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이 감형 사유? 6선이면 더 감형됩니까?"

[국감-법사위] 노회찬 의원, 서울고등법원장 맹렬히 질타

등록 2004.10.14 13:27수정 2004.10.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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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회찬 의원이 서울고법 및 산하 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서울고법 및 산하 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호중


"(150억원) 차떼기 사건은 빈집에 와서 몰래 돈을 갖고나온 것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요구해서 할 수 없이 돈을 준 사건이다. 만약 빈집에서 1억5천만원을 갖고 나오면 실형을 받지 않는가. 과연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볼 수 있나!"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최연희 위원장)의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에게 한 말이다. 한마디로 '정치자금 차떼기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형평성이 있느냐는 질타다.

이에 대해 김 고법원장은 "(빈집 털이범에 대해서는) 보통 그런 경향 있다"며 "최돈웅씨 사건에 대한 선고 내용을 예상하고 질문한 것 같은데, 양형에 대해 의원님 질의에 적극 동의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날 국감에서 노회찬 의원은 '차떼기 사건'에 대한 판결 내용과 관련해 작심한 듯 김 고법원장을 질타했다. 노 의원은 "서울고법원장님, 고법원장님은 대한민국 법정에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말문을 연 뒤 "국민은 1만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법정에서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속칭 '차떼기 사건'을 아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고법원장은 "언론상의 용어이지 법률상의 용어가 아니다"라며 "정치자금 차떼기 사건은 안다"고 답변을 했다.

노 의원은 "차떼기 사건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입혔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에게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렸다"면서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건넨 사람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돈을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나"고 추궁했다.

김 고법원장은 "(노 의원의 말에) 동의한다"며 "돈을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이 더 관대한 판결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작심한 듯 차떼기 사건 처리 질타한 노회찬 의원

a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이 노회찬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이 노회찬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호중

특히 노 의원은 "세상을 시끄럽게하고 온 국민들을 분노케한 차떼기 사건으로 돈을 건넨 사람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실질적으로 돈을 달라고 강요하고 받은 사람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2심에서 징역 1년이 나왔다"며 "150억원의 돈을 건넨 사람에 대한 (법원의) 양형의 사유가 자발적으로 건네준 것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건넨 것이라는 점이 감안됐나"고 지적하고 나섰다.


노 의원은 이어 "그렇다면 돈을 받아낸 사람은 상당히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1·2심에서 양형의 사유가 '피고인이 3선 국회의원이고 고령이며 별다른 전과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이 감형 사유가 되나"고 강하게 따졌다. 그는 "6선이면 더 감형사유 되나"고 덧붙였다.

김 고법원장이 얼버무리듯 대답하자, 노 의원은 "저, 재판장님!"하면서 고법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땀흘려 기여한 농부·노동자 감형된 적 본적 있나"

김 고법원장이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자 노 의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 사회에 임해왔다고 해서 죄를 범하면 적게 벌을 받아야 하나. 서정우 변호사의 경우 법조계 활동이 그렇다. 또 심이택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수십년동안 기여해서 양형의 사유를 받았다고 돼있는데, 회사에 부실을 초래했던 경영인이 기여한 것인가. 어떻게 감형의 이유를 이런 것으로 두는가.

그렇다면 그동안 수십년간 땀흘려 농업에 기여해 감형했다거나, 수십년간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에게도 (법원이) 감형을 했다고 한 적을 본적이 있나. (공직자나 정치인, 경제인은) 수십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더 조심하고 해야할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지위나 경력이 왜 감형의 사유가 되는 것인가?"


그러자 김 고법원장은 "앞으로 법관들의 양형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만 답변했고, 노 의원은 "앞으로 법정에서 1만명이 아니라 4천만명이 평등해지길 바란다"는 말로 질의를 끝냈다.

이날 국감에는 김동건 서울고법원장과 이흥복 서울중앙지법원장, 송기홍 서울가정법원장, 김인수 서울행정법원장, 안성회 서울동부지법원장, 박송하 서울남부지법원장, 김목민 서울북부지법원장, 오세립 서울서부지법원장, 곽동효 의정부지법원장, 우의형 인천지법원장, 이창구 수원지법원장, 이우근 춘천지법원장 등이 참석했다.

"노 의원은 재판받으러 오신 것 아니죠?"
[현장] 최연희 법사위원장, 노회찬 의원에게 충고?

▲ 최연희 위원장과 노회찬 의원이 대화가 끝난 후 서로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창재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이 김동건 서울고법원장과의 질의에서 "재판장님!"이라고 부른 것을 이례적으로 지적하며, 초선이자 법조계 경험이 전무한 노 의원에게 충고(?)하는 듯한 지적을 했다.

다음은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연희 위원장 "노회찬 의원님 수고하셨고요. 노회찬 의원님은 감사위원으로 오신 것이지 재판받으러 오신 것은 아니죠? 아까 갑자기 '재판장님'이라고 해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노회찬 의원 "빠른 시일 내에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최연희 "빨리 잊으셔야죠. 그리고, 노회찬 의원님. 5개월간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일하셨죠. 5개월밖에 안됐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는데, (앞으로) 3선12년간 국가에 봉사하시면 엄청난 기여를 하실 것입니다. 바로 그것에 대한 정상참작으로 보시면 됩니다."
노회찬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위원장님이 증인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차 질의가 끝난 후 노 의원은 "국감중에 위원장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서 '위원장님은 증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최 위원장님이 3선 의원이라서 그렇게 말한 것 같고 (앞으로 또) 편파적인 진행과 그런 일이 한번만 더 거듭되면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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