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효창운동장 용산기지터로 이전 추진

"민족정기 훼손"... 효창원을 항일 애국열사묘역 추진

등록 2004.02.02 15:15수정 2004.02.03 09:22
0
원고료로 응원
a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제2기 중앙위원 73명이 김구 선생의 묘소에 분향한 뒤 백범기념사업회 관계자로부터 효창공원 건립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제2기 중앙위원 73명이 김구 선생의 묘소에 분향한 뒤 백범기념사업회 관계자로부터 효창공원 건립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열린우리당은 서울 효창동 소재 효창운동장을 용산 미군기지터로 이전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효창운동장은 이승만 정부의 효창원 무력화 정책의 일환으로 건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승만 정부하 집권세력들이 통일정책 등에서 이견을 보이던 김구 선생의 묘소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 때문에 선열묘소를 교외로 옮기려 한 바 있다.

김영춘 우리당 서울시지부장은 이날 오전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기 중앙위원 첫회의에서 "효창원이 애초에는 독립애국열사묘역으로 조성되려다가 이승만 정권 시절에 독립운동가들의 기를 꺾기 위해 운동장을 만들어 효창원을 협소화시켰다"면서 효창운동장 이전을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제안했다.

김 시지부장은 "수유리 4·19 묘지 위쪽에도 독립열사가 묻혀 있는 등 독립 애국열사 묘가 흩어져 있는데 이를 효창원으로 모으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며 "용산 미군기지가 한수이남으로 이전하면 효창운동장을 용산으로 옮기면 된다"며 "이 방안을 서울시에 전달하고, 독립애국열사묘지로 추진하는 것은 어떠냐"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김영춘 의원이 제안한 것에 대해서 모두가 뜻을 같이 하리라 본다"고 호응하며 "나도 사실은 효창공원 성역화 운동을 10년 전에 했는데 효창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돼 운동장이 건설됐다는 것을 보며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이를 추진하되 "17대 총선에서 정책으로 제시할 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제안은 오늘(2일) 중앙위원들이 효창원 김구 선생 묘지에 분향을 할 때 이상훈 백범기념사업회 부회장이 효창운동장 건립과 관련된 뒷얘기를 김 시지부장에게 전하면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은 효창운동장의 건립 배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승만 정부하 집권세력들이 통일정책 등에서 이견을 보이던 김구 선생의 묘소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 때문에 선열묘소를 교외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일단으로 1959년 봄부터 제2회 아세아축구대회 유치를 구실로 묘소 바로 앞에 효창운동장 개설을 추진했다. 이에 독립투사 김창숙 옹 등이 중심이 되어 효창공원 선열묘소보존회가 결성되고, 언론사를 비롯한 각계의 여론이 비등하여 묘소 이전은 보류됐지만 효창운동장은 약 15만 그루의 나무와 숲 속의 연못 및 섬까지 희생시키고 끝내 1960년에 개설됐다"


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의는 만장일치로 효창운동장 이전 건을 통과시킨 뒤 향후 서울시와 협의하에 이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백범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효창운동장은 구조물이 낡아 위험시설로 이미 판정받은 바 있을 뿐더러 인조잔디여서 축구발전에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인근 주민들이 효창원의 내력을 알고서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민족정기 회복 행보에 공들이는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이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선언하며 민족정기 회복 행보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에 가장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최용규 의원은 친일파 자산환수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김희선, 김원웅, 이종걸 의원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열린우리당 소속인데다 최근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량씨도 입당한 것도 이같은 행보에 탄력을 주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행보는 친일세력 청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총선 진행 과정에서 친일 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듯 보인다.

정동영 상임중앙위원과 지난 1일 선출된 열린우리당 제2기 중앙위원 73명은 2일 국립현충원에 이어 독립운동가의 묘소가 안장돼 있는 효창원을 연이어 참배했다. 정당 지도부 전체가 새지도부 구성 뒤 시무행사의 일환으로 효창원을 참배하기는 이례적인 일.

효창원에서 당 지도부와 중앙위원들은 이동녕·조성환·차인석 등 임시정부 요인 묘역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3의사(義士)의 묘, 김구 선생의 묘소에 차례로 분향하고 공원조성 배경 등에 대해 관계자로부터 관련 설명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진, 김량, 김휘 등 김구 선생의 손자 3명도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정 의장은 백범 선생의 차남인 김신 백범기념사업회 회장으로부터 '양심건국'이라고 적힌 김구 선생의 자필 휘호 영인본을 선물 받았다. 김신 회장은 정 의장에게 선물을 전달하면서 "선친께서 1945년 독립운동이 끝나고 국내로 들어와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양심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이같이 적으셨다"고 소개한 뒤 "오늘 선물을 드리는 것을 선친이 기념으로 드리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열린우리당 지도부 방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제2기 중앙위원 구성 뒤 첫 회의도 백범기념관에서 열었다. 이 또한 정당으로는 처음있는 일이다. 이 '반짝' 아이디어는 정 의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이 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됐을 때 백범 선생과 당시 임정요인들과 의사들을 모신 곳을 참배하고 거기에서 첫 회의를 하는 것이 옳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사학과 출신인 정 의장이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행사는 왕왕 있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상해임정의 정통을 계승한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이같은 행보는 민족문제를 정쟁화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의 예에서 보듯, 민족문제가 정당간 정쟁의 문제로 옮아갈 경우 역사적 작업 자체가 중도파기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