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만평> 신경무는 '노 대통령 스토커'?

[주장] 12월 11편 중 8편 노 대통령 측근비리에 초점

등록 2003.12.11 22:46수정 2003.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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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일간지의 모든 기사를 매일 같이 다 비교해 가며 읽어 볼 수는 없지만, 그 신문들의 만평을 모두 다 찾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넷 안티조선 커뮤니티인 <우리모두>에 '포청천의 시사만화방'이라는 게시판이 있어 주요 일간지의 시사만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카툰저널 <뉴스툰>에서도 ‘오늘의 카툰’이라는 제목으로 일간지에 실린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회원들의 만평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12월 들어 세인의 관심을 끈 큰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각 사건들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만한 게 아니어서인지 각 신문의 만평들 역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사만화가들이 주된 소재로 삼은 것은 한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따른 이라크 파병 논란과 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 특검 재의, 그리고 한나라당의 수백억대에 이르는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등 세 가지입니다. 카드사 부실 문제와 남극 세종기지에서의 연구원 사망 사건도 만평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한 만평가는 12월 내내 한 가지 주제만 붙들고 늘어지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신경무 화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12월에 그린 열한 편의 만평 중 무려 여덟 편이 노무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도 만평에 직접적으로 ‘측근비리’라는 글귀가 씌어 있거나, 측근의 이름이 삽입된 만평이 모두 6건(3,4,5,8,9,12일)입니다.

측근비리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만평은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을 조사하는 검찰을 비꼬는 내용의 6일자 만평과 ‘측근’이라는 말 대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삽입한 11일자 만평 뿐입니다. 반면 신경무 화백의 만평에서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신경무 화백의 만평이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만을 주된 소재로 삼는 것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지적 받아야 할 것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한나라당의 행태를 앞에 두고서도 사건의 당사자인 한나라당 대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a 12월 9일자 조선만평

12월 9일자 조선만평

먼저 검찰이 한나라당의 수백억 원대 불법 대선자금을 발견한 9일자 만평을 보면 한나라당사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검찰의 모습을 그리고서는 “盧 ‘측근비리’ 수사도 저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특검 갔겠나…”라고 비꼬고 있습니다.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열심을 내어 한나라당의 수백억 원대 불법 대선자금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노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것이라는 이유로 비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11일자 만평은 더 심각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수법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불법자금 수수 방법, 일명 ‘차떼기’를 두고 만평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만평 속 전광판에는 “盧,鄭 드디어 단일화 협상타결”이라는 자막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젠 저 쪽에 ‘보험’ 들어야 되나?!”를 외치는 기업가의 모습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역시 불법 기업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a 12월 11일자 조선만평

12월 11일자 조선만평

그림만 언뜻 봐서는 ‘차떼기’를 한 것이 이회창 후보측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측인 것으로 착각할만 합니다. 트럭 운전수를 단순히 ‘서 변호사’라고만 적어 놓았을 뿐 그 어디에도 이회창 후보나 한나라당의 표시는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는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또는 “사설 부통령 강금원”, “썬앤문 문병욱 회장”처럼 소속과 이름을 상세히 적었던 다른 만평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만평의 소재 선택과 만화적 상상력은 온전히 만평가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신문의 만평이 더 큰 비리와 사건들은 제쳐두고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조선일보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랜 악연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추해 보입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엄청난 비리 사건에서마저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는 만평가의 상상력은 언론인이라기 보다는 스토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신경무 화백이 스스로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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