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4.02.08 23:43수정 2004.02.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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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꺼내 본 동전 한 개가 녹이 슬어 앞뒤를 알아 볼 수가 없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집 앞 제과점에 들러 햄버거 1개와 샌드위치 1개씩 사고 받은 거스름 동전 3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산 물건을 비닐 봉지에 넣는 여점원의 행동으로 이미 아침 기분이 싹 가셨다. 점원은 햄버거 용기를 비닐봉지 밑바닥에 가지런히 놓는 것이 아니라 쑥 집어넣더니 봉지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넣더니 아예 봉지를 휘휘 흔들고는 카운터에 놓았다.
아무리 인스턴트 휴대용 음식이지만 먹는 음식을 비닐 봉지에 휘저어 넣는 행동이 눈에 거슬려 '비닐 봉지 한 개만 주세요' 하니 의미를 못 알아차린 점원은 조그만 비닐 봉지 한 개 꺼내주고 진열대로 가서 제 할 일만 한다.
난 다시 카운터에서 커다란 봉지를 꺼내어 밑바닥에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겹치지 않게 가지런히 모은 다음 봉투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내 행동에 관심이 없는지 자기 할 일만 하는 그 여점원은 내가 나가는 문소리에도 기척이 없었다.
지난 여름 퇴근 길에 맥주 한 잔이 그리워 집 근처 맥주 집에 들러 안주는 시키지 않고 맥주만 마셔도 되냐고 물었다. 계산대의 여 종업원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괜찮다고 했다. 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거스름을 받았다. 빳빳한 지폐가 손을 벨 정도였다. 깜짝 놀라 물어보니 새 돈을 준비하는 것이 무슨 어려운 일이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행동하는 것은 사회 생활을 하는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덕목이다. 더구나 소비자를 배려하는 자세는 내가 몸담고 있는 업소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나아가 나의 경쟁력도 은연중 강화되는 것이다.
거스름 돈으로 새 지폐를 준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손님에게 부담주지 않으려는 여종업원의 표정, 많은 동전 중에서 유독 녹슨 동전을 선택하고 무심코 건네준 여점원의 행동, 개개인은 사소한 행동일지 모르지만 과연 어느 업소의 경쟁력이 강할까.
더구나 음식물을 마구 포장하는 행동 그리고 무언중에 그 행동을 질타하는 손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물건을 사든지 말든지 관심없는 여점원의 행동에 제과점 주인은 과연 내부고객인 직원관리, 서비스교육, 주인정신을 제대로 전해 주었을까. 아무리 철저한 위생관리와 빠른 제품 제공능력을 갖은 업소라도 최종 서비스가 이에 못 미치면 업소의 경쟁력은 소비자에 의해 언제든지 역전될 것이다.
직장에 가끔 이런 사람들도 있다. 지각 안 하려고 택시 타고 오면 택시값 따로 받느냐고 핀잔주는 사람, '일찍 출근한다고 돈 더 주나' 라고 냉소적인 사람들이다. 과연 이런 근무자가 다니는 조직이, 아니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근무자는 경쟁력이 있을까.
그 조직 그 사람이 불행한 느낌이 든다. 낮은 직급, 중요하지 않은 부서도 방대한 조직을 굴러가게 하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되는 톱니바퀴다. 카네기는 젊어서 집배원을 하면서 전국에서 제일가는 집배원이 되겠다고 관할 구역 주소를 속속들이 암기하는 남다른 노력에 전신기사로 발탁되었고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철도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 후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하는 US스틸사를 탄생시켰다.
모든 일은 자신의 선택이다. 업무에 열중하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발전도 있게 마련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주인 정신으로 힘을 모으면 그 조직은 살아난다. 제과점이 아닐지라도 기업, 국가의 경쟁력도 같은 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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