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1시 30분. 한나라당 당사 7층 대표실에 상임운영위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무감사 결과 유출사건과 관련 상임운영위 회의가 긴급하게 소집된 탓에 본의 아니게 지각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당무감사 결과 유출사건으로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이 대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상임운영위가 열리기 전 서청원 전 대표는 "최병렬 대표가 한나라당을 어지럽히고 있다"면서 사실상 퇴진론을 제기한 상태였다. 공천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
최 대표와 함께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이재오 총장도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총장은 이미 당직 사퇴를 결심하고 오후 1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냉랭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최 대표가 주위를 둘러보며 "오늘 너무 긴급하게 연락을 드려 좀 위원들이 좀 늦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김종하 의원이 "어디 가고 있었는데 연락받고 돌아왔다"고 다소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어 최 대표가 "혹시 점심약속이 깨졌으면 제가 점심 대접하겠다"라고 하자 김 의원이 "뭐 D등급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언론에 보도된 당무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공천탈락 가능성이 높은 D등급군에 포함돼 있었다. 김 의원의 얘기는 결국 'D등급 의원이 점심이나 먹고 있겠냐'는 항의표시인 셈이다.
그러자 최 대표가 "D등급은 식사도 안하나요?"라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또 옆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 총장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D등급은 자장면으로 하시죠"라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들의 '엽기대화'가 냉랭한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이런 대화가 끝날 즈음 박근혜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박 의원의 머리와 패션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 있어서 회의장에 있던 운영위원들과 기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육영수 여사 머리 스타일'도 벗어났고, 옷도 좀 젊은 스타일로 바꾼 것.
최병렬 대표가 박 의원을 보며 "와 스타일이…"라며 놀라운 표정을 짓자, 박 의원이 "당이 어떤 상황인데 스타일 따지게 생겼어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의원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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