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최병렬의 ‘대선 인큐베이터’ 의도

느닷없는 색깔론 제기, '공천완료 후 대표 사퇴'에 담긴 속셈

등록 2004.02.23 15:36수정 2004.02.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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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여러 세력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밝힌 ‘공천 완료와 대표선출 후 사퇴한다'는 '조건부 퇴진' 입장의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즉각 사퇴가 아니라 “조기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전대에서 새 대표 선출 후 퇴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최대표의 이른바 '총선 인큐베이터론'은 설득력도 없을뿐더러 한나라당을 자신의 ‘대선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 더 커 보인다.

당내 소장파들이 “최 대표는 우리가 내건 '先사퇴'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건 무조건 항복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언가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천 물갈이와 새대표 선출에서 '親최'인물을 심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소장파들의 생각은 최 대표의 진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 대표는 “전당대회가 공천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뉴한나라당' 대회가 되어야 하므로, 공천이 완료된 이후에 사퇴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리더십 부재로 촉발된 대표 퇴진과 ‘뉴한나라당’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특히 이번 공천과정에서 최 대표의 이른바 ‘사천(私薦) 의혹’이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최 대표의 공천 후 사퇴는 대선을 위한 자기인물 심기전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이번 공천과정에서 확실히 ‘최병렬맨’들로 포진시키고 훗날 대선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최 대표가 여전히 현실 인식을 잘못하고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일단 당내 대세였던 ‘퇴진론’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결국 보다 먼 날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모양새만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 대표는 '공천 완료와 대표선출 후 사퇴한다'는 '조건부 퇴진' 입장을 밝혀 물갈이 공천과 대표선출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개입시키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았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게다가 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친북반미 성향의 노무현 정권과 사회단체로 위장한 급진 좌파들이 합세해 오는 4.15 총선에 승리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느닷없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자신의 지도력 부재와 현실인식능력 부재를 탓하기는커녕 도리어 느닷없는 색깔론을 제기함으로써 최 대표가 말하는 ‘뉴한나라당’의 모습이 어떨지를 너무도 분명하게 예상케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대표를 뽑는 것만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개혁공천의 결과로 새로 나설 후보들이 주역이 되어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색깔론으로 무장한 한나라당이 과연 얼마나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뉴한나라당’이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최 대표는 특히 “더 이상 타협은 없고, 이것이 확고한 결론이고 방침이다”며 소장파들이 요구하는 '선퇴진 후수습’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지금은 비록 당내 요구로 일보 후퇴하지만, 대권을 생각할 때 더 이상 후퇴는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최 대표의 기자회견은 ‘총선 인큐베이터론’을 빌미로 한 ‘대선 인큐베이터’ 속셈을 가진 것으로 밖에 해석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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