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골목은 모두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조미영
우리 주변에서 잘 나가는 사람을 두고 "인생의 탄탄대로"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언제인가부터 개발의 바람을 타면서 우리 주변의 골목길들이 사라져갔다. 마치 세상의 골목길을 다 없애 버리고 신작로를 만들기만 하면 세상살이도 '탄탄대로'가 되는 것마냥.
소시민들의 소박한 정서가 녹아 있는 동네의 골목길은 물론이고,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골목길마저 모두 밀어냈다. 종로의 피맛골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렇게 세운 도시의 중심 도로는 백년대계를 세우지 못하고 몇 해가 멀다 하고 연일 부수고 넓히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소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은 어떠한가? 대동맥과도 같은 넓은 신작로를 중심으로 수많은 골목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많이 남아있다.

▲잘츠부르크 성으로 올라가는 비탈진 골목길입니다! 조미영

▲노틀담사원 근처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조미영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 파리는 18세기 후반, 대대적 도시 정비로 지금 같은 방사상도시를 만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런던에서는 관광 상품으로 좁은 옛길을 따라 걸으며 역사를 전해 듣는 답사가 있다. 대로와 골목이 공존하며 그들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거리마다 추억이 가득하다.

▲파리의 이런 뒷골목에는 오래된 bar와 cafe가 많다. 조미영
또한, 인도의 바라나시는 미로와 같은 골목으로 유명하다. 많은 관광객들은 이 바라나시의 골목에서 숨바꼭질과도 같은 미로 찾기를 하며 그들 특유의 문화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그들과 역사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고 환경도 다르다. 그러나 옥석은 가리자!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뒷길에서 온갖 궂은 것을 받아 줬기에 대로가 깨끗할 수 있다.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범죄의 온상이 되는 곳들은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도시의 숨통과도 같은 곳들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막다른 골목이어도 나름의 존재의 이유는 있답니다. 조미영

▲가끔은 이런 한적한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싶습니다. 조미영
일년을 마감하는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한 해를 정리하고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자"는 말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삶의 뒤안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발판 삼아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인생의 연말결산과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는 잠시 멈춰서서 뒤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리 달리다 잠시 점검할 갓길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인생의 골목길에도 이런 이정표가 있어 준다면. 조미영
바쁘게 질주하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위한 쭉 뻗은 넓은 도로가 필요하듯 삶에 지치고,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이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도시의 골목길도 필요하다. 그래야 골목의 국밥집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시름을 달래는 이나 짝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이들도, 세발 자전거를 타고 맘 놓고 질주하는 꼬마들도 이 골목 안에서만큼은 주인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우리네 인생길에도 이런 소박한 꽃화분을 가꾸는 여유와 포근함이 있길 바랍니다. 조미영

▲누군가에겐 걸어온 길이고, 또 다른 이에겐 걸어갈 길이 되겠죠? 조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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