새라고도 하지만 철새는 차가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우리는 정당도 구성돼 있지 않고, 국회의원 당선도 기약돼 있지 않는, 오히려 죽으러 가는 길이다. 낭떠러지 앞에서 한 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 아래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을 믿는다. 국민들이 '저 사람들을 붙잡아 줘야지'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에 대해 마음 속으로부터 답답한 것이 있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닥쳐온다고 하지 않나. 이 전쟁 위기는 그냥 6·25때의 위기와는 다르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그 파괴력이 얼마나 크겠나. 자칫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극우적인 분들은 '이 전쟁 위기가 고조될수록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다. 손해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통일을 하려면 희생 없이 어떻게 하느냐'고도 말한다. 그 얘기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 북한이 반격을 하면 우리는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라고 통일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소름이 끼친다. '아, 저런 사람이 다수일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정말 같이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쟁이 나게 되면 폭탄은 보수의 머리 위에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 최병렬 대표는 개혁파 의원들이 인정할 만한 당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직후 탈당했다. 다른 후보가 대표가 됐다면 달리 고민할 수도 있었나.
"최병렬 대표가 됐든 누가 대표가 됐든 간에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에 탈당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잔치를 치르고 있는데 흙탕물을 뿌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나라당이 기본 뼈대가 만들어 그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당대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결국 제왕적 대표를 뽑은 것 아니냐.
우리들이 지금까지 개혁안을 내놓을 때마다 '(한나라당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나. 가능하면 우리 생각이 반영되기를 바라는 것인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가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나.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 새 대표를 뽑은 후에 젊은 분들 몇 사람을 앞에 전진 배치한 걸 놓고 개혁을 했다고…. 내년 총선에 만약 한나라당이 상당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16대 총선에서 그랬듯이 또 구세력이 전면 배치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본류, 등뼈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 최 대표는 이번 5명 의원 외에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던데.
"그건 대표로서 당연한 모범답안이다. 신당이 앞으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고 위력있게 출발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한나라당, 민주당 구파들조차 영·호남의 지역구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에서 지역 정당의 폐해나 나라의 위기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정당구조에 대해 신랄하게 알리면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안에 그래도 양심이 있고 개혁적인 의원들은 (그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이)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 오늘(7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의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우리(탈당파 5인)는 같다. 민주당 신당파도 적잖은 의원들이, 천정배 의원 같은 경우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 과정에만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창당 후에도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 창당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힘으로 생긴 당이라고 하면 그 정당은 지속 가능한 정당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자유당, 공화당, 민자당, 신한국당, 민주당 등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동시에 무산되고 없어졌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집권자가 자기의 정치 기반을 위해 만든 정당이 되서는 안된다.
자립 능력이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 의한 정당이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지지 기반이 모여서 만들어진 정당이어야 자립할 수 있다. 그 이후 원한다면 대통령도 한 명의 당원으로 참여할 수는 있다. 신당이 독자적으로 자립한 이후 대통령이 참여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구파나 신파와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 할 얘기가 있다면 선거 끝나고 했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병렬 대표가 내년 총선 때 이회창 전 총재를 '삼고초려'해서라도 데려오겠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이 언론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회창 전 후보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몹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두 번 대선에서 패배하고 은퇴한 분이다. 그 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대표로 뽑힌 분이 이미 대선 패배하고 은퇴한 분을 불러내겠다는 것은, 정치를 앞으로 가게 하지 않고,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물러나기 직전인 김종필 총재가 또 나서서 지역주의를 외치고 다닌들. 이회창 전 총재를 불러들인다면 그 분들이 그렇게 하도록 면허장을 주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에 식상해 하는 국민들에게 더 실망을 줄 것이다. 최 대표가 직접 하면 되지, 왜 이회창 전 총재를 불러들이나.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퇴행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한나라당 개혁의 가벼움이다. 그 가벼움에 놀랄 따름이다."
- 이번 개혁파 의원 5명의 탈당을 두고 진보와 보수 등 이분법으로 폄훼하는 것을 경계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확실한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정책정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도 지역주의가 극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도 자기가 지역주의에 얹혀야 당선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하자는데 보수·진보를 따질 필요가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 특히 한나라당·민주당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얘기를 제대로 할 수 있나? 못하지 않나. 더 놀라운 것은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정치권이 나서서 그것을 막아야 할 것 아니냐. 그 피해가 우리한테 오는데. 여야 정치권이 어떻게 했나? 안 나서지 않았나. 이래가지고 무슨 나라를 구한다고 할 수 있나. 평화운동 하는데 보수·진보가 어디 따로 있나.
우리와 같이 논의하게 될 '산업화 시대의 양심적인 주역'들은 열린 보수주의자들일 것이다. 열린 보수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도 대체입법하자고 한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하는 것은, 보수주의자들이라고 해도 꽉 막힌 사람들이다. 한반도에서, 남한 정치 지형에서 최대의 진보가 무엇인가. 지역주의 부수는 것이다. 그것이 부서지고 나면 상당히 많은 부분의 터부가 깨질 것이다."
- 내각제와 관련해 지역주의를 고리로 자기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세력들은 배척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고위 당직자가 내각제 얘기를 했다. 그리고 민주당 동교동 구파가 내각제를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자민련이 그렇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이 세 세력은 지역주의 집단이다. 이들은 내각제를 통해 지역주의를 더 영구화시키려는 데 속셈이 있기 때문에 그 내각제 논의는 불순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 내각제를 이용해서 현역 대통령을 흔들어서 헌정 중단을 시키고, 끌어내리겠다는 표현을 다르게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각제든 무엇이든, 헌정을 중단시키면서까지 그런 짓을 저지르려는 발상은 단호하게 저지해야 한다. 지금 헌정 중단은 우리나라 운명과 직결된다. 그 혼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나. 대통령이 있는데도 이렇게 야당이 흔들어대는데…. 이제 국민의 힘으로, 합법적으로 뽑힌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것은 우리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 지도자를 지지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 지역구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그들 가운데에는 이부영이란 정치인에 대한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있을 텐데.

오마이뉴스 남소연
"(탈당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지난 며칠 사이에 내가 방송·신문·인터넷 등을 통해 말하는 것을 보고 이해하는 분들도 많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좋은 자리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저 사람들이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왜 정치를 편하게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들이 가는 길을 '옳지 못하다'고는 하지 못한다.
(반대하는 분들께는 이렇게 설득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런 상황을 상상해 봐라.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통합정당이 영·호남에서 동시에 다소의 의석이라도 확보한다면…. 영·호남 사람들이 만나서 식사한다고 화해가 되나? 그건 아니다. 영·호남 사람들이 공동의 정치 목표를 향해 함께 뛰고 당선자를 낸다는 사실이 바로 영·호남의 화합이다. 영남과 호남이 싸우면 중재도 하고, 어느 쪽이 옳으면 그 쪽 편도 들어주고,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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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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