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지담)는 3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명선거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노 대통령의 총선관련 발언이 정쟁거리로 비화되는 바람에 선관위까지 곤욕을 치른다는 판단이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긴급전체회의를 소집해 ▲11월 27일 경남도민과의 간담회에서 지역발전 예산 5조원과 관련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해치운 것"이라고 김 전 장관을 추켜세운 것 ▲12월 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 "시민혁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 ▲12월 24일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과의 오찬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의뢰한 사전선거 운동 저촉 여부를 검토했다.
선관위는 일단 대통령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발언자와 발언장소, 대상 및 그 경위와 동기 등 전후과정과 선거법의 규정 등을 종합해 볼때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의 신분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최근 발언 내용은 그 취지나 의도와는 관계없이 선거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남도민과의 오찬간담회 발언은 입후보예정자를 거명해 칭찬한 것이 당사자의 업적홍보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선관위가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한 법적 논란은 잠재웠으나 이 같은 행동이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선관위가 행정부의 수장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은 1989년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이회창 선관위원장이 노태우 대통령과 원내 4당 대표들에게 공한문을 발송한 후 14년만의 일이다. 이번 선관위의 선택에 대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각각 장악한 청와대와 야당들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법적인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대통령에게 공명선거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마치 대통령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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