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
'386참모 음모론'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청와대가 이번엔 한 참모의 '향응접대'로 곤혹스럽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이러다 식물청와대가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보좌진들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러는 경험미숙으로 인한 것이지만 또 더러는 자질문제와 관련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사안에 대해 냉정한 조치보다는 오히려 '제식구 봐주기'에 나선 나머지 결과적으로 청와대 내의 기강해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른바 '양길승 향응파문'을 본격 쟁점화시킨 <한국일보>는 지난 4월10일자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노무현 참모 40명 중 한사람으로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소개하면서 양 실장이 "6개월∼1년간은 (청와대)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양 실장은 채 넉달도 안돼 청와대 '담장'을 넘어가 '사고'를 친 셈이다.
'양길승 파문'은 YS 정권시절 부속실장이 재직중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선고까지 받았던 '장학로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뒷말을 낳고 있다.
| | | "황당... 제2음모론 조짐 근거없다" | | | 청와대 대변인 <문화>보도 반박 | | | | 청와대 기자실은 7월31일 정오를 전후해 한차례 술렁거렸다. 석간 문화일보가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청와대내 주요보직 다툼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이어 청와대내 세력갈등에서 양실장 파문이 불거져 나왔다는 <문화> 보도는 '제2음모론'으로 발전됐다. 기자들이 이에 대해 사실여부를 계속 문의하자 윤태영 대변인은 "실체도 없고 근거도 불분명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기자실에 요청했다.
이날 오후 발행된 <청와대브리핑>은 "문화일보 보도가 내세운 청와대 내부갈등설의 근거는 익명의 한 핵심관계자가 유일하다"며 음모론의 진원지만 있고, 정황증거가 없는 보도내용을 꼬집었다.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사심을 갖고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청와대 내부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특정인사를 겨냥한 사례는 전혀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 손병관 기자 | | | | |
<문화일보>는 7월31일자에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가 "지난달 오마이뉴스('오마이충북'의 오기임)에 보도되었던 사건이 한달만에 불거진 것을 보면 민정수석실과 부속실장을 밀어내기 위한 의도적 흘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정대학 인맥의 음모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제2음모론'에 대해 "이것 자체가 음모"라며 "청와대 정무라인이 제대로 못 움직이고 있다. 정무라인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실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 후반기에 기강해이 사례들이 표출했지만,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집권 초부터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권과 긴장관계에 들어선 언론들이 정권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청와대 스스로 패착을 자초한 사례들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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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방미중인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상황을 알아보러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을 때, 당직을 서던 행정관 2명이 졸다가 전화를 받지 못한 일은 이제 구문(舊聞)이 됐다. 청와대는 당사자들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해이한 기강을 바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6월에는 오마이뉴스가 국정원 보안업무 관리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청와대 전속사진사로부터 국정원 간부들의 사진을 받아 공개한 것이 물의를 일으켰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새만금사업 현장을 소방헬기를 타고 '가족동반' 시찰한 것이 물의를 일으켜 관련자 3명이 모두 옷을 벗은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노 대통령은 7월2일 직원조례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지방순시 때 해양경찰청 헬기 사용을 거절했었다"고 개강해이를 개탄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굿모닝시티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오보 파문'도 취재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연루됐다는 측면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
보도 전날 취중에 <동아> 기자의 전화를 받은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비리의혹자 2∼3명의 이름을 '찌라시'(시중 정보지)에서 본 것 같다"고 언급했고, <동아>는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정권 출범후 줄곧 청와대에 대해 비난일변도의 기사를 써온 <동아>에 화살이 쏟아졌지만, '찌라시'에 취합된 정보를 출입기자에게 확인해준 박 비서관에게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박 비서관은 전화를 받을 당시 술에 약간 취한 상태였다고.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 사례들이 불거져 나와 연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되자 청와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태.
청와대의 한 직원은 "(양길승 파문이)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도덕성, 청렴성에 타격을 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이런 일이 자꾸 터지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만 의존하는 대통령이 고립되어 있다. 작은 사안이 크게 부각되면 청와대는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고,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식물청와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은 "실제 위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위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언론이 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국민이 위기라고 생각하면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은 그것을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지킬 수 없는 룰(청와대 윤리강령)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부패방지위원회가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그런 규정을 만드는 바람에 우리도 만들게 됐지만, 노 대통령도 그것이 현실적이냐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국정운영시스템에 대해서는 "경험이 짧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유경험자 위주로 짜면 발생가능한 에러를 줄일 수 있지만 창발적으로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학과)는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로 인해 청와대 기강해이 사례가 부각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청와대 스스로가 '꺼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사건은 선거법을 지키는 문제와 같다. 관행 때문에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도 과거에 비해 공직자 윤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원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새만금 헬기순찰'건에 대해 처음에는 '주의'라는 경징계를 내렸다가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당사자들을 모두 경질하는 강경수로 돌아선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이미 민정수석실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양 실장에게 '읍참마속'의 칼을 뽑아들지는 의문이다.
거듭되는 악재 속에 '내부기강 단속'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넘겨받은 노 대통령은 7월초 직원조례때 자신이 했던 발언("청와대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을 다시금 곱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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