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07.09 17:06수정 2003.07.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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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이 살아 생전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의 2배, 나폴레옹의 7배, 그리고 로마제국 영토의 4배에 해당하는 넓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징기스칸의 위대한 정복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물론 몽고인 특유의 기마부대가 큰 몫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넓은 초원을 전광석화처럼, 언제 어디에서 달려올 지 모르는 당시 기마부대의 속도전은 가히 현대의 전자전에 비견할 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속도전의 명인이라 하더라도 치중대, 즉 원활한 물품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으로 운반 및 조리하기 쉽고 높은 에너지를 가지며, 짧은 식사시간이 소요되는 음식이라면 속도전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할 수 있다.
넓은 몽고의 초원에서는 말, 양 등이 방목된다. 유목민인 몽고인의 주식은 이들 가축이다. 몽고인은 잡은 고기를 말리고, 미숫가루처럼 가루로 만들어서 자루에 담아 말안장에 매달고 전쟁터로 치닫는다. 달리는 와중에서도 물만 타면 훌륭한 식량이 될 수 있다. 치중대가 따로 없어도 훌륭히 속도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콥의 '빵의 과학'에 보면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병사들의 위장이라고, 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나폴레옹은 빵을 실은 마차들이 미처 기병대를 따라오지 못해 빵 앞에서 패배하였다고 한다.
또한 로마는 당시 보존식량으로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군대나 오랫동안 항해를 하는 해군에서는 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빵으로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타 식품에 비하여 운반, 휴대가 간편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생활 변화 등으로 쌀의 소비량이 계속 낮아지고 연이은 풍년으로 쌀이 많이 남아돈다고 한다. 이제 WTO 협상에 대비하여 쌀 산업정책의 전면개혁이 필요함에 추곡수매 감축이 불가피 하다고 하며 이에 따라 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남아도는 쌀이 문제다. 이에 반하여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시피 하는 밀은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주요식품 생산출하금액으로 보면 점유율 1위는 과자류, 4위는 면류로 밀가루가 주원료인 식품이다. 과자류 중에서는 스낵, 비스켓, 빵의 순이고, 면류 중에는 단연 라면이 1위이다. 이들 제조식품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연령층을 망라하여 구입하기 쉽고, 먹기 간편한 점이다.
쌀은 조미의 필요성이 거의 없이 밥짓기만 하면 되고, 모든 요리와 어울리며 쌀밥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다. 반면에 밀은 가루로 이용하며 조미가 필요하고 반죽하여 빵이나 면 등으로 이용한다. 쌀과 밀의 주요 최종 조리적 이용형태인 쌀밥 과 라면 또는 빵을 비교하여 보면, 라면 과 빵은 구입, 휴대 및 먹기가 간편하고 식사시간이 짧을 수 있다. 즉 라면 및 빵에 비하여 쌀밥은 부식이 필요하며, 휴대, 저장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물론 쌀밥은 벼를 도정하는 간단한 과정만을 거처 조리할 수 있지만 밀은 제분, 반죽 등 많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정에서 조리하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밀의 이와같은 과정은 일관화 작업이 개발되어 가공산업이 발달하고 최종 제품은 상품으로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최종단계만을 생각할 때 젊은 세대들은 간편한 라면, 빵을 선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뒷받침하는 식품선호도 조사결과를 보면 한식보다 양식을 선호하는 비율이 13∼18세는 45,3%, 19∼29세는 22,9%로 젊은 세대일수록 한식을 멀리하며, 특히 13∼18세는 김치를 선호하는 비율이 47.2%에 그쳤다고 한다.
이같은 경향은 식생활의 변화 등에 의한 것이겠지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한국식 '빨리 빨리'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사실상 대량생산과 운반, 가공과정이 일관화 되어 있는 패스트푸드 등 밀 식품은 건강상 이유 등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편리함, 합리주의로 누구나 즐겨 먹는다. 물론 쌀에도 휴대가 간편한 김밥, 떡 등 식품이 있으나 보관 등 불리한 점이 없지 않다.
금년 봄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수도권 주민의 쌀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침식사로 쌀밥을 먹지 않는다는 가정이 21.4%이였다. 또한 쌀을 구입할 때 일반가정에서는 53.4%, 식당에서는 74.5%가 맛을 중요시 하다고 하였으나 정작 일반가정에서는 58.1%, 식당에서는 29.5%만이 고품질 쌀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하여 쌀밥 외식문화의 이중적 시각을 나타냈다.
따라서 지금처럼 쌀 소비를 늘리자 라는 간헐적 외침보다는 누구나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쌀 식품을 개발, 보급한다면, 그래서 쌀 식품문화에도 '빨리 빨리' 가 접목될 수 있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도 3천년 이상 내려온 쌀 문화를 지속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느린 것 보다 빠른 것이 좋다' 라고 하는 첨단 정보기술의 무한 경쟁시대에서도 우리 쌀, 식생활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경쟁력이 갖춰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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