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소리 들으며 천년 묵은 때를 벗기고

전통 건축이 아름다운 송광사의 매력

등록 2003.08.31 16:49수정 2003.08.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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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숲길을 거닐면 누군가 뒤에서 따라 오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내려 일주문까지는 무려 1km. 전남 순천시 조계산 자락에 새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잡은 송광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폭포소리로 천년의 묵을 때를 벗기고
▲폭포소리로 천년의 묵을 때를 벗기고 김강임
구비 구비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천년 묵은 때를 벗겨 내듯 시원하다. 매미소리. 새소리. 폭포소리. 송광사에 가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일찍부터 산에 소나무(솔갱이)가 많아 솔메라 불렀고, 그에 유래해서 송광사라 불렀다는 절. 송광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다.

조계산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송광사
▲조계산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송광사 김강임
첫 번째는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 절이라는 뜻이다. '송(松)'은 '十八(木)+公'을 가리키는 글자로 18명의 큰스님을 뜻하고, '광(廣)'은 불법을 널리 펴는 것을 가리켜서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서 불법을 크게 펼 절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보조국사 지눌스님 전설로 스님께서 정혜결사를 옮기기 위해 터를 잡으실 때 모후산에서 나무로 깎은 솔개를 날렸더니 지금의 국사전 뒷등에 떨어져 앉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뒷등의 이름을 치락대(솔개가 내려앉은 대)라 불렀다한다.

밥을 담아 두는 비사리구시
▲밥을 담아 두는 비사리구시 김강임
입구에 들어서자 고목을 잘라 만든 '비사리구시'가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비사리구시'는 1742년 남원 세전골에 있었던 큰 싸리나무가 쓰러지자 이것을 가공하여 만든 그릇이다. 당시 대중의 밥을 담아 두었던 것으로, 쌀 7가마분(4천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었으니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전통건축이 아름다워
▲전통건축이 아름다워 김강임
대웅전 앞마당에 서니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옹기종기 모여있어 아름다운 절. 마치 종가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준다. 하루 묵고 가고 싶은 심정이다.


조계산 중턱에는 안개가 걸쳐 있고 빨간 백일홍이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더구나 송광사의 전통건축은 감탄을 할 만큼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숭조전. 국보제 56호인 국사전. 보물 제 263호인 하사당. 갈 곳은 많은데 얄밉게 비가 내리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약수터에서 목에 걸린 체증을 삼키고
▲약수터에서 목에 걸린 체증을 삼키고 김강임
벌써 목이 탔는지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얼음물보다도 더 시원한 약수물이 목에 걸린 체증을 모두 삼켰으리라.

사찰이라기 보다는 마치 고향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전통 가옥. 돌담 옆에는 옹기종기 꽃들이 피어있어 늦은 계절을 알린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가 반겨 줄 것 같은데도, 왠지 절에서는 죄를 지은 것처럼 위축감이 든다.

누가 살고 있을까?
▲누가 살고 있을까? 김강임
이 곳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누가 살고 있을까? 부처님께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그냥 마당에 서성일 때가 있다.

송광사는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호국원찰이어서인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면 대웅전, 나한전, 지장전의 불상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곤 한다.

나라의 큰일이 있을때 땀을 흘린다는 대웅전불상
▲나라의 큰일이 있을때 땀을 흘린다는 대웅전불상 김강임
특히 대웅전의 불상은 KAL기 폭파사건, 12.12사건, 군산 훼리호 침몰사건, 강릉 잠수함 출몰, 그리고 97년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엄청난 양의 땀과 눈물을 흘려 IMF 한파를 예견하였다고 한다.

특히 송광사는 전국 4대 지당기도량답게 지장전에 봉안되어 있는 지장보살상과 시왕상, 나한전의 석가여래와 500의 나한상은 대웅전과 함께 많은 이들의 참배처가 되고 있다. 또한 대웅전, 삼세불상, 아(亞)자형 종각, 사천왕상 등 4점의 보물 문화재와 8점의 유형문화재 등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사찰이다.

소조사천왕상 앞에서는 죄인이 되고
▲소조사천왕상 앞에서는 죄인이 되고 김강임
사천왕상 앞에서 항상 죄인이 된 기분이다. 왠지 가슴이 쿵쿵 뛰고 몸이 움츠려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천왕상은 대웅전을 향하여 오른쪽에는 칼을 들고 있는 동방지국천왕과 당과 탑을 들고 있는 북방다문천왕, 왼쪽에는 비파를 들고 있는 남방증장천왕과 용과 보주를 들고 있는 서방광목천왕 등이 있다. 그러나 눈이 튀어나오고 악귀를 발로 누르고 있는 모습이 불법을 수호하는 신의 기능을 지닌 사천왕상의 모습이라 한다.

불교에서는 귀하고 값진 보배 불.법.승을 삼보라 한다. 한국불교에서 이 삼보를 상징하는 삼보사찰은 양산 통도사와 합천 해인사. 그리고 순천의 송광사이다. 더구나 송광사는 한국불교의 승맥을 잇고 있어 승보사찰이라 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어 아름다운 절
▲옹기종기 모여 있어 아름다운 절 김강임
더욱이 송광사 성보박물관에는 보물 134호인 경질과 목조삼존불감, 대반열반경소, 고려고종제서, 경패, 금동요령 등의 보물이 보존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문이 잠겨 있어 아쉬움만 더했다.

더 많은 것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일주문을 나오니, 쏟아지는 폭포소리에 넋을 잃는다. 잠시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우리는 다시 운주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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