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08.30 00:24수정 2003.09.01 02:0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가 모델이 돼 찍은 사진으로 만든 앨범이다. 앨범 왼쪽 페이지 위 사진(가로)은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촬영한 것이다. 윤태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앨범을 들춰보십니까? 학창시절 졸업앨범부터 시작해 남자인 경우 군대사진이 담겨 있는 앨범, 신혼여행 가서 찍은 행복의 나날이 잠자고 있는 신혼여행 앨범 등등.
혹시 수북한 먼지 속에 묻힌 채로 수년 동안 방치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상태’로 있을 줄 압니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란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군요.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앨범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고 이 글을 계기로 “한번 꺼내봐야지”하며 추억을 더듬으려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필자는 “한번 꺼내 보십시오”라고 독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라지만 앨범 한번 들춰보는데 많은 시간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추억을 워낙 소중히 여기는 탓에 사진이 아주 많습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 없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늘 머릿속에 달고 다니지요.
최근에는 25년 전 빛 바랜 가족 사진을 고해상도로 스캔 받아 사진관에서 뽑은 후 액자에 넣어 보았습니다. 우리 6남매에게 하나씩 돌려주고 시골집에 놓아두었습니다.
몇몇 형제들은 “와, 그 사진이 여기 있었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해졌냐?”라고 물었습니다. 결국 ‘그 사진’을 10여년 전에 언뜻 보고 그 후로 한번도 안 봤다는 얘깁니다. 또 어떤 형제들은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사진에 전혀 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 빛 바랜 사진을 깔끔하게 액자 속에 넣는데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치 용돈 몇 만 원을 다 쏟아 붓고도 몇 천 원은 외상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아내는 속이 타 들어갑니다.
“자기 바보니?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왜 혼자서만 난리야? 액자는 한 개만 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듣는 바가지 긁는 소리이지만 나는 그 일이 즐겁습니다. 설령 과도한 사진비용으로 점심을 굶을지언정 늘어가는 앨범과 사진액자들을 보면 오히려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방 한구석에 꽂아둔 앨범들이다. 작은 것까지 포함해 열 다섯개쯤 돼 보인다. 윤태

▲아직도 정리 못한 사진이 많다. 대략 500장 정도이다. 윤태
그러나 나의 즐거움이 되는 앨범이나 액자가 쌓여가기까지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나야 좋아하는 일이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게 작업을 하지만 사진(앨범)속의 모델이 되는 아내는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앨범 속의 사진들은 아름다운(?) 모델과 멋진 자연배경으로 꾸며져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아내는 모기가 득실대는 풀밭에서, 가시 돋힌 장미 밭에서 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추운 겨울날에도 나는 아내를 끌고(?) 하루종일 배경을 찾아다니며 불평하는 그녀에게 훗날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니 참아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즐거운 고통’이라고 표현을 하며 아내에게 모델을 해 줄 것을 종용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촬영이 있는 날은 아내와 저 모두 파김치가 돼야 했습니다.

▲재산목록 1호인 수동카메라. 윤태
지금은 생활에 치이다 보니 예전처럼(연애시절) 왕성한 사진활동을 못하지만 우리 부부는 자주 앨범을 들춰보며 지난날을 생각하곤 합니다. 연애시절 추억과 함께 촬영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한편의 추억거리가 돼 안방의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빛바랜 앨범을 꺼낼 마음이 생겼나요?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우선 앨범에 쌓인 먼지부터 닦아내고 천천히 펼쳐보도록 합시다. 행여나 수 년, 수십 년 동안 펼쳐보지 않아 사진이 비닐에 눌어 붙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조심조심 꺼내어 새 앨범에 옮겨 보십시오. 요즘 앨범은 좋아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잘 눌어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사진 중에서 아주 어렸을 때의 가족사진이 있다면 사진관으로 들고 가십시오. 빛 바래고 또 많이 구겨져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너무 걱정 마세요. 사진관에 맡겨 놓으시면 깨끗하고 큼직한 사진으로 다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액자로 만들어 형제자매들에게 하나씩 돌려주십시오. 당신 덕분에 옛 추억을 찾았다며 아주 기뻐할 것입니다. 액자를 돌리고 나서 여유가 있으면 따로 한 장 뽑아 코팅해서 당신의 승용차 안에도 하나 걸어두고요.
그리고는 생각하십시오. 사는 일에 치여 짜증나고 속상하고 화날 때 옛 사진을 보며 “내가 30년 전엔 이렇게 순수한 모습이었지”라고 말이지요. 마음이 순화될 것입니다. 쳇바퀴 돌 듯 부질없이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보자고 여러분께 “앨범을 들춰보자”고 한 것입니다.

▲액자가 가득 놓인 안방 모습. 오디오 위(오른쪽)에 놓인 사진은 25년 전 것으로 6남매에게 각각 한개씩 나눠줬다.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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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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