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이름을 빌린 사회공해"

방송3사 시청자위원 '언론학회 탄핵보고서' 비판

등록 2004.06.24 16:59수정 2004.06.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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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방송3사 시청자위원들이 23일 오후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방송3사 시청자위원들이 23일 오후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미디어오늘 제공


"아무리 느슨하게 봐도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는 묵과할 수 없다."

KBS, MBC, SBS 등 방송3사 시청자위원들이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 파문 및 방송위원회 탄핵방송 심의와 관련, 무책임한 방송의 불공정한 시비를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시청자위원들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위원회에 제출된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와 일각의 왜곡된 주장은 방송 본연의 사명을 위협할 소지가 강하다"고 깊은 유감을 뜻을 나타냈다.

시청자위원들이 방송 현안에 대해 조직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해 한나라당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때 이후 두번째이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살된 김신일씨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이번 기자회견에서 송기도 KBS 시청위원은 "방송3사 시청자위원회는 우리 방송이 더욱 공정하고 책임있는 언론매체로서 의연하게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방송위원회의 책임회피식 연구과제 의뢰와 사전유출로 인해 탄핵방송 보고서 파문이 빚어졌다"며 "방송자유 위협의 적신호"라고 우려했다. 또 "탄핵방송이 편파적이었다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 공격 역시 방송자율성을 위해할 뿐 아니라 '언론개혁 물타기' 저의가 드러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들은 연구책임자의 정치적 편향, 통계수치에 대한 자의적 해석, 명확한 근거가 없는 무모한 추정 오류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언론학회 보고서는 "학문의 이름을 빌린 사회공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파적 편견이 강하게 반영된 이번 언론학회 보고서를 탄핵방송 공정성 판단의 잣대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시청자위원들은 방송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한편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임헌영)는 "KBS의 탄방방송 보도가 공정했다"는 요지의 입장을 추가로 발표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월례회의에서 이미 KBS의 탄핵방송이 공정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며 "당시 정치·사회적 현실과 국민의 상식을 놓고 봤을 때 결코 편파적 방송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시청자위원회 임헌영 위원장을 비롯 송기도·김정열·이현숙 위원과 MBC 시청자위원회 박옥희 부위원장, 김평호·조희연 위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참석자 발언 요지이다.

임헌영 : "지난 17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이번 언론학회 탄핵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보도부문 분과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언론학회 보고서는 아무리 느슨하게 봐도 문제가 있다, 묵과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번 보고서가 지적한 기간은 우리 시청자위원회가 그 보도를 감독, 감시했던 때이다. 또 시청자위원회에서 KBS 방송을 면밀히 검토하는데 매달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시청자위원 전원이 대외적으로 우리 입장을 밝히기로 했고, MBC와 S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동참하게 됐다."

김정열 : 당시 기계적 중립성 잣대에 의해 보도하는 것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양적 균형으로 보는 언론학회의 의도적이고 편중된 의식이 반영된 보고서 아닌가. 이번 보고서는 국민 통합보다 국민 분열을 낳을 우려가 있다. 편파적이고 정파적이다. 이를 방송 공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당성을 부여받을 새로운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조희연 : 한국 사회는 매 시기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국민적 시대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언론학회 보고서는 그같은 국민의 시대정신을 미시적 차원에서 양적 균형의 잣대로 판결하고 비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87년 6월 항쟁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마지노선 같은 것을 부여해줬다. 지난 탄핵사건은 민주주의가 부여한 형식적 권한을 악용, 민주주의 마지노선을 파괴한 행위이다. 민주주의를 역류시키려는 시도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적극적으로 많은 보도를 하는 게 적절한 역할이다. 그것을 과거 잣대에 비춰 재단하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이번 보고서 파문은 매우 유감스럽다."

김평호 : "언론학회 탄핵보고서는 기본적으로 탄핵이라는 초유 사태를 단순한 정치적 갈등으로 파악했고, 공영방송사가 집권여당의 후원자임을 전제로 출발하고 있다. 그러니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는 탄핵 당시 상황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인식수준에도 못 미치고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결국 언론학회 보고서는 학문의 이름으로 이뤄진 사회공해에 불과하다. 또 이번 파문으로 사회역량이 낭비되고 국민갈등이 재연되는 듯한 현상을 보면서 보고서는 물론 연구진에 대한 유감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현숙 : 공정한 보도란 양적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춰서 보도하느냐 아니라 여론 흐름을 비중있게 잘 반영하느냐가 중하다고 본다. 그러나 언론학회 보고서는 기계적 잣대와 그 가치로만 탄핵방송을 규정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박옥희 : MBC 시청자위원회는 이미 회의가 진행돼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해 따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위원들과 이메일, 전화로 상의했다. 시청자위원회 전체 명의로 입장을 내려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보고서를 완전히 보지 못했다고 해서 우선 찬성하는 위원만 참여했다. 언론학회 연구진은 <한겨레>를 좌파 매체로, 탄핵을 정당간 갈등으로 보는 등 평가 잣대부터 편향을 보였다. 또 방송위원회가 직무를 유기한 채 연구의뢰하고, 그 보고서마저 먼저 유출돼 악용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 입장 발표에 동참한 시청위원은 모두 22명이다.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

○ KBS 시청자위원회
임헌영(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김춘옥(부위원장, 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
박석운(위원, 노동인권회관 소장)
송기도(위원,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이환(위원, 한국광고주협회 상근 부회장)
김현희(위원,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최영묵(위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정열(위원, 장애우권익연구소 소장)
이승희(위원, 참여연대 기획실장)
김진국(위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
변희재(위원, 인터넷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이수익(위원, 여의도클럽 회원)
이현숙(위원,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정보사업팀장)
신순용(위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운영위원장)

○ MBC 시청자위원회
박옥희(부위원장,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대표)
김평호(위원, 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
하종강(위원,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차병직(위원,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조희연(위원,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

○ SBS 시청자위원회
주창윤(위원,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지영선(위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김기식(위원,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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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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