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독립기업으로 가야
최태원 복귀, 기업이 판단할 일"

[인터뷰]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록 2003.08.01 07:25수정 2003.08.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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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정리 : 정운현 김종철 기자
사진/동영상 : 권우성 기자, 김용남 PD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벌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벌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제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가 진화돼야 한다"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그룹에서 분리해) 독립기업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지난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재벌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지주회사 등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6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 등을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이 특정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면서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를 독립기업으로 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다른 지주회사회사로 묶는 형태로 개편하든지, 아니면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느슨한 형태의 지배구조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지배구조를) 발전해보자"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월부터 2달동안 진행됐던 6대 재벌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와 관련해 "작년 4분기때 이들 대기업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이 상당수 나타났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확인된 경우가 있고 새롭게 나온 것도 있으며 오는 9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강 위원장은 전했다.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증권 집단소송법안에 대해서도 그는 "당초 정부안에는 '50인 이상 주주'만 있으면 됐는데, 법사위에서 오히려 내용이 강화됐다"면서 "애초 정부가 내놓은 안이 좋았다"며, 재계의 법안 보완요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지난 6월부터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6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는 나왔는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내일까지 조사를 진행한다. 종합적인 결과는 아직 보고 받지 않았다."


- 그렇다면 조사결과는 언제쯤 나오는가.
"일단 내일까지 조사가 끝나면, 조사 내용을 분석하고, 위반내용을 검토하고 위원회에 상정을 해야한다. 상임, 비상임위원 9분이 공개 심판을 하고 합의를 해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아마 9월까지는 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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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의혹 상당수 발견"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 위원장께선 이번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해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상당한 혐의를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했다고 하셨는데.
"작년 하반기에 공시이행 실태 점검이란 것을 했다. 기업들이 대규모의 내부거래를 할 경우에는 공시를 해야하는데, 공시가 잘 되는지를 조사했었다. 그때 보니까 미공시 사례들도 있고, 부당내부거래 의혹도 상당수가 발견됐다.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어떤 경우는 신고가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종합해서 의혹이 있는 많은 기업들을 선정했다. (조사기간) 동안 확인을 했는데, 일부 확인된 경우가 있고, 새롭게 나온 것도 있다.”

- 일부에서는 이번 부당내부거래 규모가 과거보다 크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데.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웃음) 저도 솔직히 잘 알고 싶다. 아직은 확정하긴 이른 것 같다."

-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조사에 대해서 재계가 강하게 반발했었는데.
"재계에서는 자꾸 경제가 어려운데, 왜 하느냐하는 것인데, 시장개혁이라는 것은 경기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해야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건, 어려울 때건, (부당내부거래)혐의가 있으면, 조사를 해야되는 것이고, 시장개혁 조치가 필요하면 해야된다고 본다. 왜냐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야만 우리의 한정적 자원이 생산적으로, 합리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당내부거래는 이같은 합리적 배분을 어렵게 한다. 그룹내 망해야할 기업을 계열사들이 부당하게 지원하면서 살리는데, 이 때문에 경쟁사나 잠재적 경쟁사들이 오히려 망하게 된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우리가 작년에 (그룹의 부당내부거래)문제가 있다고 상당히 드러났는데, 이것을 자꾸 경제가 어렵다고 미룬다면, 개혁이 되지 않아 나빠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경기)회복기에 하게되면, '모처럼 경기회복되는데 왜 하느냐'고 할 것 아닌가."

-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개혁도 아니지 않은가. 일상적인 업무 아닌가.
"사실은 그런 셈이다."

- 위원장께선 ‘1세대 재벌개혁론자’로 꼽히는데, 국민의 정부이후 현재까지 국내 재벌은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주도의 개발시대에 성장의 주역으로 재벌은 분명히 공(功)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자꾸 누적이 되면서 IMF때 터졌다. 이후 재벌이 많이 변했다. 재무구조도 좋아졌고, 주주를 중시하는 마인드도 생겼고, 사외이사제 도입 등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총수가 있는 11개 재벌의 경우 여전히 소유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총수중심의 의사결정구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후진적인 지배구조다. 지배구조를 고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기업 안팎으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되는데, 아직은 미흡하다."

- 현재 재벌의 대안으로 위원장께선 ‘지주회사’를 말씀하셨는데.
"지주회사가 유일한 대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투명성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재벌보다는 진화된 체제라고 본다. 지주회사 밑에 수직적으로 자회사들이 연결되면서 기업 구조가 단선, 투명해진다. 또 자회사들끼리 상호 출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유구조가 투명해지니까 진일보하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진입, 퇴출이 쉬우니까 그룹의 동반 부실을 막을수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은 새로운 지배형태로 가야"

- 삼성에서는 지주회사를 절대 못한다고 하는데.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말로는 현재 지주회사의 법대로 하면 전자만 해도 15조원의 거액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느냐라고 한다. 물론 의무적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권장할 뿐이다. 지주회사 말고, 현재 보다는 새로운 지배형태로 가야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기업은 독립기업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지주회사로 묶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아니면 브랜드나 이미지 만을 공유하면서 각 기업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느슨하게 갈 수도 있지 않은가 싶다. 앞으로 좀 발전을 해보자는 것이다."

