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작은아버지의 그런 행동에 의아한 표정이었는데 작은아버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저 이혼하겠어요."
우리는 작은아버지가 그런 소문을 다 알고 있구나 하면서 아주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저는 이 사람과 더 이상 살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말문이 막힌 듯 작은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왜 저더러 억지결혼을 하라고 하셨어요? 왜요?"
그런 작은아버지의 행동은 사실 작은 엄마의 소문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대개 그런 류의 이야기는 사실 그 당 자는 아예 모르거나 가장 늦게 알게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네가 이제 와서 그 사람을 밀치면 아이하고 어찌 살아가란 말이냐?"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그 사람과 더 이상 살기가 싫습니다."
아버지는 늦도록 작은아버지를 달래고 달래어 집으로 보냈다. 작은 엄마가 사실 얼마나 알뜰한가 그리고 얼마나 성의껏 집안 일을 하는지를 누누이 설명하였다. 작은아버지는 그런 아버지를 아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작은아버지는 한 밤에 우리대청을 나왔다. 나는 오랜만에 작은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작은 엄마가 생기고 나서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달빛이 그윽한 그런 밤, 밤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노인정 공터로 갔다.
멀리 깜빡이듯 우리 집 불빛도 보이고 이층집의 불빛도 보였다. 그 때였다. 정말 신기하게 그 밤에 노진이네 모자가 산책을 나온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노진이를 불렀다. 노진이가 반가운 듯 나에게로 뛰어왔다.
"안녕하세요?"
인사성 바른 노진이가 먼저 우리에게 인사를 했고 작은아버지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노진이엄마는 그 자리에서 목례만 하는데 작은아버지가 그 옆으로 다가갔다.
우리들은 그 깜깜한 어둠 속을 잘도 뛰어다녔다. 도봉산이 누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위로 아래로 뛰어다녔다.
그 후 우리들은 작은 엄마의 소문과 함께 또 작은아버지의 소문도 들어야 했다. 학림사 가는 길을 작은아버지와 노진엄마가 걷더라는 소문, 그리고 늘 노진이네로 쌀가마니를 들여준다는 소문, 결국 작은아버지는 두 집 살림을 한다는 그런 소문이었다.
작은 엄마에게 내가 일러바친 후 나는 한 동안 영윤이를 볼 수가 없었다. 그 것은 집안에서 꼼짝 않고 공부만을 한다는 것 같았지만 나는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도 영윤이는 나를 보면 눈길을 피하였다. 난 그런 영윤이에게 다가 갈 용기를 잃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우리 집의 현미네가 작은 엄마에게 이잣돈을 못 내게 되어 며칠 말미를 달라고 작은 엄마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그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빌고있었는데 작은 엄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에 있는 전기 곤로라도 가져오겠다고 했다.
"하이고 전기곤로를 다 쓰면서 이자 돈을 안주겠다는 게 말이 되나. 아 그러면 전기곤로라도 내놔요."
그 말에 현미엄마는 발끈했다.
"우리는 당장 뭘로 끓여먹으라고 곤로를 달래요?"
"자존심은 있다 이건데 그러면서 왜 남의 이잣돈은 안 줘 안 주긴."
아예 반말로 하는 작은 엄마에게
"화냥년이."
이렇게 하여 발전된 싸움은 서로가 머리채를 거머쥐고 육박전을 벌리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속에서 현미엄마가 소리소리를 질렀는데 그 싸움은 진종일이었다.
"동네 사람들 이 화냥년이 사람을 칩니다."
그 싸움은 작은아버지로 하여금 작은 엄마의 비행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작은아버지는 보따리를 직접 꾸려주면서 작은 엄마를 나가라고 한 것이다.
작은 엄마는 울면서 우리 집으로 뛰어 들어와 통사정을 했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작은아버지를 호령하였다.
"이런 법은 없다. 이제 법으로 맺은 사이인데."
그리고는 말하였다.
"넌 아버님의 말씀도 잊었느냐?"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말하였다.
"저는 이 사람의 배필이 아닙니다."
작은 엄마는 며칠동안을 우리 윗방에 묵었다. 바깥구경을 하지도 않고 영윤이만을 데리고 비좁게 그렇게 있을 때 아버지는 손수 작은 엄마를 데리고 작은아버지에게로 갔다.
"살아라. 이게 네 업이다."
그 후 작은 엄마는 집에서 다시는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다시는 작은 집 식구들이 우리 집에 오지를 않았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제사에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같이 제사를 치루었지만 같이 말없이 음복을 하고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서로가 헤어져갔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다. 당시는 일학년까지도 학력고사라는 것을 보았는데 나는 1학년의 마지막 시험에서 평균 구 십 점을 받았다. 사실 이렇게 점수가 올라간 것은 시험지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 본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봉이가 보는 만화책은 다 읽은 덕에 아마 상식이 높아진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일 학년의 문제는 굳이 시험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질문하는 내용만 알면 답이 나오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 일로 선생님은 여덟 명의 아이들을 호명했다. 내 이름이 불리우자 나는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영윤이의 그 이름은 그 명단에 끼어 있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이 번 달에 상을 받을 사람들이에요."
선생님의 말대로 우리는 상을 받았다.
"상장
1학년 11반 홍승화
위에 적은 사람은 11월말 학력고사 성적이 우수하므로 이 상장을 줌"
이 짧은 문안을 보는 순간 내 가슴은 얼마나 벅차 올랐는지, 나의 상기된 얼굴표정을 아는 지 문숙이가 저 뒤에서 씨익 웃어주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 곧장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매일처럼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없었다. 요즈음은 밭농사도 없어서 한가로운 편인 엄마는 집에서 모자 뜨기를 했다. 한 개를 뜨는 데 십 오 원을 받는 다고 했다. 엄마는 모자를 뜨다가도 일을 밀쳐놓고 나를 데리러 오는데 상장까지 받은 날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나는 한 걸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는 사람들이 마루 가득 웅성대고 있었다. 엄마는 가만히 있었지만 무척 침통한 표정이었다. 나는 얼른 마루로 올라갔다.
"엄마 나 만일에 말이야. 상 타오면 뭐 해 줄 건데?"
그 소리에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유 우리 승화가 무슨 상을 타오기는 할 모양이지?"
"뭐 해 줄 건데?"
"까짓 거 내가 백원 준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문숙이 엄마였다.
"엄마두?"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재 빨리 가방에서 상장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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