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성 빗물’ 차량 100여대 파손 논란

여수산단, 집단 민원 발생 우려 피해 보상 급급

등록 2003.10.02 18:55수정 2003.10.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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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L사 1공장과 H사 후문앞 중방천 복개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이 대거 파손됐다. ⓒ 박성태

대기 중으로 절대 누출되지 않아야 할 유독성 물질이 비와 함께 섞여 내려와 100여대의 차량을 파손한 사실이 한 방송사의 보도로 알려져 여수산단에 비상이 걸렸다.

여수경찰은 2일 지난 8월 30일 여수산단의 L사 1공장 중방천 복개 주차장과 H사 주차장에 세워둔 100여대의 차량 도색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물질이 우수와 함께 흘러 내려 심하게 파손된 것과 관련, Ph1의 강산성 물질과 TDA(톨루엔디아민)라는 유독성 물질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남도, 여수시, 여수경찰 등 관계기관이 사고 발생 후 1개월이 지나도록 사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여수MBC의 보도로 1일 알려지자 여수산단 주변 마을은 물론 여수시민들은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도색이 벗겨진 차량의 페인트와 H사 후문 경비실의 에어콘 팬에서 추출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놓고 경찰은 TDA를 사용하는 H사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인과성’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수산단내에서 TDA를 사용하는 공장은 현재 H사와 B사이다.

TDA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발암성은 없지만 유독성 물질로 분진과 공기와 혼합할 경우 발화하거나 폭발할 수 있고 흡입시 유전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TDA는 포스겐과 섞여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를 생산하는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여수산단 B사 환경안전팀 관계자는 “TDA는 포스겐과 전혀 별개의 물질로서 알칼리성인데 차량 코팅을 먹었다는 게 의아하다”며 TDA가 차량 파손의 원인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이 관계자는 이어 "TDA는 액상물질이기 때문에 장기간 동안 미량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있다가 비와 함께 섞여 내려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사고 당일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TDA가 어떤 경우에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전변과 방지시설이 2차에 걸쳐 철저히 차단하기 때문에 누출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누출이 됐다면 가동압력과 설계압력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N사 환경안전팀 관계자는 “그날 사고 차량들은 본네트가 곰보처럼 파였었다”며 “대기중에 절대 노출되서는 안되는 물질이 흘러 나왔다”며 공정 과정의 결함에 의한 ‘공정사고’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으로 볼 때 유독물 TDA는 장기간 극소량이 대기 중에 방출돼 있다가 사고 당일 비에 섞여 차량에 묻어 나온 것으로 보기 힘들고 사고 당일 ‘압력 이상에 따른 공정 과정 결함’으로 방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수산단 공장들은 사고 원인과 공장을 철저히 밝혀 안전 사고 예방에 주력하기 보다는 집단적인 민원 발생을 우려해 사고 무마에 주력해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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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른 H사 후문 경비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8월 30일 경비실 벽면에도 유독성 물질이 흡착되어 있었다. ⓒ 박성태

여수산단의 27개사가 출자해서 만든 (사)여수산단환경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원인자 확인이 어려워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들의 집단 민원이 예상된다’고 판단, 지난 9월 1일 이후 3차례 협의회 회원사 부장위원회 등을 거쳐 회원사가 공동으로 피해 차량 도색비를 보상하기로 했다.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 간사들도 지난 9월 5일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안 처리의 긴급함을 감안해 환경협의회가 여수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피해 민원을 조기 해결하기로 해 사고 무마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날 간사회의는 금호석유, 남해화학, LG정유, LG화학, 여천NCC, 제일모직, 한화석유화학, LGMMA 등 9개 회사가 참석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서을 통해 사고 발생 후 관계 기관의 조사가 있었으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사고 유발 회사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차량과 피복을 변색시킬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 공장부지 밖으로 낙하했음에도 관계 기관은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특히 이번 사고가 유출량과 바람의 세기, 방향 등에 의해 충분히 시내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과 사고 지점과 불과 1.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남수 마을 등 여수산단 주변 마을은 항상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증명했다며 사법 당국은 사고 원인 물질을 공개하고 사고 회사의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91년 9월 전북 군산의 동양화학이 TDA 유출사고로 관련자가 구속되고 사과문 발표와 안전진단이 될 때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부가 피해 주민에 대한 건강조사를 실시한 점을 들어 사고 회사 책임자 구속과 건강역학조사 즉각 실시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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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창간 첫 잉걸기사를 작성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호남매일 정치부 국회출입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저는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비평과 자치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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