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조기 유학의 일면 들여보기

등록 2003.08.29 16:11수정 2003.08.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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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엔 시골에서 도시로 공부하러 나가는 것도 유학이라고 했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유학과 시골에서 도시로 나가는 유학은 한자로는 다른가 본데 한글로는 같다. 지금은 외국유학이 오래 전 시골 아이들이 도시로 나가 공부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 되었다.

아니 지금의 해외 유학생이 옛날의 도시 유학생보다 더 흔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엔 시골에 학교(주로 고등학교 이상)가 없어서 도시로 나갔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조기유학으로 물 밖으로 나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법대로 따진다면 외국유학은 불법이지만 자식 잘 키우겠다고 온갖 정성을 쏟아붇는 부모들을 법의 잣대로 따질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기러기 아빠란 말이 있다. 조기 유학으로 아이들만 외국에 내보내 놓으니 부모의 걱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그들이 초·중등학생이라면 걱정은 태산처럼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엔 어머니를 보호자로 딸려 같이 내보낸다. 이렇게 하여 식구들이 흩어져 살게 되니 거기서 생기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아내와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한국에 남은 아버지는 외로움 속에서 속을 끓인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거르기가 일쑤고 반겨줄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집이라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술집을 배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떤 여인과 눈이 맞아 따로 살림을 차리기도 해서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겠지만.

학교는 죽었느니, 부서졌느니 말들이 많지만 이쯤 되면 학교가 문제가 아니다. 보금자리여야 할 가정까지 허물어지고 말았으니 행복이 깃들일 틈새조차 없어지고 만 셈이다.

조기 유학으로 얻어오는 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주는 피해는 그대로 보고 넘길 만큼 한가한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아이의 생각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외국으로 내모는 것은 국가로나 가정으로나 유학 당사자 개인으로나 모두 불행한 일임이 틀림없다.

부산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41살의 J씨. 그는 어릴 적 운동을 아주 좋아했다.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다. 그는 못다 이룬 꿈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이루고자 한다. 사업에 성공해서 돈도 제법 모은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선수에게 아낌없이 지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아들 둘을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독일로 유학을 보내기로 했다. 비록 축구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찍 외국 유학을 하고 돌아오면 한국에서 직장 얻기도 수월하고 따라서 살기가 좋을 것이란 기대로 두 아들을 유학 보내고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아버지 밑에 두었다.

이 소식을 들은 어떤 교사는 "아들은 축구 만들고 딸은 바보 만드는 구나"라고 탄식하였다. 그렇다. 독일에 아들을 유학 보낸 지 4년이 지난 지금 아들이 축구 선수가 아닌 축구(경상도 사투리로 바보란 뜻)를 만들고 국내에 남겨둔 어린 딸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부모들은 무척 불안하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전적으로 운동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고작 일주일에 두 세시간 클럽활동으로 공을 차고 개인지도도 받게 해 보지만 그것으로 독일까지 유학을 보낸 보람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 더구나 거기에 드는 돈도 보통수준이 아니다. 학비로 학교에 내는 돈은 없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통역을 대는 데 드는 돈, 집세에다 물가가 비싸 한 달에 400만원은 거뜬히 든다.

돈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는 아이들이 독일학교에서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공부가 문제가 아니었다. 인성, 학습태도를 학업성적보다 더욱 중시한다. 공을 들고 길을 가다가 떨어뜨리면 혼이 난다. 왜 비닐봉지나 그물에 넣어서 안전하게 가지고 다니지 않고 떨어뜨려 길가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가 따지고 든다. 길 가다가 잘못하여 부딪치기라도 하면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한눈을 팔거나 장난을 치는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J군은 개구쟁이라 장난이 심했다. 이상한 말로 아이들을 웃겨서 교사에게 가야할 시선을 제 쪽으로 옮겨 놓는다. 그러면 교사는 사정없이 점수를 깎았다. J군이 수업시간 5분을 남겨 놓고 화장실에 가려고 하였다. 교사는 5분이 지나면 수업이 끝나니 그때까지 참을 수 없느냐고 설득하는데 J군은 꼭 화장실로 가겠다고 한다. 교사는 알았다고 한 뒤에 어김없이 감점을 하였다. 그밖에도 감점될 일은 아주 많다. 교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정없이 점수를 깎아 내리는 것같다. 이렇게 해서 학업 성적은 늘 꼴지를 맴돌게 된다.

여기서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심심(?)하면 독일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호출한다. J군의 어머니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학교로 호출 당했다. 한국에서야 비록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학부모를 호출해서 학부모까지 기를 죽이고 성가시게 하지는 않는데 독일은 영 딴판이었다. 한국에서 교육이 문제가 많다지만 그것은 어쩜 한국의 교사들이 너무 좋아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J군의 어머니는 방학을 앞두고 귀국하기 전만 해도 학교로 호출을 당해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단단히 창피를 당했다. 교장, 부교장, 담임이 있는 자리에서 어머니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 J군의 어머니는 할말이 없었다. 다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교장은 단호했다. 당신 아들 하나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였다. 독일에서는 장애아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다. 그래서 J군의 어머니는 차라리 장애아로 취급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문제아이를 심리검사 들을 통해서 가려낸다. 교사와 학생이 1대 1로 1시간 가량 대화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교사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동을 관찰하고 심리검사를 하는 것이다. 또 1주일에 한 시간 이상씩 심리 치료도 받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J군은 정상이란 판정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은 앞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시청에 서류를 넣어 퇴학시키겠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교육청이 따로 없고 시청에서 학생 업무도 같이 보는 것 같다. J군의 어머니는 이젠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것처럼 절망감에 빠져 있다. 푸른 꿈을 안고 아이들을 독일로 유학간지 4년이 넘었건만 축구선수는커녕 학교 생활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다시 한국의 학교로 돌아오는 것은 너무도 싫은 것이다.

독일에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도 여간 문제가 아니다. 독일에서는 일하지 않고 살 수가 없다. 관광비자가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콧구멍만한 가게라도 내어서 장사라도 해야 할 처지로 몰려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걱정부터 앞선다. J군의 어머니는 독일에서 살아갈 자신을 잃고 있다.

독일에서는 8시에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3시 40분에 수업을 끝낸다. 하루 9시간 수업을 하는 셈이다. 금요일은 1시 20분까지 수업을 하며 토요일은 수업이 없다.

독일은 반별로 공부하는 것이 다 다르다. 담임이 무엇을 전공했는가에 따라서 배우는 내용이 다르다. 학생은 담임의 전공을 따라서 공부하는 것이다. 음악, 미술, 체육 들과 같은 교과는 전공교사가 따로 있어서 수업을 하지만 그 밖의 교과는 담임이 전공한 것만 가르치니 결국 반별로 배우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교사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판검사나 변호사 의사 같은 직업은 독일에서는 아주 인기가 없다. 독일의 교사는 제왕과 같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독일교사들은 모두가 자기 위주다.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결근이다. 담임교사가 결근을 하게 되면 오전은 다른 반 교사들이 보결 수업을 하지만 오후는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낸다. 가르칠 교사가 없으니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방학 때 한국에 나왔다가 방학을 마치면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J군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독일로 유학 보낸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 아이들도 독일로 가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독일 유학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한국 아이들도 개학을 하고 있다. 독일서도 이제 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이 시작된다. 독일로 가는 발걸음이 올해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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