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지역에 이어 5일 충청, 대전, 경북 내륙지방에 100년만의 기습폭설이 내려 경부, 호남, 중부고속도로는 차량통행이 중단되고 1300여 학교가 휴교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폭설로 6일 오전 7시 현재 건물 9동, 비닐하우스 1500여㏊, 축사 900여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 벌써부터 양념류 채소가격이 들먹이면서 겨울 영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면 이 같은 기습폭설을 사전에 알 수 없었을까. 하기야 기상청은 앞서 4일 서울·경기 지역에 눈이 1~5㎝ 정도만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오후 5시쯤 대설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이미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폭설은 여름철 소나기와 같이 기습적이었던 데다 국지성이라 선진국의 기술로도 미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나?
미국 MIT대학의 로렌츠 교수는 현대과학이 일월식 같은 천체 운동, 로켓 운동 등은 정확하게 예측하면서도 왜 유독 날씨만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가, 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었다.
로렌츠는 1963년 미국의 ‘대기과학지’ 3월호에 '나비효과'에 대하여 언급한다. 결국 날씨를 나타내는 정보가 아무리 간단한 방정식으로 나타내어진다 하더라도 일정시간 범위 이상의 장기 예보는 ‘초기값의 민감한 특징’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한다.
‘뉴욕 센트랄 파크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태평양 한 가운데서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 카오스이론에 기초한 바로 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다. 즉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날씨가 반복되지 않고 매우 불규칙하게 변화하여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것을 카오스라고 부른다. 로렌츠는 대기가 카오스의 성질을 갖고 있는 한, 장기적인 일기예보에는 한계가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카오스이론과 나비효과는 현대과학에 영향을 미치면서, 근래에 들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구매형태 변화는 물론 주가를 예측하는데도 동원된다. 우리 인생살이에도 나비효과가 적용되어 우리에게서 작고 하찮은 일이란 인식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어느 순간 우리에게 태풍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고, 가정이나 국가에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사건이 끝없는 파장 속에서 가장 먼 곳까지 변화의 물결을 자아낼 수 있다는 나비효과, 어쩌면 가까운 중국이 틈새를 이용하여 우리 농업에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하려 시작한다면, 예측불허의 장기일기예보처럼 우리농업은 제 갈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
이미 배추·무·마늘 등 채소는 물론 메주까지도 일부 중국산인 형국에 중국산 자포니카 쌀값은 우리 쌀값의 1/5, 고추는 1/9에 불과하여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당장 우리 농업 농촌에 큰 무리가 없다 하더라도 훗날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알 수 없고,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이미 수원대학교의 박배식 교수는 무질서안에 내재한 질서를 발견하는 과학으로서의 카오스이론은 결국 자연현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 농업에 응용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측불허의 폭설처럼 우리농업에도 어떤 나비효과가 나타날 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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