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간 감정싸움인가 상호비판인가

MBC-SBS 공방 평가 엇갈려... 이번엔 양사 노조 성명전

등록 2004.10.19 13:29수정 2004.10.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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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보도전쟁인가, 언론간 상호비판인가.

최근 SBS와 MBC가 메인뉴스를 통해 벌이는 보도공방전에 대한 엇갈린 평가이다. 그간 보도국 중심으로 펼쳐지던 이번 사태에 노조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18일 저녁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감정싸움이 아닌 방송개혁을 위한 진통"이라고 밝혔다. 방송개혁 국면에서 MBC를 부각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물타기 하려는 SBS 족벌 호위세력과 방송개혁 진영의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게 MBC노조의 판단이다.

MBC노조 "방송개혁 될 때까지 사실보도 계속돼야"

a MBC 여의도 본사 사옥

MBC 여의도 본사 사옥 ⓒ MBC 홈페이지

노조는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는 악의적인 정치공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SBS 일부세력은 MBC 땅투기 의혹을 보도함으로써 윤세영 회장 체제를 보호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고 풀이했다.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MBC가 땅투기를 할 정도로 부패했는데 왜 SBS 족벌체제가 비판받아야 하는가를 노렸다는 것이다.

노조는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MBC 구성원들은 SBS 족벌체제에 대한 대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방송개혁을 둘러싼 족벌세력과 언론개혁 진영의 논쟁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상 MBC 보도는 '휴전'을 통해 멈춰질 문제가 아니다"고 노조는 판단했다. 따라서 사실에 기반한 보도는 진정한 방송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더불어 양사 대립을 바라보는 우려와 관련, "그동안 MBC가 방송개혁 문제에 대해 필요한 보도를 지속해왔는지 비판의 여지가 많고 이번에도 감정적 측면이 일부 섞인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엄정한 내부비판과 논의를 통해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언론상호간 이성적 비판과 견제는 중요한 관건"임을 밝힌 노조는 "MBC와 SBS의 이번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으로 시작돼 정치적 휴전으로 끝나는 것이야말로 시청자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노조 등 "시청자 무시한 감정적 보도 중단돼야"

a SBS 목동 신사옥

SBS 목동 신사옥 ⓒ SBS 제공

한편 SBS기자협회(회장 이창재)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S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위원장 민성기)는 이보다 앞서 지난 15일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시청자를 무시한 양사의 감정적 보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태원인을 보는 시각은 MBC 노조와 다르다. 비대위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MBC의 일산 땅투기 의혹에 대해 SBS가 언론 상호간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라는 취지에서 보도하였으나 이에 대해 MBC가 SBS에 반격성 보도를 하면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비대위는 "개별 기사의 잘잘못을 떠나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현재 보도가 언론간 건전한 비판의 정도를 넘어서 국민자산인 전파를 이용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아무리 사실관계에 기반한 기사를 쓰더라도 시청자들에게는 이전투구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자협회는 결의문에서 “SBS가 MBC 땅투기 의혹을 보도한 뒤 MBC의 감정적인 보복성 보도와 SBS의 추가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청자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철저한 자기반성 및 내부개혁 실천을 다짐했고 기자협회 역시 “SBS 대주주를 비롯한 자본집단과 정치권력 등에 대한 언론본연의 감시와 비판활동을 적극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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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보도공방... 소강상태 접어들어

양사의 보도공방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MBC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그동안 SBS의 재허가추천 심사를 둘러싼 논란을 잇따라 보도한 MBC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SBS가 이날 MBC의 땅투기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MBC도 이에 맞서 다음날 SBS의 경영세습 논란 등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고 두 방송사는 연일 상대비판 보도를 내보냈다. MBC는 15일 <뉴스데스크>에서 5개 아이템으로 SBS를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양사의 불꽃튀는 공방은 지난 16일 SBS가 자사 기자협회 결의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시청자 사과를 한 뒤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MBC는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종전처럼 SBS의 소유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대신 전날 SBS 후원으로 열린 여의도 세계불꽃축제가 시민의식 부재, 준비 부족 등으로 부실하게 치러졌다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그쳤다.

18일에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개혁 위한 진통'이라는 제목으로 자사 노조 성명을 단신 처리했다. 이날도 SBS와 직접 관련된 보도는 없었으나 SBS 모회사 (주)태영으로 비판의 화살이 옮겨졌다. MBC는 태영이 최근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수도권 지자체 공사발주에서 잇따라 수의계약했다는 의혹을 '현장출동'으로 다뤘다.

SBS 또한 16일 이후 MBC 관련보도가 일단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 홍보실 명의로 MBC 보도내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 검토 등 공세적인 태도에서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과연 두 방송사의 보도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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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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