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등록 2003.12.29 10:51수정 2003.12.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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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는 목숨 전체를 기꺼이 그 글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기계적으로 펜을 끄적거리면서 언제 시간이 끝날까 자꾸 시계만 쳐다보게 될 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내라'고 강조하는 나탈리 골드버그는 1986년 이 책을 내놓은 이후 미국인들의 글쓰기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동시에 백만부의 베스크셀러 작가가 됐다.


전세계 9개 국어로 번역, 출판돼 글쓰는 이들과 글을 쓰려고 하는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쳤다. 그녀의 글쓰기의 정수는 한마디로 글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기의 법칙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제목 그 자체가 자기 마음의 맨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본질에 가 닿으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선 명상과 접목한 그녀만의 독특한 글쓰기 노하우를 주제로 수많은 세미나를 열어 왔다.

또 글을 쓸 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자신이 사랑하는 그 일에 믿음을 가지고 그 일을 계속 밀고 나갈 때야 비로소 그 일은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고 생각하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고 쓰고 있다. 이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인가.

하얀 백지 앞에서 팽팽한 긴장으로 머리 속이 하얗게 비는 듯한 글쓰기의 두려움 앞에 서는 이들에게 구원처럼 와닿지 않는가. 이런 마음으로 펜을 쥐고 종이와 대면해보라. 보다 편안하게 숨을 쉬며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내 마음과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이 전부였다고 해도 나는 거기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쓰고 있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예정된 운명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글쓰는 삶을 살기 위해 배수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글을 쓰는 것이 세상과의 관계를 끊고 또한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며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세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필자는 말한다.


저자는 글쓰기는 힘들고 괴로운 것이며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삶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은 작가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재료로 해서 글을 쓰는 것이며,덧없이 지나가는 모든 삶의 순간들과 사물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그들이 간과하기 쉽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보여주고, 듣고 또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즉, 글을 통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면에 있는 부유함을 외부에 있는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것이 모든 예술가들의 바람이만 이루기는 힘든, 고요한 평화와 확신감을 얻는 열쇠이다' 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그러나, 글쓰기 작업은 혼자서 하는 일이다. 혼자서 해야만 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과 벗들이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다 해도 글쓰기 작업은 대신 할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박완서의 <두부>라는 산문집에 '사소한, 그러나 잊을수 없는 일'이란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지난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째지게 새빨간 꽃을 피우던 채송화는 지금 자취도 없이 사라졌지만 아마 무수한 씨를 땅속에 남겼을 것이다.

채송화 씨는 흙의 입자처럼 작고 깃털보다 가볍다. 바람에 날려 먼지가 되지 않기 위해, 혹한에 얼어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몇 갑절의 무게로 땅속으로 침잠하지 않으면 안되리라.

땅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씨는 봄이 와도 싹을 띄우지 못할 것이다. 고독의 밑바닥을 치지 않고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이것은 글쓰기의 작업이 얼마나 고독한 작업이며 어떻게 담금질 해야 하는가를 비유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저자가 카타기리 선사에게 자신이 고독에 익숙할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을 때 카타기리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고독은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냉수샤워를 합니다. 그때마다 차가운 가운데 펄쩍 놀랍니다.

하지만 나는 물줄기를 피하지 않고 계속 서있습니다. 고독은 언제나 우리를 물어뜯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오늘도 고독과 마주하며 종이와 대면하며 글쓰기 작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또 하나의 위로의 말을 전한다. 바로 '당신이 셀 수 없이 많은 글을 버릴 수는 있어도 글쓰기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다'고저자는 말한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면서 당신의 정신을 흔들어 깨우며 글쓰기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껴보라. 그리고 저 깊은 곳, 뼛속까지 내려가 본질에 다가가라.

그리고, 때로는 너무 고삐를 죄지 말고 스스로에게 큰 공간, 들판을 선물하라. 그 쉼과 방황을 통해 다시 돌아와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한문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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