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84

백두산 천지의 천둥고래 1

등록 2004.10.10 19:31수정 2004.10.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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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신님의 집 불기둥이 파랗게 빛난 것은 이제 일월궁전으로 올라갈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조왕신이 올라갈 곳을 따라 별들도 길을 비워 놓았고, 그리고 일월궁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헤매지 않도록 길을 막는 구름도 저만치 치워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조왕신을 모시기 위한 그 무언가가 도착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조왕신은 기를 여의주 안에 모아 담은 후 미소를 띄우며 바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래, 이제 다 끝났다. 나와 같이 일월궁전에 가면 된다.”

바리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호종단과 만난 후 바리의 머리 속에 들어앉아 있던 무언가 모를 불안감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바리가 백호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힘든 모험의 길을 떠난 것은 조왕신이 상제님께 올라가는 날을 맞추어 같이 하늘나라에 올라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모험을 마치고 올라가는 그곳이 어딘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조왕신님과 올라가는 곳은 그때까지 백호와 같이 다녔던 이 땅의 어딘가가 아닌 것입니다. 분명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일 텐데, 산사람은 갈 수 없는 그 험한 곳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문득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 마음을 눈치 챘는지 백호가 말했습니다.

“왜 그러니? 일월궁전에 가기가 겁나는거야?”


바리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백호를 보며 말했습니다.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는 거지? 거기 가서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거지?”

조왕신이 말했습니다.

“바리야, 잘 들어라, 지금 나와 같이 올라가면 넌 일월궁전에 도달하게 된다. 넌 이 여의주를 일월궁전에 갖다 주고 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네가 할 일은 끝나는 거야.”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조왕신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나는 너와 함께 일월궁전에 가긴 하겠지만, 일월궁전엔 너와 백호 둘만 가게 될 거야. 나는 상제님께 바로 들어가야 한 단다.”

바리가 백호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백호만 있으면 괜찮아요, 그리고 제가 여의주를 일월궁전에 주고나면 부모님을 만나는 거죠? 그럼 전 백호랑 조왕신님이랑 엄마 아빠와 같이 이곳에 다시 내려오는 거죠?”

조왕신이 바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약간 무거운 목소리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면, 내려오는 길은 없단다.”

바리는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는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조왕신이 말을 계속 이었습니다.

“지금 나와 같이 저 일월궁전에 올라가게 되면 내려오는 길은 없다는 거야.”

“하지만 전 거기서 엄마 아빠를 만나죠?”

조왕신님은 바리의 눈에 맞추어 몸을 낮추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럼, 만나고 말고. 그것이 일월궁전이건, 아니면 바리가 살던 곳이건, 아니면 또 다른 곳이건 바리는 엄마 아빠와 꼭 다시 만나게 된단다.”

“알아요, 진달래 언니가 그랬어요.”

“그래, 하지만 네가 다시 부모님을 만나서 이곳에 돌아오게 되면, 백호도 나랑 같이 돌아올 수가 없단다. 우리는 너와 같이 돌아올 수가 없거든.”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바리는 당황한 듯 백호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백호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땅으로 내려뜨리고 있었습니다. 바리가 조왕신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네가 부모님을 만나서 돌아오면, 그땐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거야, 그 대신 바리는 이제 우리의 세상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단다. 왜냐면 지금 우리와 일월궁전으로 같이 올라가게 된다고 해도, 그대로 우리를 따라서 같은 길로 내려올 수는 없어요, 바리는 다른 길로 내려와야 돼.”

바리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백호에게 무언가 바라는 듯 백호의 얼굴만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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