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책보다는 경기부양할 수 있는 정책 필요

발본색원하는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등록 2003.10.09 22:40수정 2003.10.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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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경제부처 수장을 필두로 부동산 투기를 잡자는 논의가 일고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가 과연 경기 침체의 원인이며,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혹,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뒷북치기 정책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사회에 흐르는 불황 기조는 작년부터 지속되어 온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만큼은 상당한 수익성을 보여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그만큼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동산만큼 수익성을 안겨주는 투자 대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경제의 발전은 전통적으로 수출에 의존해 온 바가 크며, 그것은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기업의 꼴이 말이 아니다. 수천 개의 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임금 체불도 현저히 늘어났다. 그에 따라 연쇄 부도와 실업의 증가 등은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증시의 침체와 내수 부진을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졌고, 증시는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의해 춤을 추는 돈놀이판의 양상이 되고 말았다.

원래 한 국가의 경제라는 수레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다. 하나는 부동산 시장을 필두로 하는 실물 경제요, 하나는 증권이나 각종 금융 상품 시장을 필두로 하는 금융 경제이다. 그리고 수레를 끄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져 있다.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고 그로부터 얻은 수익을 투자자와 종업원에게 배분하고 재투자해야 하는데, 마땅히 판매할 곳도 없으며 수요를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력도 약화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은행 대출 등의 문턱은 턱없이 높아 기업을 운영하기에 너무도 어려운 입장이고 임금 상승 등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외환 위기 이래로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성을 안겨주는 것을 목격했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보다 더 크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었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의 효과는 상당하다. 100억짜리 땅위에 100억을 들여서 건물을 올리면 400억에 팔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금융 상품은 어떠한가. 증시가 침체이긴 하지만 고리의 돈놀이 사업은 상당히 쓸 만하다. 이 외에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여 알맹이를 빼먹고 도산시키는 등의 편법까지 증가하고 있다. 경쟁력을 향상시켜서 수레를 끌어야 하는데 어느 바퀴를 크게 해야 될까 고민하면서 멈춰 있고, 어느 한 바퀴에 하중이 과하게 집중되어 주저앉을 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총체적인 시장 실패를 낳는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그런 기업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반 조성보다는 눈 앞의 여론 무마에 열중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를 탓하기보다는 과도한 교육 열풍이나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 경제가 흔들리니 강력한 억제 정책을 편다는 식이다.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지하 경제나 지하 자금 탓으로 그 이유를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문제는 단지 어떤 정책을 내놓을 뿐 그 시행에서 허점을 드러낸다는 것과 문제를 발본색원하지 못하는 정책 시행에 더 큰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외환 위기 이후 정부는 공적 자금 등을 조성하여 풀었고 각종 지원 자금을 풀었다. 그러나 그 자금이 과연 제대로 쓰여져서 기업이 살아나고 회수가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농어촌 지원 자금 등 각종 자금을 풀었다. 그러나 실제 농어촌 현장에 가보면 자금을 받아선 안되는 사람들에게 자금이 가거나, 그 자금으로 돈놀이와 향락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최근 계속된 부동산 열풍 속에서 고수들은 이미 치고 빠진 후이다. 오히려 뒤늦게 상투를 잡았거나,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의 부동산 보유자들만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철퇴를 맞는다. 그러다가 불만이 고조되면 결국 부양책을 내놓는다. 고수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는다.

한편, 이자율을 높이자는 논의도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이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부동산에 투기를 할 만큼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은행 이자 부담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의 부양책에 의해 싼 금리로 집을 구입했던 서민들이나 각종 크고 작은 개인 부채를 가진 서민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된다고 비난만 하면 어쩌란 말인가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맞는 이야기다. 어느 누구 혼자 또는 몇몇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어떤 일을 진행한다고 해서 사회가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도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선의의 피해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경제의 문제점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것에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경제 구조의 개혁, 부패 구조의 개혁 등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계속 외쳐 온 이야기들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이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원되는 돈이 제대로 쓰여질 수 있는 구조, 정부의 정책 변경이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물의를 일으키는 고수들을 잡을 수 있는 투명한 사회 구조 만들기가 그것인 것이다.

따라서, 역효과를 가져와서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쉬운 정책 변경보다는 사회의 지도층부터 모든 계층에 이르기까지 정책 하나라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한 이유이다.

경제 침체의 원인은 부동산이 아니다. 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은 뒷북치기식 억제책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힌 소신이었던 정치 개혁을 포함한 사회 개혁과 투명한 사회로의 전진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억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하며,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정책이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 투명한 사회로의 전진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흉으로, 주목된 억지 주장도 용납이 되는 소모적인 보혁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도 그런 개혁이 우선되고 사회가 투명해질 때 해결된다. 자연스럽게 부패한 집단이나, 권력을 위한 반대나 억지 주장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정치 개혁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눈 앞의 문제를 무마하는 식의 대책보다는 큰 틀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끈기있게 해결하려는 뚝심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이 넘게 남았고, 그 기간동안 누가 뭐라해도 국민에게 약속한 소신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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