- SK가 느슨한 형태의 그룹으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그렇다. SK는 구조본도 해체하고, 브랜드와 이미지만을 공유하는 기업으로 간다고 했다. 기업의 독립성이 높아지면 무분별한 상호 순환출자도 이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갈수 있으면 가는 것이고….

최근에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을 전해들었는데, '한국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는데, 그런 기업들은 독립기업화 하는 것이 좋다'라고 하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런 기업들은 오히려 그룹에 묶여 있으면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많다. 이익 남은 것을 부실한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줄수도 있고, 다른 기업과 얽혀서 부실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차라리 독립기업으로 남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재계도 최종적으로 독립기업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 독립기업으로 가야한다고 하면, 현재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인가.
"해체라는 말은 좀 과장된 이야기다. 해체가 아니라 (기업이) 진화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주회사로 가더라도 문제는 있다. 오너가 지주회사를 가지고 있는 한 경제력 집중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진화된 형태로 보고 있다.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기업의 진입, 퇴출이 용이하면서 동반부실을 막고, 국민 경제에 큰 위험을 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체로 보기보다는 진화라고 봐야 한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일부 기업들에선 현행 지주회사법을 완화해달라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지주회사의 주요한 골격인 지주회사의 30% 지분 보유, 부채비율 100% 등은 그대로 가고, 유예기간 1년에서 2년으로 을 연장시킨다거나 하는 등이 검토되고 있다."

- 최근 SK 사태와 관련해, 지난 4월 위원장께선 'SK사건은 검찰이 나서기 전에 공정위가 처리했어야 했다'라는 말을 했는데.
"SK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작년에 4분기 미공시 등을 인지하고 있었고, 신고도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 와중에 시민단체에 제보를 했고, 곧바로 검찰의 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검찰에서 다시 공정위로 부당내부거래 내용이 넘어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거꾸로 된 것이다. 공정위 차원에서 기업의 부당한 거래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이른바 경제적 판단을 한 다음에 형사처벌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과징금 부과, 시정조치 명령 등으로 가야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것이 생략되고 곧바로 검찰로 가니까, 경제에 충격이 컸다."

"사과정서 편법증여 의혹 나오면 관계당국에 통보"

- 재벌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초부터 2, 3세들의 편법적인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특히 이들 재벌 오너일가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 등의 발행과정을 통해 기업 지배권을 높이는 도구로 쓰기도 했는데.
"재벌의 편법 상속 부분은 일단 세정당국에서 다룰 사안인데…. 다만 부당내부거래조사 과정에서 총수나 친인척 등이 특수 관계인에 부당지원하는 행위도 있다. 오너가 비상장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각하거나, 후순위사채를 싸게 사들이거나 등이다. 조사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편법 상속 의혹이 발견되면, 관계 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 사정기관에 고소, 고발 등도 갈 수있나.
"물론 사안에 따라 가능하다. 내용이 나온다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고발도 할 수 있다. 대신 편법 상속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해야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관계당국에 알릴 수는 있을 것이다.”

- 일부에선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경우 BW 발행 등 편법증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혹시 과거든, 현재든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는 나온 것이 없나.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공정위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 최근 SK, LG 등 대기업에서는 구조조정본부를 잇달아 폐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만이 구조본을 유지하고 있는데, 위원장께선 과거에 구조본 폐지를 주장하셨는데.
"구조본의 경우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구조본의 역할이 있긴하다. 하지만 구조조정 업무보다는 인사개입이나, 부당내부거래 등을 통한 총수중심의 경영을 수행하는 역기능도 있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 기본적인 생각은 구조조정 업무가 끝났으면 자연스럽게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한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채권단을 비롯해 그룹에서는 최근 최태원 회장의 보석을 요청하면서, 경영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선 반대하고 있는데, 위원장의 생각은.
"일단 보석은 법원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이고, 기업에서는 복귀를 희망한다고 하는데 내가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순수하게 윤리적으로 따지면 반대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런데 SK의 경우 현재 구조조정 단계에 있고,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는 사람이 나와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기업에서 판단할 일이 아닌가 싶다.”

-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신문고시' 정착 등을 위한 보완책은 없나.
"우리는 신문판매고시라고 하는데, 무가지, 경품 등 신문판매시장에 대한 불공정부분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신문협회에 위탁을 했지만 잘 안됐는데, 현재 불공정성 부분에 대해 용역을 맡겨놓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중인데 8월중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를 가지고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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