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손 잡고 보통강가를 거닐고 싶습니다

2003년 8월의 평양을 다녀와서

등록 2003.08.31 13:05수정 2003.08.31 15:12
0
원고료로 응원
이 시는 필자 등과 같은 일행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보내온 것입니다. 김 의원은 시인이기도 합니다....<편집자 주>

평양시내를 가로지르는 대동강의 지류인 보통강. 강변에는 버드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필자 일행은 인근 보통강려관(호텔)에 투숙했었다.
▲평양시내를 가로지르는 대동강의 지류인 보통강. 강변에는 버드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필자 일행은 인근 보통강려관(호텔)에 투숙했었다. 오마이뉴스 정운현

순안비행장에서 고려민항에 오르니
갈대들이 나와 손을 흔듭니다


서울에는 며칠새 큰 비가 내렸다죠?

서울에 비 내리니
평양의 골목길에 비가 내립니다

남녘에 어둠이 내리니
퇴근길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북녘 아낙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비바람 치고 한강 물 불어 나니
모처럼 풍년의 북녘, 벼이삭과 옥수수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구려의 함성도 발해의 말발굽 소리도
오늘 당신과 나의 것입니다


겨우 분단 60년,한반도 이 땅에는
선사시대로 부터 백만 년의 시간이 흘렀다지요?

을지문덕도 연개소문도 양만춘도 강감찬도
당신과 내 곁에 와 섰습니다


당신과 손잡고 보통강가를 거닐고 싶습니다
버들가지 밑으로 난 오솔길을 말입니다

하필이면 왜 그 아름다운 강을 보통강이라고 하였나요?

대동강도, 을밀대도, 묘향산도, 백두산도
푸른 하늘, 맑은 물 그대로더군요

그들은 남루 하였어요
그러나 누구나 순진하고 따뜻하였습니다

그들은 곤고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나 당당하고 의연하였습니다

남과 북 어느 산 기슭에도 내일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참 기막힌 세월을 지나 왔습니다"
"못 볼 꼴을 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말입니다"
여성 안내원이 말하더군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추운 겨울을 지낸
그들의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호텔의 전등 한 등을 끄고
식탁에 떨어뜨린 밥 한 톨을 손으로 찍어
입 속에 몰래 넣었습니다

9월 한달, 가을겆이 평양 들녁의 곡식들이
홍수와 태풍 앞에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하게 되더군요

"김일성 주석이 우리 곁을 떠나고
동구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전에는 겪어 본적이 없는
홍수와 가뭄, 태풍과 해일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고립봉쇄를 견디면서 말입니다."

제가 당신들이 더 변해야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변해야한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우리는 지금 시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금강산 육로 관광, 경의선, 동해선
휴전선을 네 곳이나 열지 않았느냐고 말하더군요

그들은 "고난의 행군"이 이제 끝나 간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나는 그들의 그 행군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누구 때문이건 무엇 때문이건
그들이 건넌 죽음의 강을 건너고 있을 때
당신과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이 이해해 주실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북녘의 동포들에게
가슴을 아프게 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말을 아꼈던 것처럼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제 눈에는 이미 통일의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은
모두 행운이 되어야합니다

서로를 위해 그동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우리 모두 축복이 되어야합니다

이제 평화도, 번영도, 우리들의 희망도
남과 북을 함께 아우르며 가야하겠습니다

북녘에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그들도 저에게 따뜻하였습니다

북녘 동포들의 말 없는 눈망울 속에
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손잡고 그 강가에 그 비를 맞으러 가십시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2. 2 "66세에 갈 곳 있어 행복,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 "66세에 갈 곳 있어 행복,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
  3. 3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4. 4 금강산 못 가는 게 아쉬워 다녀온 이곳 금강산 못 가는 게 아쉬워 다녀온 이곳
  5. 5 10달러 지폐 모델이 누구길래... 2026년 미국을 강타하다 10달러 지폐 모델이 누구길래... 2026년 미국을 강타하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