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보다 겨우 2% 위대한 인간의 '오만'

다시 가고싶지 않은 일본 동물원 '카도리 도미니온'

등록 2003.08.29 15:46수정 2003.08.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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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수족관엔 늘 사람이 넘치고 멀리서 새를 관찰하는 조류관찰여행도 인기를 끈다. 살아움직이는 관광자원인 동물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20일 보고 온 곰목장은 그 즐거움을 뒤집어 보게 했다. 동물을 가둬놓고 길들일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 것일까?

유럽의 귀족들이 오락과 권의의 상징으로 동물을 수집하고 사육하던 것에서 동물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제 살던 환경을 떠나 좁은 공간에서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온갖 모양을 하는 동물들은 '학대' 당하는 것일 수 있다.

이번에 보게 된 곰목장은 일본 쿠마모토현에 있는 '카도리 도미니온'이라는 곳이다. 한글 안내장에 따르면 300마리의 곰을 포함하여 전세계 95종 1100마리의 동물이 모여 있는 동물원이다. 일본식 정원, 바이킹 등 놀이시설과 승마장, 헬리콥터 탑승장까지 갖춘 제법 큰 규모의 놀이시설이다.

이 동물원의 특징은 동물을 직접 만지거나 데리고 놀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원의 대표격인 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진한 곰의 배설물 냄새로 숨쉬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곰우리 앞에서 곰에게 줄 빵을 팔고 있었는데 구수한 빵냄새가 숨쉴 만한 틈을 주었다.

빵을 달라고 손짓하는 곰들이 콘크리트 언덕 위에 모여 있다.
▲빵을 달라고 손짓하는 곰들이 콘크리트 언덕 위에 모여 있다. 송옥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언덕 위에서 곰 십여마리가 앉거나 서서 빵을 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고소한 빵덩이를 위해 손짓하는 곰의 모습에서 숲의 왕으로서의 의젓함은 없었다.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터라 그 환경이 곰의 건강과 생활에 적당한 환경인지,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가 있는 것이 밀도상 적당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오후에 쉬러 간다고 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서 계속 빵을 먹어대는 곰의 모습은 '노예'와 다름없었다.

먹을 것으로 유혹된 사진모델 아기곰이 무릎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한다.
▲먹을 것으로 유혹된 사진모델 아기곰이 무릎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한다. 송옥진
두 번째 만난 곰은 사진모델이었다. 몸집은 어른만하지만 생김새나 눈빛이 덩치만 큰 아이같은 아기곰들이다. 서너마리가 교대로 사람들 옆에서 사진모델이 되어 주고 있었다. 좀 더 작은 아기곰과 멋진 꽃그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액자, 티셔츠 등으로 주문제작할 수 있었다. 사람 무릎에 올라 앉거나 옆에 앉아 사진모델이 되는 아기곰들은 끊임없이 먹을 것으로 유혹당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만난 동물은 크고 작은 종의 '개'였다. 울타리 안에 풀어놓은 길들여진 강아지들이 사람을 쫓아 쫄랑거리며 따라다니고 안겨온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작은 종과 큰 종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장료를 좀더 내면 마음에 드는 개를 골라 줄을 묶어 주변으로 산책을 나갈 수도 있다. 그곳에서 본 강아지 한 마리는 축 늘어져 큰 대 자로 뻗어 있었고 한 녀석은 눈가가 짓물러 있었다. 아픈 녀석을 안고 들어가는 관리인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작은 강아지들의 모습이 귀여움을 넘어 안쓰럽게 느껴졌다.

