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민나 집시데스 133

민나 집시데스 (7)

등록 2003.11.05 04:46수정 2003.11.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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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가는 기르글을 나직하게 불렀다. 녀석은 조종실 쪽으로 잔뜩 신경을 기울이고 있느라고 못 들은 것인지 대답하지 않았다.

"이봐, 기르글!"


"왜 그러는 거야?"

딩가가 조금 큰 소리로 부르자 녀석은 볼멘소리로 말했다.

"빨리 이쪽으로 와봐!"

딩가는 명령하듯 말했다.

비록 총을 들고 잔뜩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사실은 기르글이 총 한 번 제대로 쏴 본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딩가는 잘 알고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자신에 비하면 녀석은 본래가 남의 주머니를 털거나 차를 훔치러 다니는 좀도둑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이 세게 나가면 꼬리를 내릴 것이다.


"이리 오라고 말했잖아. 빨리 못 와?"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 도대체?"

녀석은 제법 눈알을 부라려 보였지만 벌써 목소리가 한풀 꺾여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봐, 이 칼을 잡고 그 총을 나에게 줘!"

가까이 다가온 기르글에게 딩가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뭐라고! 그건 안돼."

녀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길 봐! 아까부터 저놈들의 기색이 수상해! 이 봉지가 폭탄이 아니란 걸 눈치 채버린 것 갚아. 저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이 칼만으론 막을 수 없어. 그러니 나랑 바꾸자고."

"안돼, 나보고 총을 들고 있으라고 했단 말이야!"

"이봐, 기르글 너는 총을 쏴본 적도 없잖아. 안 그래? 어서 이리 내놔!"

"내가 왜 안 쏴 봐! 나도 쏠 줄 안단 말야!"

"고집 부리지 말고. 이것 봐. 종이봉지가 이렇게 젖어들고 있는데 저들이 폭탄이라고 믿겠어? 아까부터 놈들이 이 봉지를 자꾸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어. 이러다가 놈들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우리가 당해. 자, 어서!"

딩가는 종이봉지를 기르글의 눈앞에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 딩가는 종이봉지 속에 손을 넣어 살며시 캔을 열어 두었던 것이다.

"그래도 안돼."

기르글은 계속 버티며 말했지만 표정으로 보아 적잖이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딩가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누가 폭탄에서 물이 흐른다고 생각하겠어. 그 총을 나에게 못 주겠으면 그럼, 네가 여길 지켜. 내가 통로로 갈 테니까."

하고 딩가는 강제로 녀석에게 종이봉지를 쥐어주고는 통로 쪽으로 갈 것처럼 몇 걸음 발을 옮겼다.

"잠깐만 딩가, 딩가!"

기르글은 다급해서 딩가를 쫓아왔다.

잔뜩 겁을 집어넣은 딩가의 말에 기르글은 무기를 바꾸어야 할지 어떨지 판단이 안 서는지 한 손에 권총을, 다른 한 손에는 종이봉지를 든 채로 어쩔 줄 모르고 망설였다.

"기르글, 그러지 말고 어서 바꾸자니까."

녀석의 허점을 간파한 딩가는 마치 기르글에게 칼을 건네주려고 내미는 척 하다가 권총을 들고 있는 녀석의 팔을 재빨리 낚아채며 내밀고 있던 칼을 그대로 녀석의 배 한복판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기르글은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배를 안고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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