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들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

등록 2003.12.30 18:35수정 2003.12.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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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말만 재치있게 잘 해도 인생의 숱한 어려움을 잘 넘어설 수 있다. 또 말에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에너지가 있다. 몇 년 전, 교회에서 유치부 교사로 봉사하며 아이들을 돌볼 때, 6살 꼬마에게서 엄청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일주일만에 만난 어린 아이가 맑은 눈으로 필자를 바라보며 던진 한 문장, 그 말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말 한마디가 좌절감에 빠져 있던 내 안에 얼마나 놀라운 사건을 일으켰는지 아이는 모를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 경험치 않은 사람은 그 행복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짐작할 수 없을 게다.

시간이 꽤 흘렀어도, 내 마음에 새겨진 아이의 말은 여전히 생물처럼 살아 꿈틀댄다. 말의 힘이 한 영혼에 미치는 영향력이 놀랍기만 하다. 순수한 영혼, 꾸밈없는 아이의 말은 더욱 그렇다.

부끄럽게도 나는 거절당한 경험이 많다. 그 거절의 상처 가운데 호감을 가졌던 이성에게서 거절당한 아픔은 꽤 쓰라렸다. 거절의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한칼에 거절당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무안했는지 모른다.

물론 엇갈리는 만남도 있었지만, 그런 저런 연유로 서른이 된 지금까지 여자친구 한번 사귀질 못했다. 청춘이 다 지나가기 전에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을 짝꿍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마음에는 소원이 있되,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내 청춘사업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게다.


그러한 거절감의 독에 감염이 되어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천사와 같은 아이의 말은 마치 해독제와 같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아름답고 귀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주바라기 이지선 씨에게서 정말 값지고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아름다운 영혼을 소유한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소박한 음성을 들었을 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에 전염이 되고 말았다.


“눈물만이 눈물을 닦을 수 있고, 아픔만이 아픔을 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그녀의 말에서 자신의 아픔과 눈물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씨는 자신의 말과 글과 삶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55% 전신 3도 화상으로 인해 사선의 위기를 넘나들고, 열세 번의 수술이라는 큰 어려움을 통과하면서도 ‘감사’를 잃지 않는 지선 씨의 삶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대단한 성취와 업적이 없을 지라도, 목소리만 들어도 좋은 사람, 아름다운 영혼을 소유한 이지선 씨를 알게 되 행복한 한 해였다. 소중한 가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귀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새 해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면, 존재 그 자체로 행복을 전염시키는 아름다운 영혼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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