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항리 산벚꽃동산

등록 2004.09.27 12:03수정 2004.09.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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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이 아름답다! 비단고을 금산! 인삼골 금산! 고향이 금산인 나에겐 금산은 어머니의 품 속 같이 포근하다.

직장 따라 도회지에서 살다가 33년 만에 돌아와 보니 의구한 산천은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했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내 고향 금산은 영원한 나의 노스탤지어이다. 해가 뉘엿뉘엿 일몰을 고하면서 손을 흔들 때는 내일 못 만나면 어떡하지, 걱정을 하면서도 뇌리에 스치는 것은 고향의 푸르고 아름다운 산천이었다.

금산은 축복 받은 땅이다. 영약인 인삼, 약초가 있고, 마전의 추어탕과 제원 강변을 둘러싸고 어죽이 있어 ‘행복’이 집집마다 열려 있기에 금산에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금산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살기 좋은 고장이다. 더구나 자연 꽃밭이 77곳을 조성 놓고 있으니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금산 사람들에겐 이 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금산은 온통 꽃동산, 꽃길, 꽃밭, 풀꽃동산 등이 77개소 360여 만평이 있기에 가히 장관이다.

비호산 진달래꽃동산을 비롯해서 산안리 산딸나무꽃동산, 오항리 산벚꽃동산 등 33곳 330여 만 평의 자연의 꽃동산이 있고, 일월이재 구절초꽃길을 비롯해 태고사 가는 길 철쭉꽃길, 휴양길 자귀나무꽃길 등 꽃길 25곳 120km나 되며, 흰바우 조팝꽃밭을 비롯해 화원골 산벚꽃밭, 천태산 철쭉꽃밭 등 꽃밭 8개소 20여 만 평과 오항리 금낭화 꽃밭을 비롯해 진악산 은방울꽃밭, 건천리 애기나리꽃밭 등 풀꽃동산 11곳 16만여 평이 숨쉬고 있다.


이 아름다운 동산 같은 고장에서 태어나고 맛있는 공기를 마시면서 자란 나에겐 영광이고 축복이다.

금산에는 풍광 있는 볼거리와 건강식 먹거리가 있기에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금산을 찾아오는 문인들이나 친지들이 오면 안내할 곳이 너무 많아 혼란을 일으킬 때가 많다.


지난 4월에 여성작가 P가 역사소설을 집필하는데 현지 답사치 금산을 찾아 왔다. 금산 칠백의총을 안내하고 중봉 조헌 선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오항리 드라이브 길을 따라 오항리의 산벚꽃동산으로 안내했다.

온 산이 산벚꽃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뒤덮여 있었는데 장관이었다. P는 ‘금산에 살으리랐다’를 연발했다. 춘경정(春耕亭)에 나란히 걸터앉아 준비해 간 인삼주로 주거니 받거니 대작을 하니, 이조시대 단아한 선비가 따로 없었다.

“p작가,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지 않지?"
“운치가 있고 너무나도 아름답고 좋아요.”
“누가 보면 로맨스 그레이라고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은 데.”
“이승에서 마지막 불사르는 숭늉같은 사랑!”

우리들은 오항리가 떠날 갈 듯 웃었다. 오항리 산벚꽃동상 산정에 올라서니 온 통 산벚꽃들로 물들여 있다. 손님을 맞이하듯 뭉게뭉게 흰구름이 군무를 추고 있었다. 낙엽성으로 호생하고 넓은 피침형이나 긴 타원형의 산벚꽃들이 가득히 얼굴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었다.

양면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 또는 복거치가 있는 산벚꽃은 소지는 회자색이고 윤채기 있으며 어린가지에 털이 있고 수피는 회갈색이었다. 한참동안 산벚꽃에 취해 사방을 둘러보니 꽃동산의 정취가 온 몸을 감쌌다. 중천의 떠있는 태양은 시샘하듯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오항리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름답고 운치가 있었다. 꼬불꼬불 나 있는 잘 정비된 포장도로는 가히 말로서는 형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칭 금산의 홍보대사로 찾아 온 손님이 오면 오항리 길을 들어서며 ‘금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운치가 있는 동네인 줄 몰랐지!’ 하며 은근히 금산을 자랑한다. 그래서 나는 수시로 오항리를 찾는다.

오항리는 지리적으로 진산면의 다른 마을과는 산과 물의 흐름을 달리하고 있다. 다른 마을이 진안의 운장산에서 이어 온 금남정맥이 남이면 선야봉을 이루고 이어 진산면 엄정리와 금성면 화림리 사이에 있는 월봉산으로 이어지는 맥과 월봉산 열두 봉재에서 시작하여 인대산, 대둔산, 오대산으로 이어 주는 산맥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비하여 오항리는 월봉산 열두 봉재에서 시작 인대산, 방아재, 대둔산을 이루는 산맥 밖에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금산의 중심맥을 흐르는 금남정맥이 복잡하게 나뉘는 자리에 위치한 오항리는 깊고 긴 골짜기에 둘러싸여 있다.

오항리 산벚꽃은 해마다 4월이면 봄기운을 몰고 오면서 어김없이 핀다. 꽃은 아름답다. 그러기에 자연의 꽃밭 77곳 360여만 평이 있는 비단 고을 금산은 아름답다.

충청도 시인 라태주는 금산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금산에 가면

금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빛이 깨끗해진다

거기
산빛을 닮아
강물을 닮아
외롭지만
아름다운 사람들
오늘도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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