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려금 '기습' 축소에 장애인들 반발

장애인단체들 '노동부 장관 퇴진' 주장...서울 상경 시위

등록 2003.12.31 19:29수정 2004.01.0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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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장애인 고용장려금의 단계적인 '축소'를 추진하면서 장애인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은 연말연시를 틈타 노동부가 '기습적으로' 고용장려금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비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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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부터 대구지역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는 지난 24일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고갈'을 이유로 고용장려금 기준단가를 향후 '부담기초액의 50%'로 낮추는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기준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29일자로 지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내년 부담기초액의 60%→2005년 55%→2006년 50%로 단계적으로 기준단가를 하향 적용한다. 부담기초액은 사업주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지급하는 고용부담금 기준액.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오는 2006년부터는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고용장려금 기준 단가는 장애 정도가 경증인 남성은 24만1000원, 경증여성과 중증남성은 30만1250원, 중증여성은 36만1500원 등 3단계로 축소·지급된다.(2004년 고시된 장애인고용부담기초액 48만 2000원 기준)

이러한 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는 현행 수준의 1/2 이하로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현행 경증남성인 경우 47만 4000원, 경증여성은 59만 2000원, 중증남성은 71만 1000원, 중증여성은 82만 9000원까지 4단계로 차등 지급돼 왔다.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제도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따르는 손실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 91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부담기초액이나 최저임금과 연동해 기준 단가를 정해왔지만 지난 2002년 9월부터는 정액화로 운영돼 왔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고용기금의 고갈을 이유로 다시 부담기초액을 기준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환원시키면서 '개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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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장애인연맹 윤삼호 간사는 "일반 사업주들이 가뜩이나 장애인들을 고용하기를 꺼려하는 마당에 고용장려금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예 장애인을 고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고용장려금의 축소는 이미 취업해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고용불안을 겪게 할 뿐만 아니라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세밑에 벌어진 고용장려금 축소 방안에 대해 노동부와 장애인고용촉지공단이 '장애인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30일부터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김용완(28. 뇌병변 1급)씨는 "국가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느껴진다"며 "뒤늦게 장려금 축소 소식을 접한 장애인들로서는 연말연시가 더욱 슬퍼진다"며 분개했다.

김씨는 또 "장애인들에 대한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은 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대구장애인연맹·밝은 내일회·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지역 7개단체로 구성된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저지 대구대책위 소속 회원 20여명은 31일 오후 5시 이틀동안 벌인 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지역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오는 1일부터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본부 앞에서 타지역 단체들과 연계해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앞으로 장애인 단체들은 이번 축소안에 대한 최종 서명자인 노동부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장관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용촉진공단 측은 "이미 고용장려금 지급기준 변경안이 지정고시된 마당에 장애인 단체의 반발이 있다 하더라도 철회되기는 어렵다"면서 "지급 기준 변경은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장애인단체들도 합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성명] 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 기도를 철회하라!

한 사람의 장애인이 안정적인 취업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사회에 동참하는 한 개인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한 인간을 볼 수 있기에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장애인에 대한 모든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의무고용제도와 이에 따른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바로 우리 장애인들의 사회적 생명, 그리고 우리의 인간적 삶인 것이다.

최근 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대폭 인하한 고시안을 마련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 단체들의 동의를 강요하고 있으며, 2004년에 적용하기 위하여 시급히 공표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적절한 절차를 무시한 채 공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고용장려금 인하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예산 확보를 위한 가장 안이하고 가장 무책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 중 하나를 포기하는 행위이며, 더 중요하게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해와 의견이 배제된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과도한 고용장려금 지급으로 인한 기금 고갈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기금 고갈을 초래한 원인은 복합적이며 특히 정부는 그 주요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장려금의 인하를 통해서 문제를 풀려는 정부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먼저 그간의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사용의 적절성,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현재의 고용촉진사업과 사업주체의 자기 구조조정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장애인의 고용촉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의 의무고용 불이행에 따른 부담금에 의존함으로써 기금 사용의 도덕적, 행정적 정당성도 잃고 있다. 장애인의 직업교육, 취업알선, 실업자 재교육, 장애청년/장기 실업자 고용촉진사업, 고용촉진공단의 일반관리비 등은 당연히 정부의 일반예산이나 고용보험기금 등에서 지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숨과 같은 정책의 변화를 공청회나 기타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몇몇 장애인 단체나 혹은 전문가 단체의 동의를 토대로 추진하는 행위는 우리 450만 장애인을 능멸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450만 장애인을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점거 농성에 돌입한다.

첫째, 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폭적인 고용장려금인하 고시를 즉각 철회하여야 한다.

둘째, 방만한 기금 사업에 대한 정비, 정부의 일반예산 및 고용보험 기금의 사용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지난 10년간 약 1조원의 기금을 투여했음에도 1%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고용률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도록 정부부문의 의무고용적용제외률 축소, 장애인 다수 고용기업에 대한 세제감면 등의 획기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 450만 장애인은 비록 신체적, 감각적, 정신적 손상이 있으나 이 사회의 한 일원이며 존엄한 존재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장애인 스스로의 힘으로 이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며 장애인 역시 이 사회에 공헌하는 주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450만 장애인은 다음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까지 물러섬 없이 투쟁할 것이며 아래 사항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일방적 장애인고용장려금 인하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
- 정부는 고용촉진사업의 구조조정, 일반예산과 고용보험기금 조달 등, 기금 고갈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제시하라 !
- 종합적 장애인고용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
2003. 12. 30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저지 대구대책위원회
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밝은 내일회, 장애인지역공동체,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전교조대구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영남지역장애우부모회, 대구통합교육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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