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역복지센터로 거듭나야 한다

[주장] 교회는 신앙공동체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등록 2003.08.31 19:14수정 2003.08.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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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의 전통을 이어 받아서 교회는 신앙공동체 겸 생활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가 생활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일차적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일반 신자들이 가진 보편적인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복지대상자와 복지제공자가 따로 있다는 시각으로는 사회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건강할 때 아픈 사람을 돕고 아플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건강보험”과 같이 모든 사람은 복지대상자이면서 복지제공자이다. 가난한 사람은 물질적 도움의 대가를 주기는 어렵지만 기부자에게 나누는 기쁨을 줄 수 있다.

주는 기쁨과 받는 고마움을 제도화하기 위해서 교회는 각종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굳이 새로 만들고, 새로운 직원을 배치하지 않아도 일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교회는 지역복지센터로 거듭날 수 있다.

필자가 몇 가지 방법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돕는 레지오활동을 재가노인복지센터로 발전시킨다. 레지오활동 중에는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하여 밑반찬을 주고,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정부가 장려하는 재가노인복지사업 중 가정봉사원 파견사업이다.

교회는 부설로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설치하고, 레지오활동으로 가정봉사원파견사업을 실천하며, 점차 주간보호사업과 단기보호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다. 재가노인복지센터가 번창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지원할 것이다.

둘째, 교회는 노인대학을 만들고 장차 노인대학을 노인복지회관으로 발전시킨다. 교회는 노인 신자와 지역노인들을 위해서 노인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라고 해서 별도의 건물이나 강사진이 필요하지 않다. 예배당이나 문화관 등을 노인대학으로 활용하고, 신자나 지역인사 중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강의를 요청하면 된다.


노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기에 건강에 대한 강좌를 하고 노인병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요법이나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배우자나 자녀들과의 대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에게 인간관계훈련을 시키고,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것도 좋다.

노인대학이 정착되면 각종 취미활동, 동아리활동, 여가활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장차 노인복지회관으로 발전시킨다. 노인복지회관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원 인건비와 사업비도 보조받을 수 있기에 매력적인 사업이다.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사랑의 식당을 운영하고, 동아리활동을 통해서 배운 풍물이나 악기연주 등으로 작은 공연을 펼칠 수도 있다.


셋째, 농촌과 도시빈민지역에 있는 교회는 재가복지센터를 겸할 때 살아남을 수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줄고 노령화 되는 농촌의 교회는 더 이상 신자가 늘지 않고, 자체 헌금만으로 교회를 운영하기 어렵다.

아무리 작은 농촌교회도 과거 어린이선교원을 운영했다면, 교회에 보육 공간, 식당, 차량 등이 있다. 만약, 교회가 아침마다 무료하게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차량으로 모셔 와서 낮 동안 보호한 후에 저녁에 모셔다 드리면 그것이 바로 주간보호사업이다. 주간보호사업은 정부가 크게 장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농촌 교회도 보전할 수 있다.

넷째, 교회를 지역복지센터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교역자에 대한 복지교육을 해야 한다. 교역자가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교회를 중심으로 복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각종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 교회가 신앙과 함께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할 때, 주민들은 교회로 모인다.

교역자와 신자를 위한 복지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복지사업을 잘 하는 우수사례를 연구하여 지역의 실정에 맞는 복지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개별 교회만의 노력보다는 교구의 사회복지위원회 혹은 사회복지재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각종 연찬회를 마련하고, 교재와 매뉴얼을 개발하며, 사회복지 담당직원과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정부도 교회와 적절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정부가 짓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관 등을 민간에 위탁할 때, 종교기관에게 운영할 기회를 주고, 교회에서 복지교육을 실시할 때 강사나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가 주민복지에 체계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 결국 정부의 복지행정은 줄어들 수 있기에 정부는 종교기관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교회는 사이버 공간에 신앙공동체와 생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주민의 삶의 공간은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데, 아직도 많은 교회는 온라인사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교회가 소식지를 보내거나 안내책자를 만들 때,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만 넣고, 이메일, 홈페이지, 카페 등을 소개하지 않는다면 인구의 절반이 넘는 네티즌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만약, 교회가 주보나 자료집을 미리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제공한다면 인쇄비와 발송비 등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교회 활동을 널리 알리고, 카페를 통해서 정보를 나눈다면 전화비를 확실하게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은 쌍방향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운영에 신자들의 참여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인 다음 세대를 교회로 오게 하기 위해서 가상공간에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필자가 말한 다섯 가지는 예시에 불과하다. 교회가 신앙공동체 겸 지역복지센터가 되기 위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백 가지 아이디어보다는 한 가지 실천이 더 소중하다. 복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다. 교회는 행복추구를 위한 신앙공동체이고 생활공동체의 텃밭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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