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85

백두산 천지의 천둥고래 2

등록 2004.10.11 21:56수정 2004.10.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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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야,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돌아오게 되면 넌 그때 어디로 가는데?”

백호는 바리에게 천천히 다가와 말했습니다.


“바리 네가 부모님과 같이 이세상에 돌아오면 네가 여기서 보게 된 것들은 다 잊게 된다는 거야.”

“너도 잊고, 진달래 언니고 잊고, 조왕신님이랑 그 착한 선녀님들이랑…. 그리고 서천 꽃밭에서 본 할머니도 전부 잊어버리게 돼?”

백호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조왕신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너에게 묻는 것이란다. 바리야, 엄마 아빠를 만나러 하늘나라에 가겠니? 만약 네가 일월궁전에 올라가서 여의주를 건네주고 나서도 그곳에 남고 싶다면, 넌 영원히 일월궁전에서 살 수도 있고, 우리와 함께 있을 수도 있단다.”


조왕신은 잠시 바리의 얼굴만 바라보시다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도…. 바리는 엄마 아빠를 만나러 일월궁전으로 올라갈 거지?”


바리는 고개를 들어서 백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습니다.

“일월궁전에 가면 언제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언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나요?”

조왕신이 말했습니다.

“그건 나도 모른단다. 그게 얼마나 걸릴지. 다 그분이 하시기 나름이라서….”

“그분이라뇨?”

바리의 질문에 조왕신은 그냥 미소만 지으며 웃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저 곳에 올라가면 바리가 해온 일은 전부 끝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전부 호랑이가 되어서 바리를 부르고 있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리가 이해할 수 있던 것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오게 되면 바리가 은행나무 문을 열고 들어온 이세상에서 본 것은 전부 잊고 말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리천문신장님 집에서 본 아름다운 새들과 아름다웠던 서천꽃밭, 성주님이 보살피고 있는 마음 착한 나무님들과 제비들이 살고 있던 제비원 그 모든 것들을 까맣게 잊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백호의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추억과 모험들을 간직하기 위해서 엄마 아빠를 만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어디에선가 바리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주 아팠습니다.

불기둥이 다시 파란빛으로 빛났습니다. 조왕신님 옆에 있던 불꾼이 나와 말했습니다.

“어서 빨리 하늘나라에 올라가셔야합니다. 곧 구름길이 다시 닫힙니다.”

조왕신은 가만히 손을 뻗어 불꾼을 말렸습니다. 측간신은 조급하기도 했지만, 고민하고 있는 바리가 안쓰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기만 했습니다.

바리는 백호에게 와락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말했습니다.

“그럴 리 없어, 백호야, 절대 그럴리 없어, 내가 너와 같이 돌아오지 못하고 엄마 아빠와 다른 길로 돌아오고, 그리고 난 널 다시 못 만나게 되더라도, 난 널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난 널 절대 못 잊어, 백호야.”

백호의 목을 힘껏 껴안고는 바리는 또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바리는 앞발을 들어 바리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바리는 울면서 계속 말했습니다.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절대로, 내 머리 속에 다 담아 가지고 갈거야, 너랑, 백두산 산신령님이랑 삼신할머니랑 진달래 언니랑 전부다…. 많이 보고 싶을거야, 언제나 생각할 거야.”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백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너도 나 언제나 생각해 줄 거지?”

백호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은 우리 나라가 반으로 갈려서 갈래야 갈 수가 없다지만, 나중에 내가 더 커서 우리 나라가 통일이 되어서, 내가 백두산에 가게 되면 그땐 꼭 만나자. 내가 그때 내 친구들이랑 우리 엄마 아빠랑 다 데리고 갈게. 다 소개시켜 줄게,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지? 그치? 백두산에 가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백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백호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호도 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것처럼 한없이 맑기만 하던 백호의 눈동자가 뿌옇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백호는 그냥 말 없이 바리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마 호랑이들은 너무 슬프면 할 말을 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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