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배지 필요없는 예비후보?

민주노동당 최병관 예비후보 이색 선거운동... 본선 출마는 안해

등록 2004.03.29 17:22수정 2004.03.31 09:11
0
원고료로 응원
"국회의원 배지에는 관심없습니다. 그런데 왜 출마했냐고요? 썩어빠진 국회를 다시 세울 희망, 민주노동당 때문이지요.”

17대 총선 예산홍성선거구의 유일한 농민 후보인 민주노동당 최병관(39·예산군 고덕면 구만리)씨는 지난 19일 홍성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a

ⓒ 장선애

최씨는 후보 등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탄핵정국때문에 진보 정당의 모습이 가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올해 WTO 쌀 재협상이 시작된다. 이제 믿을 사람은 농민밖에 없다. 한­칠레 국회 비준을 처리한 정치인들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더이상 정치인들에게 속지말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씨는 오는 4월 1일까지만 시한부 선거 운동을 벌인다.

“우리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진보 정당의 기틀을 다질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명분 하나로 바쁜 농사일도 제치고 나선 선거판인데, 왜 본선 진출은 포기하겠다는 것일까? 이유인즉슨, 선거공탁금 1500만원이 없기 때문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최씨가 유일하게 택한 선거운동 방법은 ‘맨투맨’방식. 특별한 전략은 없다. 당원들이 푼돈 모아 만들어준 인쇄물을 들고, 하루 종일 다리 품을 팔아가며 사람들에게 단 한 마디 말을 건넨다.

“정당 투표는 민주노동당입니다.”

최씨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인 1인 2표제(유권자가 지지 후보 1인과 지지 정당을 따로 기표하는 방식)와 예비후보 등록제(법적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제한된 선거 운동을 벌일 수 있는 자격)를 활용해 뚝심있게 민주노동당 표밭을 갈고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원 하나 없이 후보자 홀로 나선 그의 ‘1인 선거운동’이 유권자들 사이에 하나 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당선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선거판에서 ‘정책 선거, 정당 정치’의 정도를 걷는 최씨의 행보가 ‘이색 선거운동’으로 주목받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의 우울한 현주소이다.

최 예비후보는 민주택시 명일운수 조직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예산군 농민회 회원이며 고덕 구만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5. 5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