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유억불정책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가람

논산 쌍계사

등록 2003.08.30 13:58수정 2003.08.30 18:36
0
원고료로 응원
충남논산에는 국내 최대의 석조미륵보살(일명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뒤 건립한 사찰인 개태사와 함께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쌍계사가 있다.

‘쌍계사’하면 흔히 지리산에 있는 가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는 지리산의 유명세가 한 몫 하여 경남 하동의 지리산을 찾았던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까닭인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깨뜨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논산시 양촌면 중산리에 있는 쌍계사를 찾아 본 사람이라면 ‘쌍계사’하면 논산시에 있는 쌍계사를 연상하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가람이다.


쌍계사는 다른 가람들처럼 입구에 관광 상품을 판매하거나,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지도 않고, 밀려드는 인파로 북적대지도 않아 고즈넉한 산사의 적막함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교통도 불편하고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혜택(?)일 것이다. 사방이 작봉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쌍계사는 관촉사, 탑정저수지. 대둔산, 계백장군 전적지, 개태사, 옥녀봉과 금강, 노성산성과 함께 논산8경중 제 5경에 속한다.

쌍계사는 눈을 크게 뜨고 두루두루 잘 살펴봐야 할 대목이 많다. 찾아간 기자도 쌍계사에 상주하고 있는 보살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놓치고 말았을 귀중한 많은 것들이 그 곳에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쌍계사에 대한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기자들이 피상적인 취재로 쌍계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듯 보살은 처음에 취재요청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30년 동안 명산대찰을 찾아 다녔다는 보살은 기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보살은 “기자들은 아상(我想)이 심하다”고 말하며 취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보살이 알고 있는 쌍계사의 귀중함을 혼자만 알고 있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유하면 더 좋은 것 아니냐”며 한참을 설득해야 했다. 보살은 기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으로 공략하며 ‘불교에 대한 무지’를 한참 동안을 숙지시킨 다음에 다소 마음이 풀렸는지 쌍계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보살의 설명에 의하면 ‘쌍계사’는 원래 고려시대에 호국 사찰로 지어졌는데 이는 대웅전의 부처님이 바라보는 방향이 정북(正北)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북쪽에는 한양이 있고 한양이 있는 곳에는 임금이 있다는 유추를 하게 되는 까닭에 그런 의미를 담은 것 같
았다.

그러나 모두 소실된 후 조선 영조 시대에 이르러 중수되었으니 당시 숭유억불정책을 실시되면서 대웅전 앞에 봉황루를 지어 유생들이 상주, 가람에서 유교를 논(論)한 곳이 되었단다.


봉황루 안의 법고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사각형으로 통나무를 깎을 때 사용되었을 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천년여의 세월이 녹아있을 법고엔 당시 사용했던 못에 생긴 녹이 업장처럼 남아 있다.

숭유억불정책이 남긴 흔적은 대웅전 안에 있는 탱화에도 남아 있다. 정면의 중앙을 신(神)이나 보살이 아닌 임금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속 인물 하나 하나에서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섬뜩함이 온 몸으로 전해져 왔다. 대웅전에 모신 불상에도 당시의 아픈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른 가람의 불상은 거의 자비롭고 풍요로운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쌍계사의 불상을 자세히 보면 다른 가람의 불상과는 달리 목이 짧고, 배가 넉넉하지 못하며 그리 여유롭지 못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당시 불교의 뼈아픈 시대적 상황이 불상에 반
영된 것이라 한다. “예술은 과연 시대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대웅전은 부처님의 보궁이다.

보물 제 408호로 지정돼 있는 쌍계사 대웅전은 3불을 봉안하였는데 불상마다 상부에 화려한 닫집을 달았고 장엄을 위하여 보다 화려하고 장중하게 조영된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단층 팔작집이다.

대웅전 닫집의 아홉 마리의 용은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물을 토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웅전의 기둥이 높고 주간은 좁으며 흔히 다른 가람들이 초석을 세우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반면 쌍계사는 땅 밑에 있는 자연석에 맞추어 나무를 깎아 기둥을 세운 가람이다.

전면 5칸의 문에는 모란, 연꽃, 국화 등 여러 꽃들이 조각, 채색되어 있고 대웅전 안에는 높은 우물천장을 하고 있으며 닫집 앞에는 ‘금시조’라는 새가 매달려 있는데 이는 용을 잡아먹는 새라고 한다.

쌍계사는 우리 나라 불전건물 중 가장 출목(出目)수가 많으며 그 선이 아름다워 ‘다시는 그런 선을 만들 수 없을 것’ 이라고까지 한다. 그 높은 곳에 어쩌면 저리도 아름답게 모양을 내며 나무를 조각해 낼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니 그 예술 혼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
다.

원래는 저수지 아래 동네까지 모두가 절터였을 정도이고 쌍계사 입구에는 고승들의 사리를 안장한 부도가 8기나 되는 것을 보기만 해도 그 당시의 이 가람이 얼마나 규모가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안내문을 다시 제작하기 위해서 철거했다지만 그 동안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임시안내문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점, 절 입구 폐가의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긴 했지만 멋있고, 운치 있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훌륭한 가람이라서 다시 찾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다.

찾아가는 길 : 논산~육곡~양촌~쌍계사, 논산시내~가야곡면~양촌면 방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2. 2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3. 3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4. 4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5. 5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