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건축 인·허가권은 신문사 간부에게 있다(?)

모 신문사 간부, 전자 유통 건물 준공 검사 개입 논란

등록 2003.07.16 17:17수정 2003.07.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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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간부 공무원, "청탁 전화 받았다" 시인
신문사 간부, "일면식도 없는 데 전화했겠는 가" 부인


"마산시 건축인·허가권이 지역 모 일간 신문사 간부에게 있다니 통탄할 따름이다"

지난 11일경 점심시간. 마산 시청 근처 모 식당에서 공무원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신문사 간부가 건축허가권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시청 내에서 벌어진 것일까. 지난달 말부터 시내 유통가 주변에서 발원해 중앙동 시청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신문사 간부의 건축 인·허가 개입설의 전말을 파헤쳤다.

지난달 말, 지역 일간신문에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고, 어찌보면 대단히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기사가 게재됐다.

한 유통업체가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건물에서 번 듯이 영업을 개시해 시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등의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유통업체의 불법 영업을 고발하는 제보는 이 신문 외에도 각 신문사와 방송국을 물론이고 시청 인허가 관련 부서에까지 하루종일 쇄도했다.

이 신문사는 다음날에도 "이 유통업체가 저녁 늦도록 오픈 행사를 하며 음악을 크게 틀어 인근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요지의 기사를 사회면에 보도했다.

이처럼 두 차례에 걸쳐 보도되자, 해당 유통업체에는 "점방 문 닫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등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아야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언론의 힘이 이렇게 막강한 줄 몰랐다. 도움은 안될지언정 방해하는 데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타 업체는 우리보다 더 늦게 영업을 하고 스피커도 출력이 수 Kw높은 것을 사용했는 데, 우리만 도마 위에 올렸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건축주도 자신들이 아닌 대한통운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업체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시청 관계자와 주위의 지적이다. 시가 준공검사를 해주지 않은 것은 신축건물 바로 옆에 있던 창고 건물을 철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우리 신문사엔 광고 안 줬나"

자신들에 대한 비난 기사가 연재될 조짐을 눈치챈 업체 간부는 바로 그날 해당 신문사를 찾았다.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의 그들에게 신문사 간부는 대뜸 "다른 신문사는 광고를 주고 우리는 왜 배제했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랬구나" 아직 40을 넘기지 못한 그는 그 순간 속으로 중차대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 막급했다고 한다. 오픈일 전부터 이 신문사 광고국 직원이 수 차례 사업본부를 찾아와 광고 게재를 부탁했으나, 거절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업체는 '불법 영업과 요란한 오픈식을 한' 파렴치한 업체라는 욕은 욕대로 실컷 먹고, 부산사업본부에 추가 광고 예산을 기안해 이 신문사에도 조만간 광고를 게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알아서 기었으면 수월했을 것을....", "그럴 줄 알았다. 개혁을 표방한 신문사가...."라며 이 업체에 대한 동정과 함께 신문사에 대한 빈축도 보내고 있다.

"준공검사 빨리 내줘라" 개입 진위

이 업체 관계자는 신문사 달래기와 동시에 건물의 신속한 준공검사를 위해 시청 관계 담당 공무원에게 새벽부터 밤늦도록 귀찮을 정도의 정성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시 관계자는 "신문사 간부로부터 3번씩이나 전화가 왔다"며 곤혹스러움을 표시하며 조기 준공검사 요청에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것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신문사의 영향력 때문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결국 준공검사는 오픈 예정일인 27일을 16일이나 넘긴 지난 11일 받을 수 있었다. 이 업체는 "보도 여파로 인해 약 5억원 가량 매출 손실을 입었다"며 자신들의 잘못 없이 순전히 건축주의 과실로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영업을 하기 위해 치룬 신고식치고는 길이 기억에 남을 만한 것으로 치부했다.

신문사 간부, 시청에 전화했나(?)

그런데 의아한 것은 공무원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 해당 신문사 간부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할 수 있겠느냐"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이 업체 관계자에게 "신문사 간부로부터 3차례나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인허가 관련 간부 공무원은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문사 간부로부터 2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하고, "알려진 것과 달리 준공검사를 빨리 내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확인해줬다.

그는 "이 사실이 보도되면 자신의 처지가 힘들게 되니 부탁한다"며 유통업체 관계자가 느꼈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언론사 간부가 행정에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언론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큰 현 시점에서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 자명해져 자신은 물론 소속 신문사가 도덕 윤리적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언론계 종사자들은 "신문사 간부가 나서서 준공검사에 개입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이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면 막강한 언론의 힘을 이용한 압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꼬집었다.

흔히들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 칭한다. 그렇기에 언론은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사회 악(惡)이 될 수 있고 공기(公器)가 될 수 있다.

언론사 간부라는 사람이 행정에 간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그 진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준 업체와 공무원에게 티끌만큼의 보복행위는 더 더욱 있어서는 안될 것이란 게 시민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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