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민나 집시데스 98

모래 열풍 속의 차도르의 여신 (4)

등록 2003.08.05 03:34수정 2003.08.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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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를 찾아간 코레오는 비참한 기분으로 그와 마주앉아 있었다.

리베라의 본심이 확인된 이상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고 떠나야 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무스타파! 작별의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떠나다니? 어떻게 된 거야? 코레오, 일껏 자네를 도우려고 했는데. 까삐딴 그 녀석을 치려고 부하들을 다 준비시켜 놓았는데 자네가 사라지고 없어서 애들에게 어디를 갔는지 시내를 샅샅이 찾아보라고 일러놓고는 자네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떠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무스타파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스타파,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내 세력권 안에 들어와 못된 짓을 하려는 집시들을 쫓는 것은 물론 나의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깟 놈들 내버려둬도 되는데 일부러 나선 것은 자네를 돕기 위해서였는데 말이야!"


"무스타파! 빨리 찾아와서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음이 너무나 괴로워서 호텔에서 뛰쳐나갔었습니다. 이제 까삐딴을 찾아가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그럼. 리베라를 만나니 녀석의 말대로?"


"그렇습니다. 제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무스타파."

"아, 이를 어쩐단 말인가! 자네 그럼."

무스타파는 어이없고 안됐다는 듯이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지금 떠나려고 작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혹시 뭐 이상한 점은 없던가? 그녀가 까삐딴의 위협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것 말이네. 왜 자네가 그녀의 구출해 달라는 편지까지 받았다고 안 했었나? 그리고 그녀가 자네의 아이까지 낳았다면서."

"전들 바보가 아닌 이상 왜 그 점을 생각해보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정황으로 보았을 때 그녀의 말은 까삐딴의 위협 때문이 아니고, 지난날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진실이 틀림없었습니다. 저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탈출하자는 제의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순간적 거짓이었고, 그녀는 지금이야 말로 뱃속에 까삐딴의 아이를 갖고 있어서 그를 떠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저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까삐딴이라고 말하더군요."

"끙! 그랬었구먼. 자네만 불쌍한 사람이 되었네 그려. 그런데 지난번에 나를 찾으러 헤매고 다닐 때의 그 주소를 아직도 가지고 있나?"

"네?"

"아니, 내말은 왈이 준 그 주소가 그리스어였다기에 이상해서 말이지."

무스타파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예. 그 종이를 호텔의 영감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여기에서는 그런 주소가 없을 거라고 하면서요."

"아, 그랬다고 했지. 그래 그 호텔 영감이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낙담했었다고 말했었지."

"어쨌거나 무스타파 당신이 직접 찾아와 주어서 이렇게 만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요. 그런데 무스타파 그 종이에 왜 새삼스럽게 관심을 가지시나요?"

코레오는 갑자기 마음속에 종이를 버리라던 왈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허허 글쎄? 음, 그게 말이지."

무스타파는 망설이듯이 말했다.

"그게 어쩌면 집시의 황금이 숨겨져 있는 곳을 가리키는 비밀의 열쇠인지도 모르네."

"예? 집시의 황금이라니요?"

"많은 집시들이 찾아 헤매던 전설속의 노바라의 황금이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양의 황금이 어딘가에 묻혀 있다는. 자네가 여기 오고 나서 로마에서 집시의 황금에 대한 소문이 따라왔지. 부하 녀석들이 집시한테 들었다면서 자네가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은 리베라를 회유하여 함께 노바라의 황금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네."

"아니, 영감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코레오는 어이없고 화가 난 표정으로 무스타파를 쳐다보았다.

"아니네. 내가 그런 말을 믿었다면 자네에게 이런 말을 꺼낼 리가 없지 않겠나. 나는 그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어리석은 늙은이가 아니니까 말일세. 사실은 까삐딴이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은 내가 아니었네. 자네한테 장담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찾으려니 이 넓은 사막 어디에서 쥐새끼 같이 숨어 있는 까삐딴 놈을 찾아낼까 막막해 하고 있을 때, 내가 자네 앞에 나타났던 것처럼 까삐딴 녀석 역시도 그 노바라의 황금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제 발로 다가왔네. 이제서야 말이지만 까삐딴의 졸개들이 얼마 전에 자네가 묵고 있는 호텔 앞을 기웃거리다가 우리 애들의 눈에 뜨였는데 그 뒤를 밟고서야 까삐딴이 있는 곳을 알아내게 되었던 것일세. 까삐딴이 노리던 것이 자네의 목숨이었는지 아니면 그 주소가 적힌 종이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일세. 아니 어쩌면 그 둘 다였겠지. 하하하."

