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12.27 18:24수정 2003.12.30 11:09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2월이 되면 유난히 사람들과 모일 자리를 많이 만듭니다. 무슨 자리나구요? 술자리죠. 망년회,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회사 동료들, 초등학교 친구들, 중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온라인 카페 동아리들, 동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끝이 없습니다. 제 주위에도 술꾼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보다는 오히려 술자리를 즐긴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오늘 새벽 1시에 영화일을 하는 후배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일이 바빠서 내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나간 녀석이 술이 잔뜩 취해서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주방에 잠깐 갔다오더니, 입을 오물거리며 침대에 털썩 눕는 것이었습니다.
주방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입을 오물거리는게 너무 궁금했지만, 저도 피곤했는지라 그냥 자리에 누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양반맛김(8개짜리 한묶음) 4개가 껍질만 뒹굴고 있더군요. 한 개에 맛김 8개가 들어있으니 32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자리에 누운 것입니다.
2주전에는 역시 영화일을 하는 후배가 아침 9시에 찾아왔던 적이 있습니다. 첫마디가 "형 술 한 잔 하자"였습니다. 저는 끝까지 자는 체 했지만, 이미 잠은 다 깬 상태였고, 함께 데리고 온 제3자와 후배가 나누는 이야기를 2시간 동안이나 들어야 했습니다. 후배는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사람이 보고싶다고 한참을 이야기를 하더니, 불쑥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내려간 후배를 저녁에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새벽 3시에 술 사달라며 전화를 한 후배가 있었으니,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요. 택시를 타고 온 후배와 옥상에서 둥그렇게 뜬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출근해야 하는데 괜찮아?"라고 묻는 후배에게 "오늘이 지나면 너를 못볼지도 모르잖아"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친한 C형(유명연예인도 아니지만 가명을 쓰는 것을 이해해주시길)은 술에 취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람으로 변해서 인기가 만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하기입니다. 술에 취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난데없이 인사를 시작합니다.
그것도 아주 큰소리로 말이지요. 허리도 90도로 아주 정중하게 꺾습니다. 걸어갈 때는 손바닥을 머리위로 들고 부딪히면서 춤추듯이 뛰어갑니다. 다가오던 사람들이 마구 흩어지는 광경이 그려지지 않으시는지요.
가끔 택시가 지나가면 택시문을 열어서 인사를 하는 바람에 기사들이 아주 당혹스러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 선배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여자선배인 L이 있습니다. 이 선배는 과거 C형이 무척 취했을 때, C형을 집에 데려다 줄거라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더 취했는데, 말이지요. 택시가 잡히지 않자, 급기야 트럭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어떻게 됐냐구요. 다행히 두 분 모두 무사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평소 유쾌하게 사는 이들은 술에 취한 뒤에도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한 유쾌함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엽기'라고 놀리지만, 서른이 넘은 사람들의 '엽기'가 오히려 귀엽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모 사이트 지식검색에 보니 술버릇을 아홉 가지로 구분한 뒤 그 사람의 성격을 설명한 글이 있더군요. 가령 돌아다니거나 동작이 커지면 반항심 많고 욕구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다. 또 친구나 상사, 선배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매사에 확실히 주장하는 사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며, 노래를 부르면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 또 도전정신도 왕성해 신뢰받는 타입. 일과 사생활을 확실히 분류해서 생각하지만 좀 더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다는 소망이 있을 것이다 등의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술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지만, 즐거운 기분으로 마시면 훨씬 낫다고 합니다. 꿀벌이 물을 마시면 꿀이 되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자고 하지 않습니까. 술자리 많은 12월 즐거운 기분으로 드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