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부터 일본방송 안방에서 본다

케이블TV 등 사실상 전면개방... 애니메이션은 2년 뒤

등록 2003.12.30 19:35수정 2003.12.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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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문광부 브리핑실에서 이창동 장관이 4차 일본문화개방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30일 오후 문광부 브리핑실에서 이창동 장관이 4차 일본문화개방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박형숙
영화·음반·게임·비디오에 이어 내년 1월 1일로 일본방송이 국내에 전면 개방된다. 이로써 2006년 개방될 예정인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전 분야에 걸친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은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영화·음반·게임의 전면 개방과 함께 일본방송의 대폭 개방으로 다양한 장르의 일본 방송프로그램을 2004년부터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2006년 1월 1일로 개방시한을 2년 미룬다"고 밝혔다.

지난 6월 7일 한·일 양국 정상은 '일본대중문화 개방확대'를 표명했고, 이의 후속조치로 문광부는 2004년 1월 1일부터 영화·음반·게임 부문의 전면개방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방송과 애니메이션 분야는 지상파의 영향력과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고려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께 개방 범위를 조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동 장관은 이날 발표를 통해 "방송부문은 2000년 3차 개방을 통해 일부 개방을 했지만 국내 파급효과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가능한 한 전면개방하고, 라디오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은 국민정서와 청소년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일부 장르만 개방한다"고 말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사실상 전면개방, 지상파는 일부 장르 개방

우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생활정보와 교양프로그램 ▲국내 상영관에서 개봉된 영화·극장용 애니메이션 ▲일본어 가창을 전면 허용하고, 드라마의 경우 '15세 이상 시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드라마가 방영된다. 단 오락성 프로그램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오늘 발표 직전까지 방송위원회와의 조율이 오가는 등 개방폭에 있어 논란이 되어온 지상파(TV·라디오) 개방은 ▲생활정보와 교양프로그램 ▲국내에서 개방된 영화에 한해서만 부분 개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또한 드라마는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에 한해서만 방영하며, 일본어 가창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일본 대중가수 공연의 중계 방영 및 일본 가수의 국내방송 출연 가창만을 허용했다.


문광부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전면 개방된 교양프로와 영화 등은 한국어 더빙을 권고하기로 하고, 일본어 가창 뮤직비디오의 방영은 불허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오락성 프로그램은 이번 개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방송부문을 전면 개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장관은 "안방에 바로 전달되는 매체인 방송은 국민정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문제를 대했다"며 "일본대중문화를 받아들일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방송계와 방송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창동 장관은 끝으로 "이번 개방조치는 향후 5차 개방에 있어 방송부문을 전면개방한다는 원칙하에 이뤄졌다"며 "국민정서 및 청소년에 대한 영향 등 사회문화적 영향분석 결과와 문화산업적·역사적 배경 등을 충분히 고려해 향후 개방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 "일본 과거사, 문화교류에 영향 끼쳐서는 안돼"

오늘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특히 <요미우리> <산케이> <마이니치> 등 일본의 주요언론들이 참석해 한국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소속 한 기자는 "내년에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개방조치가 취소 또는 조정될 수 있냐"며 과거사에 관한 한국인들의 민감한 정서를 의식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창동 장관은 "정치적인 것이 양국간 교류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는 공동연구를 통해 양국 교과서에 반영하기로 했고, 신사참배 문제도 제3의 추모장소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어제 29일 홍콩의 <문회보>는 일본의 <교도통신>을 인용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내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기념일(8월 15일)에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1998년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있은 이래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마다 한국은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감안해 개방조치를 중단하거나 유보해 왔다.

[개방 여파 어떨까] 시장잠식.... 문화적 효과는 없을 듯

작년 방송위원회가 일본방송 개방관련 국민여론 조사결과, 일본방송이 국내 방송산업과 대중문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절반(55%)을 넘었다.

그리고 개방문제와 과거사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사가 개방조건이 되어선 안된다(61.6%)'는 의견이 '과거사 해결 없이 개방 불가(35.6%)'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에 일본인 연기자가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70%)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일본방송 개방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63.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60%의 국회의원들도 같은 대답을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방송 개방이 미칠 부정적 측면에 대해 ▲폭력적·선정적 프로그램 유입 증대 ▲저질 프로그램 유입 가속화·국내 대중문화 수준 저하 우려 ▲대일 경제종속에 이은 문화적 종속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일본 프로그램의 모방 및 표절 시비 종식 계기 ▲ 다양한 문화 접촉 기회 증대 ▲ 일본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추종에서 탈피 가능 등을 꼽았다.

문화연대의 이원재 정책실장은 문광부의 이번 4차 개방조치에 대해 "문제는 개방폭이 아니"라며 "방송, 영화 등 주류문화의 산업적 '교역'만 있고 민간, 비주류 등 문화 다양성을 보완하는 방식의 '교류'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실장은 "일본대중문화개방은 한일투자협정이나 한일자유무역협정(FTA)를 겨냥한 정치적 결과"라며 "시장 경쟁력이 약한 문화분야의 생산구조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상파 방송은 경쟁력이 있어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효율성 논리에 크게 좌우되는 케이블 방송의 경우 단기간에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케이블 업체들의 여건상 공동제작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일본의 저품질 프로그램들이 다량 유입될 수 있다. 게다가 케이블쪽 광고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고 가입자가 1000명에 달하는 상황이라 경쟁적으로 싼 프로그램들을 들여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소규모 프로덕션들의 제작여건은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교수는 일본방송 개방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에 대해서는 "이미 젊은 세대들은 영화나 게임·인터넷 등을 통해 일본문화를 접했고, 기성세대는 반일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쇼킹한 문화적 효과를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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