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휩쓸고 간 남해안 섬들

[현장] 경남 통영지역 섬 150여곳 태풍피해 1300억원 넘을 듯

등록 2003.09.15 15:50수정 2003.09.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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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파괴된 해상가두리
▲태풍으로 파괴된 해상가두리 김상현
지난 12일 최대풍속 43.8km, 1m가 넘는 해일이 동반한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경남 통영 지역은 한마디로 쑥대밭을 연상케 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15일 낮 12시 현재 사망 1명과 실종 3명 등 총 4명, 재산 피해가 41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재산피해 부문에는 어류와 굴양식업 등 해상 피해 1324억원대 어업피해는 포함되지 않아, 통영에서만 2천억원이 넘는 재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언론을 통해 육지지역의 피해 상황은 어느 정도 전해졌으나 통영 관내 150여개가 넘는 섬지역의 피해는 아직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지난 14일 통신 두절로 피해 상황이 알려지지 않은 경남 통영시 산양읍 일대를 섬 지역 피해를 통영시 행정선 507호를 타고 돌아본 후 전한다.

추석을 맞아 고향 섬을 찾은 차량이 바다에 빠져버렸다.
▲추석을 맞아 고향 섬을 찾은 차량이 바다에 빠져버렸다. 김상현
어류·굴양식어장 90% 피해, 피해액 1324억원

14일 태풍이 지나간 통영 해역은 바다는 다소 잔잔해졌으나 섬 곳곳에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멀리는 보는 마을 풍경은 한 마디로 폭탄을 맞은 듯 호안도로는 뒤엉키고 스레이트 지붕이 곳곳에 날아가고 담벼락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섬 지역 가두리 양식장과 굴어장 90%가 피해가 입어 추석 전날까지 적조 방제에 여념이 없던 어민들의 상심이 너무 커 한마디 말조차 차마 잇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먼저 만지도에 도착했다. 해안가에 가장 인접한 가옥 1채가 물에 휩쓸려 마을 주민들이 수십명이 단체로 나와 집안 정리에 힘을 모으고 있었다. 특히 마을 앞에 정박시켜 놓은 선박 20여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눈앞에서 뻔히 파괴돼 있는 양식어장은 손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10시 10분경 학림도(새섬)에 도착했다. 학림은 사방이 섬으로 둘러 쌓여 평소 피항지로 명성이 높았으나 이번 태풍에는 예외가 없었다. 배가 댈 수 있는 접안 시설은 물론이고 해안변의 가옥 수채가 해일로 완파 또는 반파됐다.

김일근(63) 학림이장은 "마을 청년들이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와 물이 들어오질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 저도 마을. 12일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해상가두리 수리에 나섰던 설금도씨가 실종된 이 섬은 마을 전체가 우울증에 빠졌다. 마을회관 옆에 주민들을 위해 모아두었던 LPG 가스통 20여개가 이번 태풍으로 모두 사라졌다.

얼마 전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은 김모씨도 창백해진 얼굴로 공무원을 맞았으나 피해액을 설명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바로 옆 한 할머니는 “피해조사 공무원들을 보자 마자 울음을 터트리며 무너져 내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한집은 부부가 마산아들네 집에 피신을 갔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아 무너진 집안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태였다. 옷가지, 이불이며 부러진 각종 전자제품이 온집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간신히 길을 건너자 오곡도불학연구원(원장 장휘옥)에 도착해 관리인이 건네주는 식혜 한그릇과 배 한 조각으로 허기를 채웠다. 이 절도 지붕이 날아가고 주위가 엉망이 돼 있었다.

관리인 이 부장도 태풍이 지나가던 날 창문을 붙잡고 사투를 벌인 기억을 되살리며 지난밤을 얘기했다.

광어 등 양식어류를 키우는 육상배양장이 폐허가 됐다.
▲광어 등 양식어류를 키우는 육상배양장이 폐허가 됐다. 김상현
집채만한 바위덩이가 포탄처럼 날아다녀

연대도에서 만성수산의 피해규모가 차마 글로 적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어장에서는 태풍이 불 때 활어를 지키기 위해 직원 4명이 사투를 벌였으나 바위들이 핑핑 날아다니고 바위들이 사무실 문을 때려부수고 어장을 초토화 시켜버렸다.

행정선이 다시 대항마을에 도착했다. 조경열(56) 이장이 피해지역을 안내했다. 호안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수도관이 파열돼 물줄기가 치솟고 있었으나 손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마을에 자체 발전기를 가동시켜 산양읍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다. 대항마을 본마을을 넘어가니 태풍을 바로 맞은 집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호안도로며 선착장이 도막나 있었다.

특히 박계만씨는 자신의 집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을 가리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은 둘째 치더라도 자신의 생계터전인 전복 양식장 걱정이 태산이었다. 또 전복에 공급할 염장 다시마 저장창고 3개(시가 3천만원 상당)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을 한 주민은 폐가에서 날아온 슬레이트가 안방 장롱에 박혀 흉기를 방불케 했다며 간밤의 사건을 떠올렸다.

어민들이 수심이 깊은데도 야속한 강태공들은 낚시에만 열중, 빈축을 샀다.
▲어민들이 수심이 깊은데도 야속한 강태공들은 낚시에만 열중, 빈축을 샀다.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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