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에서 발생한 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공식 보고되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주 수입국인 우리는 소비자의 안전에 직결된 쇠고기 검역과 검사체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쇠고기 같은 음식물 수입의 경우 그 수입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예외적 조치, 예를 들면 수입제한이나 금지를 정당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GATT 20조 b항).
또 상품에 관련한 특별협정으로서 '위생 및 검역협정'(SPS 협정)을 통해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SPS 협정 2조). 이 경우는 그러한 조치에 반대하는 국가가 그 조치가 문제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점을 놓고 볼 때 미국에서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인 광우병이 발병했다고 국제공인기구가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한국이 쇠고기 수입제한이라는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은 너무도 정당한 조치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여러 가지로 애가 탈 만하다. 우선 사태의 장기화는 경제적으로는 쇠고기 산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심각한 사태고 정치적으로는 "먹을거리 하나 관리 못하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광우병 청정지역'으로 선포하고 유럽에 '엄포'를 놓던 미국의 국제적 체면이 구겨진 것도 '광우병 부산물'로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오늘 (30일) 방한한다는 미 농무부 관리들의 '애절한 탄원'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가 큰 문제다. 한국의 쇠고기 수입금지조치 해제 또는 완화를 '애원'할 미국측의 몇 가지 논리를 예상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발병된 소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라는 '미확인' 정보로 우리측 관리들의 심기를 저울질하려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수입되었다면 캐나다가 주된 발생지역이 되고 미국은 '지역적 구분'기준에서 다소 유리한 처지가 되어 한국측 조치의 강도를 완화시키는 합리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을 대신해(!) 캐나다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기에 큰 설득력은 없을 듯하다.
둘째는 한국에 오기 전 들린 일본에서 쓴 방법대로 미 농무부가 안전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수입금지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인간 생명에 관해서는 100%의 보증도 부족하다는 경험칙을 내세우면 미국 관리들도 승복할 듯하고 이 참에 아예 일본이 주장한 것처럼 수출쇠고기에 대한 미국의 100% 광우병 검사를 주장하는 것도 미국측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셋째는 좀더 교묘하게 미국측이 광우병은 뇌, 척추 같은 특별위험부위(SRMs)만 관련되기 때문에 살코기까지 수입 제한하는 것은 '무역에 최소한의 타격을 가하는 필요한 조치만'을 취하라는 SPS 협정에 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적반하장식의 압력을 가하는 경우다.
이 때 효과적인 대비책으로는 유럽이 광우병으로 고생할 때 유럽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미국이 취한 '독한' 조치들을 예로 들면서 다독거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광우병이 SRMs에만 한정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미국이 제시하도록 슬쩍 입증 책임을 넘기는 것도 미국 못지 않은 세련된 방어논리가 될 것이다.
어쨌든 이번 파동으로 또 많은 소들이 겪을 고통에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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