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신 가오리' 멸종 위기 봉착

기독교 창신학원, 100년 역사 창신중학교 폐교 신청

등록 2003.07.11 10:33수정 2003.07.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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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중학교 동문회가 재단측의 폐교 결정 방침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 우리신문

"창신 가오리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는데 무슨 말입니까"

지난달 10일 기독교 창신학교 법인이 창신중학교의 폐교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이 시중에 나도는 이 같은 말이 무슨 뜻이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창신 가오리'란 말은 창신중학교가 회원동에 있을 당시부터 타 학교 학생들에 의해 애칭으로 불려왔다.

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40대 중반 연령층에게는 '창신 가오리'와 함께 중앙중학교를 '중앙 몽돌이', 마산동중학교를 '똥바람'으로 부르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창신중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이 학교의 폐교 소식을 접하고 내뱉은 말이 "가오리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래를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창신 가오리는 무엇이며 멸종위기는 또 무엇인가"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역민의 기억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창신중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동문회 및 학부모를 비롯해 시민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재단측이 교사, 동문회, 학부모 등 이해 관계인 들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조작해 허위로 발표하는 등 비도덕적인 행태마저 보여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논리 입각 중학교 폐지

기독교 창신학교는 폐교 이유를 ▲2004년부터 중학교 의무 교육 시행으로 사학 의미 상실 ▲학생수 감소로 공립학교 유치 충분 ▲여고 신설용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경제 논리에 입각한 결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재단측이 폐교를 결정하면서 이해관계인 동문회, 학부모, 인근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아 이들의 강력한 반발과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재단측은 지난달 30일 사보이 호텔에서 강병도 이사장과 동문회 간부와의 면담에서 창신중학교를 여고로 승격 개편하는 계획을 설명하면서 ▲학생수 감소로 잉여 교실 충분 ▲여고 신설 사회적 요청 등 6가지 취지를 발표했다.

재단측은 2004학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현재 1·2학년이 졸업하는 2006년 2월28일 폐교한다고 밝히고, 창신 여고는 내년 3월 1일 개교하게 되며 교사는 창신대학 본관 시설을 임시 교사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사들 학교 폐지 반대자 1명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날 재단측이 밝힌 학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현황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교육자로서 비도덕적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재단측은 '폐교 계획 문건'에서 "창신중학교 교사 24명 전원이 폐교에 찬성하고 있으며, 학부형 중 3학년 학부형은 별 문제가 없고, 1·2학년 학부형 중 일부만이 반대하고 있으며 이마저 내아들 졸업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적시했던 것.

재단측은 동문회의 동향에 대해서도 "창신중학교 만의 독립된 동문회는 없이 고등학교 동문 위주로 운영함으로 협조와 이해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측, 이해관계인 의견 '조작·허위 발표'

그러나 재단측의 이 같은 주장은 거의 대부분 조작이거나 허위로 밝혀졌다. 창신중학교 일부 교사들에 따르면 "재단측이 밝힌 '교사전체가 폐교에 찬성한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중학교가 폐지된 후의 거취"를 묻는 것이었다는 것. 즉, "중학교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공립중학교 지원 18명', '신설 여고 전출 희망 3명'으로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단측은 교사들이 '중학교 폐지를 찬성한다'고 왜곡해 학부모와 동문회로부터 원성의 대상자로 전락되었다며 입을 삐죽이고 있다.

교사들의 입장이 왜곡됐다는 원성이 빗발치자, 학교측은 지난 8일 오후 12시 30분 24명 교사들을 상대로 "창신중학교 폐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의견을 물은 결과, 21명이 "폐교에 반대한다"는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들도 "어떤 경로를 통해 학부모들의 입장을 수렴했는지 밝히라"며 표동종 교육감과 강병도 이사장을 잇달아 방문해 강력 항의했다. 창신 중·고등학교 동문회(회장 정덕영)측도 지난 1일 가진 창신 중·고등학교 총동문회 임시총회에서 "95년의 역사를 가진 창신중학교 폐교를 결사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해 교육청과 학교측에 제출했다.

재단측 주먹구구식 설득, 동문 학부모 '아연'

동문회와 학부모측은 재단측의 원칙없는 설득에 분노와 함께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측에 따르면 "7일 창신중학교 교장이 '이사장님이 플랭카드를 철거하면 폐교 하지 않을 것이고, 존치하면 폐교할 것'이라고 하니 협조해 달라고 해서 철거했으나, 8일 강병도 이사장과의 면담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폐교를 철회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자가 학부모를 기만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교장은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동문회 한 관계자도 8일 오후 강 이사장과의 면담 도중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우리가 이해해 달라는 강의 들으러 왔느냐"며 얼굴을 붉혔다.

교육청, 이해관계인 의견 무시 못해

한편, 폐교 신청서를 접수한 마산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측에 10일까지 동문회, 봉덕초등학교 및 창신중학교 학부모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서를 보완해 제출 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최종 결정권자인 도교육청도 폐교에 대한 각계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학교 존폐 결정은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최우선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운영자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하는 등 다각적인 여론수렴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한 동안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시중에 "국적은 변해도 출신학교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출신 학교에 대해 각별한 사랑과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의 존폐 여부가 재단측의 경제 논리에 좌우되어선 안될 것이란 게 대다수 시민들의 의견이다. "뿌리를 자르고 살아 남을 거목이 있겠느냐"는 동문들의 원성을 재단측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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