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살아 계신가요?

등록 2003.10.18 16:32수정 2003.10.18 1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글쎄요. 가을은 적어도 저에겐 여자의 계절 같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이 싫증 날 때가 다 있으니 말입니다.


날씨가 싸늘해져서인지 책을 펼쳐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교수님의 권유로 <황무지가 장미꽃같이>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목이 메이게 되는 것은 가을이란 계절적인 이유로 예민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진홍 목사님이 빈만가에 뛰어들기 전에 방황하며 하나님을 원망하는 모습 속에서 어린시절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종교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입니다. 어떤 종교든 세상을 살아가는 충만감과 기쁨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주어진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란 제게 어느덧 멀어진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다시 맹목적이고 순수한 종교생활을 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한참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때, 새벽기도에 어른들이 나오지 않으면 목사님은 예배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셨고, 어린마음이지만 점차 교회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고교시절 처음으로 저에게 위기가 다가 왔습니다. 갑자기 아버님이 쓰러지셔서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아껴주셨기에 큰 사랑의 빈 공간을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왜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매일 기도를 하다보니, 하나님을 원망하는 기도에서 아버지가 천국에서 행복하시기를 비는 기도로 변했습니다. 날마다 한쪽 면에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한쪽 면엔 성경구절을 적었습니다.

a 10년전 낙서장

10년전 낙서장 ⓒ 공응경

a 10년전 낙서장

10년전 낙서장 ⓒ 공응경

a 10년전 낙서장

10년전 낙서장 ⓒ 공응경

a 10년전 낙서장

10년전 낙서장 ⓒ 공응경

우연히 발견한 10년 전 낙서장에서 당시 종교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가장 미워했고 가장 사랑했던 하나님이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준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하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종교란 그냥 잘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증축공사비만을 요구하고 늘 같은 설교만 하시는 목사님에게 싫증을 느껴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하나님은 멀리 떠나려고 하면 더욱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잊고 살만하면 불현듯 나타나셔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김진홍 목사님의 책으로 다가와서 마음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철저히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했던 김진홍 목사님.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절차와 돈만을 요구하고 환자를 받아주지 않던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던 목사님의 외침속에 진정한 예수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안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내 마음속에 아직 하나님이 살아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누구나 십자가를 하나씩 짊어지고 세상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함께하면 훨씬 가벼워 질텐데 말입니다.

종교를 떠나, 가장 힘들 때 힘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제게는 하나님이 항상 저를 기다리고 있지 않으신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