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빵' 모르는 어른들을 위해

아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 의미가 무엇일까요

등록 2003.07.14 10:21수정 2003.07.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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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잡지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기독교 신자 교사들이 자신들의 사재를 털어서 만드는 교육 잡지인데 내용이 참 좋더군요. 그리고 원고료도 정기 구독권으로 대체하면 안되겠냐고 요청해왔는데 자신을 국보라고 지칭하며 항상 원고를 현금과 맞바꿨던 양주동 선생이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손을 내저었겠지만 저야 감지덕지 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 잡지를 매달 보고 있는데 아주 참신한 기사가 무척 많았습니다.

개 중에 '아이들 문화 따라잡기'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아이들의 문화를 얼마나 알고 있나를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흔히 요즘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것은 그들은 '어른들과 다르다' 는 것 이외에는 거의 없는 어른들이 많지요.

우선 다음 문제들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1. 다음 중 먹을 수 없는 빵을 모두 고르시오.
① 칼빵 ②담배빵 ③만빵 ④죽빵 ⑤국화빵

2. 다음 중 고3 수험생과 관련된 기념일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①11월6일 ②투투 ③100일 ④49제


3. 친한 친구 사이인 거북이와 보아와 자두는 서로 다른 핸드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모두 10대들을 위해 문자서비스를 강화시킨 요금제이다. 거북이는 S사의 ting 요금을(기본요금 1만5000원), 보아는 K사의 Bigi 요금을(기본요금 1만6000원), 자두는 L사의 카이홀맨요금을(기본요금 1만4500원) 이용하고 있다. 이 세 학생이 한 달에 보낼 수 있는 문자 메세지의 총 개수는 몇 개일까?

4. 다음은 인터넷에서 쓰이는 온라인 용어이다. 이 중에서 긍정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를 구분하시오.
① 즐 ②즐겜 ③즐팅 ④즐렉사


긍정적인 뜻인 것 :
부정적인 뜻인 것 :


정답을 말씀 드리면 1번 문제의 정답은 ⑤번을 제외한 ①②③④입니다. 참고로 '칼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성친구나 연예인의 이름 등을 칼로 자기 팔에 새기는 것이랍니다. 사실 저희 학교의 학생 중에도 칼빵을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2번 문제 참 쉽다고 생각하신 분 많으실 겁니다. 혹시 ④번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신 것 아니신지요?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답은 ②번입니다. 49제라고 해서 수능 49일전에 술자리를 마련하는 놈들이 있다고 하네요.

3번 문제의 정답은 1700개입니다.

4번 문제의 정답은 ②, ③은 긍정적인 뜻이고 ①, ④는 부정적인 뜻입니다.

모두들 몇 점이나 얻으셨는지요? 점수가 신통찮았다면 혹시 자녀들과 대화가 충분치 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즐렉사' 와 '만빵'이 무슨 의미인지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제가 아는 몇 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며 최신가요 테이프를 즐겨 사고 노래방에서 최신가요을 즐겨 부르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TV에서 인기가요 프로그램을 만나면 전광석화 같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실의 컴퓨터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즐겨 찾는 웹사이트의 아이콘을 왜 그렇게 반사적으로 삭제했는지 조금 후회가 되네요.
그들을 꾸짖기 전에 그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 이윤기님은 '젊은 피는 본질적으로 늙은 망령을 따르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인가니(인간이), 조아(좋아) 등의 아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PC통신 언어는 타수를 줄이는 경제성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이런 것에 대한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자녀가 사용하는 말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려는 노력을 한번쯤은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어차피 그 아이들이 이런 은어를 사용하는 것도 다 한 때 뿐이겠지만 말입니다.

a 우리반 아이들 입니다.

우리반 아이들 입니다. ⓒ 박균호

아이들의 통신용어를 개탄하는 어른들 중에는 1970년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장발을 고집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는 분도 간혹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다만 요즘의 청소년들의 문화 중에서 고쳐야 하고 없어져야 하는 것들도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혹시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 대해 알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우리들의 잣대와 가치관을 너무 가혹하게 휘두르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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