크고 작은 개들을 만지고 놀 수 있는 곳이다.
▲크고 작은 개들을 만지고 놀 수 있는 곳이다. 송옥진
강아지 한마리가 지친 듯 널브러져 있다.
▲강아지 한마리가 지친 듯 널브러져 있다. 송옥진
입장료를 더 내고 줄을 묶어 개를 산책시킬 수 있다.
▲입장료를 더 내고 줄을 묶어 개를 산책시킬 수 있다. 송옥진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곳이 또 있었다. 토끼처럼 품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동물들을 늘어놓고 아이들이 안고 쓰다듬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아이들이 작은 동물을 안고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하루에도 수십명의 손길이 지나갈 때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동물들을 안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작은 동물들을 안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송옥진
가판대 같은 곳에서 맘에 드는 동물들을 고를 수 있다.
▲가판대 같은 곳에서 맘에 드는 동물들을 고를 수 있다. 송옥진
두 종의 동물은 경주를 하고 있었다. 하얀 오리들이 목에 색띠를 두르고 '오리경주'를 하고 있었고 리본을 단 돼지도 경주를 하고 있었다. 오리들은 트랙을 한바퀴 돌아 나무상자 안에 들어 있다가 나무상자를 '탕'치는 주인의 막대기 소리에 우르르 몰려 나와 먹을 것을 향해 달려간다. 그 뒤뚱거리는 모습이 우습기도 해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내 내 귀에도 거슬리는 탕탕거리는 막대기 소리를 상자 안에서 진동으로 느낄 오리는 어떨까 싶어 웃음이 사라졌다. 선택한 오리가 이기면 과자같은 경품을 타가게 되어 있었다. 경주에 참가하지 않는 오리들은 시멘트 우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 오리들에게도 역시 바로 옆에서 탕탕거리는 막대기 소리는 쉴새없이 들렸을 것이다.

나무상자에서 달리기 위해 출발하는 오리들
▲나무상자에서 달리기 위해 출발하는 오리들 송옥진
동물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 동물원의 1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생태적인 동물원'을 만들려는 노력들도 있다고 한다. 살던 곳만큼 편치는 않겠지만 동물원들이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편안한 곳이었으면 한다.

내가 찾아간 동물원이 그 지역에서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곳이지만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동물원이라면 두 번 찾아오는 여행자는 없을 것이다. 여행자들이 찾아가지 않음으로써 그곳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동물사랑의 한 방법일 수도 있다.

장대걷기를 하는 세 살배기 원숭이
▲장대걷기를 하는 세 살배기 원숭이 송옥진
이 동물원 외에 유명한 원숭이극장도 보았다. 세 살, 여섯 살의 어린 원숭이들이 장애물 넘기, 장대타기, 공굴리기 같은 묘기를 선보였고 넙죽 엎드려 절까지 했다. 한국에서 찾아온 어린 꼬마손님들은 즐거워 어쩔 줄 몰라했고 원숭이 손이라도 잡고 싶어 관리자에게 혼나가면서도 무대로 손을 뻗었다. 전세계로 공연을 다닌다는 그 쇼를 나 역시 웃으며 보았다.

그러나 같이 보던 일행의 한마디가 가슴을 친다.


"저렇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 원숭이에게도 당근과 채찍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제 키보다 높은 4단높이뛰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세 살배기 원숭이의 장대걷기는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인 것이다.


언젠가 제인구달이라는 침팬치 연구자의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늦게 얻은 말썽꾸러기 새끼는 어미가 죽자 슬피 울다 며칠 뒤 굶어 죽은 채 발견되었다. 원숭이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생명'인 것이다.

사람과 아프리카 원숭이는 DNA가 98% 일치한다고 한다. 2%의 차이는 세퍼드와 다른 개의 종간 차이보다 작다. 그 차이로 인간은 말을 하고 문명을 발달시킨 위대한 종이다. 그러나 그 위대한 2%의 차이를 다른 종, 다른 생명체를 배려하는데도 활용할 때 진정 위대한 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며 제부도로 가는 뱃길에서 만난 새우깡 먹는 갈매기가 떠오른다. 우리는 자연의 모습을 잃은 갈매기를 비웃곤 하지만 그에게서 야생을 빼앗은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 2% 위대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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