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막는 기술, 외면하는 정부, 피해는 소비자
EPR 품목 추가 등 정부 제도 마련 급선무
학생 P씨는 컬러프린터 잉크를 교체하기 위해 프린터 대리점에 갔으나 그 가격에 입이 떡 벌어졌다. 흑색과 칼라잉크 가격의 합이 1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품가격의 1/3수준이 리필잉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구입했으나 인쇄불량으로 A/S를 받으려 했지만 프린터제조업체와 리필잉크사 모두 거부해 결국 새로운 프린터를 다시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1가정 1PC 보급과 함께 주변기기인 프린터의 보급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PC구입시 덤으로 얹어주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이같은 사례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프린터 소모품인 재생카트리지 시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하여 제기되고 있다.
쓰레기도 자원화한다는 재활용시대에 재생카트리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접근 방법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현재 국내 프린터 소모품의 시장규모는 레이저토너의 경우 한해 약 4900억원, 잉크젯은 약 3000억원에 이르며 그 폐기물도 18톤 트럭 4천대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생카트리지의 시장규모는 28.7%에 달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재생품 시장의 덩치가 조금씩 커나가자 정품 수입업체 및 제조사들은 이러한 추세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정품 시장의 축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품 제조·수입업체는 재생품 사용으로 인한 고장은 서비스해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자사 프린터가 인식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부품호환이 불가능하도록 카트리지에 스마트칩을 장착했다.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협회 이종철 사무국장은 “정품업체들이 재생카트리지를 사용하면 프린터 고장의 원인이 된다며 재생카트리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대기업들이 5000억이라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흑색선전을 벌인 셈. 이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프린터 소모품 시장에 대한 시장조사를 벌였다.
유럽의회는 재생카트리지 논란에 이미 종지부를 찍었다. 작년 12월 타제품과 호환이 안 되거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의 생산을 2006년부터 전면 금지키로 한 것이다.
최근 재생업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다. 재생카트리지 제조회사들이 소비자의 집까지 찾아와 수리해 주거나 1:1교환, 리콜 등을 실시하여 가격·품질·서비스 3박자를 고루 갖추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잉크카트리지의 경우 전국 체인망을 통해 완벽하게 충전된 정품수준의 리필잉크를 내놓고 있으며 가격경쟁력도 정품의 1/3 수준으로 우수하다. 품질면에서도 2001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3%라는 높은 불량률을 기록했으나 현재 5%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카트리지 재활용에서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 팀장은 “시장안정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며 “프린터를 EPR에 포함시키되 현재의 EPR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원재생공사는 2006년 이후부터 프린터 복사기 등을 EPR 품목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달 연구용역 사업자를 선정, 검토에 들어갔다.
EPR품목 추가에 대해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윤대광 과장은 “90%이상의 프린터 및 소모품 수입업체들이 무임승차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폐카트리지의 회수·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재생업체들이 자체 유통조직망을 이용해 회수하고는 있지만 물량이 턱없이 모자라 폐카트리지를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수거된 폐카트리지를 단순 소각·매립하고 있어 토양·수질 등 환경오염도 우려된다.
외국의 경우 정품 박스 겉면에 사업장 폐기물이라고 명시하고 동봉된 봉투에 넣어 수신자부담으로 우체국에 보내면 제조업체로 수거된다. HP의 경우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수거함도 비치하여 환경적인 폐기처리 및 재생카트리지를 생산하고 있다.
한편 재생카트리지 업체가 정부 지원이나 세제혜택 등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재활용 활성화를 막는 일이다. 엄격한 의미의 ‘재활용’이 아닌 부품재사용이기 때문에 재활용사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자원재활용기술개발센터 이용우 연구관은 “재생카트리지는 기어, 드럼 등의 부품을 육안으로 식별하여 재사용하기 때문에 원료로 재활용되는 폐기물과 달리 객관적인 기술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장의 모순이나 지적사항에 대해 환경부 재활용과 김대만 사무관은 공공기관에서도 다들 재생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카트리지 재활용 실적은 아주 좋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몇 %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폐카트리지의 환경오염우려에 대해 “폐카트리지에 대한 처리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폐기물이 어디있느냐”며 반문했다.
결국 제조업체들은 자사의 시장확보와 이익을 위해서, 재활용을 활성화해야 할 환경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동시에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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