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08.01 06:23수정 2003.08.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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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얼마전부터 얼굴에 여드름인지 땀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빨긋빨긋하게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이마 전체로 번지는 것이었다. 날씨가 더워지니 그 모양이 더 심해져 벼르다 난생 처음 피부과에 가게 되었다.
자라면서 피부에 별 문제가 없어 피부과에 갈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저 다른 병원처럼 진찰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환자들이 꽤 심각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번 치료하는데 10만 원이구요 .전체를 하시면 100만 원에 아주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들어보니 얼굴에 박피를 하는 해초맛사지를 받으면 비용이 그렇게 든다는 이야기였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이야기이겠거니 하며 기다리다가 아이의 순서가 되어 들어갔다.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담당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건 지금 어떻게 할 수도 없겠는데요. 그렇다고 아직 어린데 독한 약을 쓸 수도 없고 그냥 놔두면 점점 심해져서 뿌리가 머릿속까지 차 오르면 안되겠고 할 수 없이 우선 관리 몇 번 받으셔야겠네요. 그러면서 차츰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지요" 하며 썩 신통한 처방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선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것이니 의사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는 터이고 보니 그렇게 수긍하고 하라는대로 할 수밖에….
진료실을 나와 담당 간호원이 들어 오라는 데로 들어가보니 아이를 침대 위에 눕게 하더니 얼굴에 무슨 맛사지할 때 하듯이 누워서 그야말로 피부관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결혼식을 앞둔 신부가 맛사지 받으러 와서 누워 있는 것 같아 딸아이와 나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간호원은 "우선 올라와 있는 것을 손을 짜면 상처가 생기니 이렇게 치료를 하는 것"이라며 몇 개의 여드름을 꾹꾹 누르더니만 소독을 한 뒤 무슨 팩같은 것을 한번 해주었다. 그리고 몇 개의 작은 병들을 가르키며 "이건 오일이구요, 이건 스킨타입이구요" 하더니 "이걸 구입하셔서 집에 가서도 발라주면 더이상 오르지 않는다"며 구입할 것을 권했다.
나는 "그건 얼만데요? "하며 물으면서도 내심 한병에 기껏해야 1만 원정도 하겠지 하고 있는데 "네, 하나에 7만 원씩에요" 하면서 이것쯤은 당연히 구입해서 발라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물으니 7만 원이요 하고 역시 별일이 아니라는듯이 말한다.
아니 얼굴에 여드름 몇 개 나서 그것도 어른 같으면 비누 하나 사서 잘 씻고 그저 연고나 바를 정도인데 그래도 아직 어린 딸아이다 보니 혹 단순 여드름이 아니면 어떻게 하나 하며 찾은 피부과였다.
그런데 얼굴 한 번 관리(?)해주고 3만 원, 비누 한 개에 1만 원, 여드름 가라 앉으라고 발라주는 오일 하나에 7만 원씩이라니…. 한 가지만 선택해서 구입해도 그 자리에서 11만 원이 든다는 이야기였다. 돈도 돈이지만 그것쯤은 당연히 관리해주는 비용이 아니겠나는 듯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간호원의 태도가 더 놀라웠다.
나는 생각 없이 오늘은 상담하러 온 것이라 돈을 많이 가져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대신하며 관리비(?) 3만 원과 비누 구입비 1만 원을 합해 4만 원을 지불하고 서둘러 그 병원을 나왔다.
나오면서도 영 개운하지 않은 기분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피부과에는 당연히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르며 다니는 병원인가?
아이 얼굴 여드름 몇 개에 11만 원을 고스란히 내야 다닐 수 있는 병원이라면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다는을 무색하게 할만큼 그곳에선 몇 십만 원은 보통이고 조금 신경쓰는 치료를 받게 되면 1백만 원은 족히 든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서민들이 쉽게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병원은 아니지 싶었다.
아무리 의사들의 투자비용(?)이 많아 그 치료의 대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얼굴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세태가 만들어낸 합작품인가? 하여튼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되지 않는 셈을 풀어낼 재간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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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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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