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가판업자, <스포츠한국> 창간에 '한국일보' 등 판매거부

6번째 무료신문 창간에 반발..."가두배포 하지 말라"

등록 2004.06.28 19:07수정 2004.06.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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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등 대도시 지하철을 중심으로 300만부 이상 배포되고 있는 각종 무료신문.

서울 등 대도시 지하철을 중심으로 300만부 이상 배포되고 있는 각종 무료신문. ⓒ 오마이뉴스 신미희


잇따른 무료신문 출현에 신문 가판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군인공제회 만화무료신문 <데일리 줌> 창간에 대한 반발로 하룻동안 신문판매를 거부했던 가판업자들이 28일에는 무료 스포츠신문 <스포츠한국>을 창간한 한국일보 등의 판매를 거부하고 나섰다.

일선 가판업자를 중심으로 지난해 5월 결성된 '수도권 신문판매인 생계대책협의회'(회장 박명오·생계대책위)는 28일부터 이날 창간된 무료 스포츠신문 <스포츠한국>의 무차별 배포에 항의하는 뜻으로 한국일보와 서울경제, 코리아타임즈 등 3개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a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 가판대에 팔리지 않은 지난 일간지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이들은 모두 폐기처분된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 가판대에 팔리지 않은 지난 일간지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이들은 모두 폐기처분된다. ⓒ 오마이뉴스 신미희

가판업자들이 무료신문 발행에 반발해 신문판매를 거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두 번째 무료신문 <더 데일리포커스>가 창간될 때도 가판업자들은 무인배포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더 데일리포커스> 인쇄대행사인 <매일경제> 가판 판매거부와 더불어 매일경제 본사를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생계대책위 소속 회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한국일보사를 찾아가 3개지를 쌓아놓고 "그동안 일간스포츠 때문에 3개 신문을 강매당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무료신문 창간으로 가판업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항의했다.

생계대책위는 <스포츠한국>은 지하철 등 가두판매를 중단하고 애초 공표한대로 한국일보와 서울경제, 미주한국일보 삽지를 통한 가정배달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6번째 무료신문이자 '무료스포츠지'를 표방한 <스포츠한국>은 한국일보 자매지 서울경제와 미주한국일보가 공동으로 발행하며, 인쇄 및 배포는 한국일보에서 맡는다. <스포츠한국>은 주로 스포츠, 연예, 오락, 취미, 레저 등을 다루고 있다.

<스포츠한국>측 발표에 따르면 지하철 등 가판 20만부, 한국일보 삽지 20만부, 미주한국일보 섹션으로 25∼30만부 등 모두 60∼70만부를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료신문 영향으로 판매량 감소 등 타격을 받아온 생계대책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창간을 앞두고 있던 <데일리 줌>에 대해 배포대행권 공유를 요구하는 한편 <스포츠한국>의 가판배포 금지 등을 꾸준하게 촉구해왔다.

a 한 지하철 가판대의 최근 하루 판매량. 각종 주간지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한 지하철 가판대의 최근 하루 판매량. 각종 주간지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신미희

이들 가판업자들은 6개 무료신문의 시장잠식으로 가판 판매율이 급락, 더 이상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 300만부 이상 뿌려질 정도로 무료신문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무료신문 배포대행권을 공유하지 않으면 자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판업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데일리 줌>에서는 안정적인 배달망 구축을 이유로 생계대책위원회 요구를 거부했고, <스포츠한국> 역시 위법행위가 없는 이상 가판업자들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포츠한국>의 관계자는 "갑자기 신문사로 항의시위를 와서 매우 당황했다"며 "하지만 위법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것도 아닌 이상 가판업자 요구가 무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입구랑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배포하라"
신문 가판업자의 호소 "한달 40만원 임대료도 못내고 있다"

▲ 서울지하철 300개 가판대에 부착된 신문가판업자들의 호소문.
ⓒ오마이뉴스 신미희
지하철 5호선 동대문운동장역 가판대 운영자 중 한 사람인 이모씨는 "신문업자들의 제살 깎아먹기"라고 일갈했다.

이씨는 "기존 신문사들이 모든 무료신문 인쇄를 대행해주고 있고, 스포츠신문은 만화가조차 무료신문 <데일리 줌>에 뺏기고 있다"며 "자기 밥줄을 뺏기면서도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무료신문 <더 데일리포커스>가 나온 지난해 여름부터 판매율이 급감, 스포츠신문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나머지 일간지는 거의 안 팔린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나마 판매율이 나은 석간 일간지의 경우 35% 정도 판매율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서 그나마 가판율이 괜찮았던 영화 주간지들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최근 집계한 판매량을 보면, 하루 20부 정도 나가던 제1의 영화주간지 C의 경우 5부 정도밖에 팔리지 않고 있다. 또 1000원짜리 영화 주간지로 가판에서 인기를 끌었던 M이 그나마 하루 30부 정도 나가면서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

예순을 훌쩍 넘긴 그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1평 남짓한 공간에서 꼬박 16시간을 보낸다. 그는 1주일에 일요일 하루를 쉰다. 그는 "그렇게 해서 24∼25일 동안 거두는 순익으로 한달 임대료 40만원도 내지 못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거기에 전기, 수도, 관리비 등을 매달 5만원씩 따로 내야 한다.

"그나마 무료신문이 나오기 전에는 하루 350∼400부 정도를 팔았다, 그러면 하루 일당 5∼6만원 건졌다"고 한숨을 토한 그는 "지하철공사에서 임대료를 50% 이상 내려주고, 무료신문 배포범위를 지하철 입구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제한해야 우리 같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 신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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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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