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도우며 산다는 건 큰 즐거움이죠"

부친의 대를 이어 목사를 꿈꾸는 이창배씨

등록 2003.12.31 19:27수정 2003.12.3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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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창배씨 ⓒ 이정우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뭔가를 바라는 건 진정한 도움이 아니죠.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막노동을 하며 목사의 꿈을 위해 현재 칼빈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는 만학도 이창배(39)씨의 인생 철학이다. 타인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는 제보에 그가 현재 전도사로 일하고 있는 그리스도 사랑의 교회를 찾아가 보았다.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창배 전도사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에 위치한 그리스도 사랑의 교회에 들어서자 작업복 차림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그때까지 "교회 내의 화장실 천장의 환풍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대학 재학 시절부터 목수일 등으로 단련돼 있어 이 정도 일은 일도 아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뭐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라며 조금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농수로에 빠진 차, 밧줄로 꺼내

지난 8월 막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날은 장마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땅이 젖어 있었다. 집에 가던 중 오후 6시쯤 용인시 상현마을 농수로에서 무쏘 승용차 운전자가 빠져 나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번번히 실패하고 점점 더 깊이 흙 속으로 바퀴가 들어가고 있었다.

이에 다가가 운전자와 함께 차를 빼내려고 애를 썼으나 실패, 인근에 있는 트럭에서 밧줄을 빌려 지나가던 차에 밧줄을 묶고 천신만고 끝에 차를 빼낼 수 있었다. 그 후 운전자가 답례로 사례비를 주려고 하자 거절했으며, 거듭 사례비를 주려고 해 난감했지만 끝내 거절했다. 그는 "마음만으로 족하다"며 "그 마음을 간직하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 집 찾아주다 막차끊겨 집까지 걸어오기도

이같은 그의 봉사 정신은 어린 시절 불우했던 환경을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빛난다. 서울고등학교 재학 시절 그는 경기도 김포시에 살았으며, 김포에서 학교까지 갈 차비가 없어 자주 걸어다녔다고 한다.

가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한번은 버스를 탈 때 어린 아이의 손을 꼭잡고 할머니가 어떻게 집을 찾아 가야하는지 승객들한테 계속 묻고 있었다. 이를 본 그는 아무래도 할머니가 집 찾는 데 고생할 것 같아 버스에서 할머니와 함께 내렸다. 그는 "약도도 없는 오지여서 그 집을 찾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며 "그 후 버스는 막차가 끊겨 다시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 당시 그는 밴드부로 활동하면서 악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그는 플룻 부는 것을 좋아해 특기를 살려 수지시민연대1주년 기념식, 상현동 경로의 날 등에 플롯 연주로 남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총 600부 정도의 신문을 돈이 없어 구독할 수 없는 독자에게 돌리는 한편, 인근 청소년 쉼터에서 청소년들을 교화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 곳에 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결손 가정 아이들이고 가끔 목사의 자녀들도 있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또 "누구에게나 고달프고 힘든 한계 상황은 있기 마련이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환경 탓에 그는 목수일, 자동차학원, 신문사, 영업사원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현재 그는 대학원 등록금을 위해 막노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목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목회장을 역임한 부친의 뒤를 잇겠다"며 "목사를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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