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현PD의 상하이 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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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3.08.01 07:30수정 2003.08.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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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맑음

상하이 생활에서 최대복병은 더위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더울 줄은 몰랐다. 아침에 해가 뜬 시간(상해의 일출은 5시 30분 경이다)부터 푹푹 찌기 시작하는데 밤이 되어도 도무지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에어컨을 켜놓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 새벽에는 에어컨이 멈춰버려 잠이 깼는데 온도계를 확인해보니 실내 온도가 32도였다. 그저께 우리가 도착한 날은 수은주가 39.8도까지 올라 60년만에 최고의 더위였다고 한다.

중국의 여름기온은 좀처럼 4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40도가 넘으면 모든 공식업무가 중단되고 휴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조건이 이런데 어떻게 세계의 경제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다.

문제는 냉장고다. 시원한 물 한잔 마시면 잠시나마 더위를 쫓을 수 있으련만 냉장고가 온장고 수준이다. 음식 넣어두기가 겁난다고 아내는 불평이다.

거실에 비치된 정수기에 아예 냉수 나오는 구멍은 없다. 그래서 할인매장에 가서 정수기부터 새로 하나 샀다. 그런데 이것도 아침 첫 잔만 시원할 뿐 그 이후는 효과가 없다. 수돗물마저 미지근해서 세탁 후 옷가지들을 만져보면 삶은 빨래한 것처럼 뜨뜻하다. 중국의 백색가전제품 품질이 한국을 추월한다고 누가 얘기했나?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벌써 놀이터에 나가서 논다. 현지 아이들하고 본격적으로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노는데 지장은 없는 모양이다.
"아빠, 어떤 형아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그냥 응응하고 말했어"
아이들이 적응은 빠르다. 편견이 없기 때문일거다.


오늘은 샤워만 네 번했다. 남자들이 위통 벗고 길거리 활보하는 심경을 이해할 만하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도 뜨거운 차를 마신다. 뜨거운 것을 마시고 나면 땀이 나서 오히려 시원하다고 한다. 택시를 잡으려고 뛰었더니 택시기사가 손사래를 친다. 더우니까 천천히 오라는 것이다.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나?

중국에서는 중국사람들처럼 살자. 오후부터는 집안에서 위통을 아예 벗고 지냈다. 편하긴 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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