"무스타파?"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다 리베라가 있는 곳을 찾기 위한 왈의 계교였던 것 같네. 쥐새끼처럼 숨은 까삐딴을 이 넓은 모로코에서 찾아내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노바라의 황금에 대한 소문을 내어서 집시들의 귀에 들어가게 한 것이 틀림없네. 나를 찾아서 까삐딴을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자네에게 일러서 보냈다지만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자네를 보호시키려고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내가 까삐딴을 찾기 힘들 것을 미리 짐작하고, 그런 거짓 소문을 로마에 흘려서 여기가지 오게 한 것일세. 말하자면 왈은 헝가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네를 위하여 모든 일을 한 셈이지. 하하하.

아마 다른 곳에서 그 소문을 들었다면 나도 감쪽같이 그 소문을 믿었을 것일세. 그러나 그 소문이 다름 아닌 까삐딴의 부하들이 있는 로마로부터 날라 온 것이었다는 진상을 밝혀내고서야 나도 그 소문이 왈의 계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그렇다면 무스타파 당신도."

"하하하. 미안하네. 나중에 황금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서도 관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소문이 있기 전부터도 자네를 돕기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말게. 왈의 부탁으로 봐서도 당연히 자네를 도와주어야 했겠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나는 자네를 순수하고 좋은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렇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무조건 자네를 도우려고 하지는 않았을 런지도 모르네. 까삐딴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은 우리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인데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나."

"정말 감사합니다. 무스타파."

"허허 집시들의 잔꾀란, 막대한 양의 노바라의 황금이라! 역시 늙은 여우의 머리에서 나오는 계교답구먼 하하하"

무스타파의 말에 코레오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세상에 누가 진짜로 집시의 숨겨 논 황금얘기를 믿겠나. 옛날부터 세상에는 집시들이 숨겨 논 황금에 대한 무수한 얘기들이 있었어. 지난 수백 년 간 그런 얘기들이 전해져 내려왔지만, 이제는 아무도 더 이상 믿으려 하지 않는 전설이 되어버렸지. 약아빠진 집시들이 세상 사람들을 속여서 후려내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이제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지.

실제로 그런 집시들의 잔꾀에 빠져 시간과 재산을 탕진한 멍청한 갓죠들도 있었던 모양이야. 이봐! 코레오. 어쨌거나 여기를 떠나기 전까지는 혹시 아직도 그 종이를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면 조심하도록 하게나. 까삐딴 녀석은 아직도 그 종이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중에 혹시 또 아나? 시간도 많고 할일이 없어질 때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집시의 황금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하하하."

"무스타파! 저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집시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으니 곧 로마를 떠날 작정입니다. 혹시 그 종이가 필요하시다면 드리지요."

"아닐세, 아니야. 나는 이제 집시의 황금을 찾아 헤매고 다니기에는 너무 늙어 버렸네. 혹시라도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집시의 황금을 찾거든 이 무스타파를 잊지나 말게. 하하하. 그럼 잘 가게."

여전히 농담을 하면서도 무스타파는 안타까운 얼굴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듯한 따뜻한 작별의 인사말을 건넸다.

멀리서부터 리베라를 찾아왔다가 쓸쓸히 떠나야 하는 자신을 그가 마음속으로부터 동정하며 위로해주려 한다는 것을 느끼자 코레오는 더욱더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스타파의 집을 나오면서 코레오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리베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단지 로마에서 모로코로 와서 의상만 달라진 것이 아니고 그 두꺼운 차도르로 그녀의 모든 과거를 가려 버렸다. 아마 그 차도르 안에 그녀의 변해버린 마음까지도 숨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여자가 아닌 까삐딴의 아이를 가진 완전한 그의 아내가 돼버린 것이다. 지난날 내 앞에서 했던 것처럼 까삐딴과 라니마 앞에서 나와의 서약을 버리고 새로운 서약이라도 했을까?

리베라의 배신에 절망감과 분노를 느꼈던 것도 한 순간,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을 이젠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코레오는 둑 터진 강물처럼 넘쳐나는 슬픔에 가슴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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