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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몸짱' 아줌마가 대중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다
일산의 몸짱 아줌마. 마침내 그녀가 컴퓨터 모니터를 나와 TV 브라운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TV 건강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키로 했고, 건강음료 CF 모델로까지 데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하고 있는 몸짱 인기투표에서는 전지현, 이효리 등 당대 최고의 연예계 스타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스타가 대중문화의 중심적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위력, 역시 대단하다.
몸짱 아줌마는 어느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운동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꾸준한 단련을 통해 지금의 몸을 만들어 냈으며, 과정에서 자신만이 터득한 효과적인 운동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몸짱 아줌마를 향한 네티즌들의 관심과 열광은 39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가꾸어진 현재 상태의 모습에만 집중되어 있다. 몸짱이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그녀의 탄력있고 늘씬한 몸매 뒷전으로 슬그머니 가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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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공개된 몸짱 아줌마의 5년 전 뚱뚱한 모습조차 그저 현재의 매력적인 몸매를 보다 돋보이게 해주는 비교 대상일 뿐이었다. 뚱보와 몸짱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만 존재할 뿐 그 사이의 5년이라는 운동 과정은 생략되어 버렸다.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는 환호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 가벼움. 바로 인터넷의 위력 뒤에 감추어진 커다란 맹점이다.
이러한 맹점은 지난 2002년 광화문 촛불시위에서도 엿보인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광화문에 엄청난 촛불시위의 물결을 만들어낸 계기는 '앙마'라는 ID의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놓은 몇 줄의 글이었다.
'앙마'는 촛불시위의 주역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인터넷 역시 엄청난 동원력과 파급효과를 갖는 매체임을 또 한번 과시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촛불시위 이전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주한미군 관련 범죄나 한미군사협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단체의 눈물겨운 노력은 '앙마'와 인터넷의 그늘에 가려 한 순간 잊혀지고 말았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액이 마침내 5억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역시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엄청난 쾌거를 이룩해 낸 우리의 네티즌이 자랑스럽고, 그 시발점이 되었던 <오마이뉴스>에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코 잊혀져서는 안될 또 다른 주역들이 있다. 긴 세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고의 노력을 해 온 민족문제연구소가 그들이며,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해방 공간에서 제대로 뜻도 펼쳐보지 못한 채 좌절당한 반민특위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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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나아가 온갖 위험과 탄압 속에서도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꿋꿋이 항일독립투쟁에 일생을 바쳤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선조들이 바로 그 주역들이다.
영화 <매트릭스> 3편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고. 평범한 일산 아줌마가 거쳐온 5년의 운동기간이 있었기에 몸짱이 있었다.
주한미군 관련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광화문 촛불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와 반민특위, 항일독립투사들이 있었기에 지금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액 5억이 있었다. 인터넷의 위력 뒤에 가려진 것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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