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매일>은 '보수언론'의 정도를 걸어라

[선거공정보도 칼럼 3] 3·12사태 이후 매일신문의 社說, 邪說

등록 2004.03.22 17:01수정 2004.03.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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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의 대표적 ‘보수언론’인 매일신문은 3·12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 후 열흘이 지나오면서 어떤 시각으로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운동을 읽고 있을까?

먼저, 3월 12일자 <매일신문>은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씨가 탄핵당론에 따르지 않는 의원은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이것은 전쟁이다’라고 언급한지 불과 하루가 되지 않았을 시점인 탄핵결의안 통과 직전 사설 <총선을 전쟁터로 만들 셈인가?>에서 “탄핵이 부결되든 통과되든 총선은 전쟁이 되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재신임-총선연계 입장을 거두고 깨끗이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a 위로부터 <매일신문> 3월 13, 15, 16, 17, 20일 사설

위로부터 <매일신문> 3월 13, 15, 16, 17, 20일 사설 ⓒ 매일신문

3월 13일자 매일신문은 사설 <탄핵의 교훈, ‘모두가 패자’>에서 탄핵 통과 직후 최병렬씨의 ‘승리했으나 슬픈 날’이라는 언급에서 정치권 전체의 ‘개과천선’을 읽고,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삭이며 정치와 경제·사회가 더이상 삐걱거리지 않을 사후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또 “고건 총리가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보여준 침착한 업무처리에 안도하면서 치안과 국방, 경제에서의 국민의 불안심리를 적극적으로 다독여줄 것도 주문한다”며 고건 권한대행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낸다.

3월 15일자 사설 <시위 격렬, 이젠 ‘살해협박’까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매일신문>의 입장과 시각이 비교적 명료해진다. “솔직하게 말해 지금 우리가 처해진 상황이 무슨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군사쿠데타로 정권이 무너진 것도 아니다. 단지 탄핵안이 가결됐고 여론조사에서 반대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여론을 등에 업고 반대시위만 계속 한다고 해서 없던 것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며,

한편으로 국민들의 탄핵반대 저항움직임에 대해서는 “국회 차량돌진도 모자라 국회와 여·야 당사 폭파 등의 범죄양상까지 벌어지고 있고 인터넷에선 찬성국회의원 193명을 미친개로 몰고 ‘오늘부터 너의 부모 자식들까지 천천히 고통속에서 죽여주겠다’는 소름끼치는 협박까지 일삼는 테러범죄도 야기되고 있다”고 부풀리기식 주장으로 이어진다.

<매일신문>은 사이버 언론과 네티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3월 17일자 사설 <총선 망칠 ‘사이버 무법천지’>에서 거침없이 내보인다. 사이버상의 불법선거운동이 ‘대란’지경이며 “지금 각 정당 홈페이지는 물론 탄핵관련 사이트에는 탄핵 찬반 의견이 심한 욕설·협박으로 점철되면서 주로 탄핵을 주도한 야당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이 극에 달했다할 정도로 공공연하게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선거사범단속을 강력히 주문한다.


3월 20일자 사설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직원들의 시국성명 발표, 대한변협 회장의 시국성명, 시민단체의 탄핵반대집회를 "법을 경시한 행태“로 보고, ”나라가 혼란할수록 그걸 안정으로 수습하는 지름길은 `법과 원칙'뿐이다. 그 `법'이 도처에서 유린되고 있다. 특단의 정부대책이 시급하다“로 끝을 맺고 있다.

3·12사태 이후 <매일신문>, '탄핵정국이 총선을 냉각시켰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자칭·타칭 ‘보수언론’의 길을 걷고 있으며, 신문시장에 관한 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매체이다. 지역민에 대한 영향력 또한 당연히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3·12 사태 이후 매일신문의 논조는 결코 ‘보수적’이라고 할 수 없는, 매우 불안정하고 편협한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중대한 헌정상의 위기와 이에 대한 70% 이상 국민 대다수들의 비판적 입장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앞에 두고, 매일신문은 성급히 “국론분열과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들이대며, “탄핵정국이 잔치판이 되어야 할 총선을 냉각시켜 버렸다”(3월 16일지 <총선, 정책대결의 장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지난 16대 총선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57.2%였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의 견해(<미디어오늘> 3월 18일자)에 의하면 이번 17대 총선 투표율이 7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67.9%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57.3%였고, 실제 투표율이 57.2%로 나타났던 것을 보면, 다가오는 17대 총선투표율이 70%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것이 일리가 있다. 이번 탄핵정국이 전통적인 정치적 무관심층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활발한 정치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3·12 사태 이후 보여진 매일신문의 논조는 이러한 사태의 긍정적 발전양상보다 어떻게든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민주당을 열린우리당과의 양비론을 통해 구출하고, 한편으로 국민적 탄핵반대 운동을 폭력, 방화와 살해협박, 테러라는 살벌한 용어를 동원하여 ‘색깔’을 입히면서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① 탄핵사태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희석화 ; <탄핵의 교훈 ‘모두가 패자’>(3·13 사설) → ② 대통령 탄핵의 기정사실화 ; <대행정부 자신감 갖고 외교 추진을>(3·15 사설), <총선 정책대결의 장으로 돌아가라>(3·16 사설) → ③ 경제, 사회위기론 확산 ; <경제 불확실성 높아진다>(3·18 사설), <잔업거부와 탄핵, 관계있나>(3·18 사설), <실업 절반이 청년실업이라면>(3.19 사설), <테러종합대책 강건너 불보듯>(3·19 사설),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3·20 사설)로 나타났다.

보수언론은 보수주의자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 원칙과 지조가 있어야 한다. 보수주의자의 비조(鼻祖)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사회는 단순히 살고 있는 자들간의 동업(partnership)이 아니고,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자들간의 동업이라고 했다. 이 동업관계야말로 역사와 전통에 관한 보수주의의 원칙이다.

따라서 특정 당파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 영원한 동업관계를 파괴하고, 무책임한 선동으로 탄핵을 결행하여 책임지지 못할 급진적, 파괴적 체제위기와 변동을 초래한 모든 세력은 준열히 심판되어야 한다.

매일신문이 보수언론, 보수주의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바로 이 동업관계의 파괴세력과 스스로를 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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