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만평 누락은 명백한 언론탄압"

시사만화작가회의, 비난 성명 발표... "공동대응 나설 것"

등록 2004.10.20 20:00수정 2004.10.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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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낮 세종문화회관 부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난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이 만평의 일방적 누락에 대한 과정과 만평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일 낮 세종문화회관 부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난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이 만평의 일방적 누락에 대한 과정과 만평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회장 손문상 부산일보 화백)는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이 편집과정에서 잇따라 누락된 사태와 관련 2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만평의 일방적 누락에 대한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문화일보>에 요구하고 나섰다.

작가회의는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이 지난 10월 5일과 7일에 이어 또다시 18일자 지면에서도 일방적으로 누락된 것에 대해 “독재정권의 탄압 방식을 답습한 편집권의 전횡”이라며 “언론계의 종사자로서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작가회의는 “이재용 화백에게 가해진 탄압이 단순히 문화일보 내부의 고유한 편집권 행사만으로 볼 수 없다”며 “시대정신의 요청인 언론개혁을 방해하고 편집권 독립을 무력화시키려는 세력들의 반민주적 폭거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화백, “5월부터 창작 간섭받아”

a 왼쪽은 지난 7일 오른쪽은 5일 누락된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

왼쪽은 지난 7일 오른쪽은 5일 누락된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 ⓒ 이재용

이재용 화백은 탄핵정국이 끝난 지난 5월부터 김종호 편집국장으로부터 창작에 간섭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 화백은 “(김종호 편집국장으로부터)사설과 논조가 맞지 않으면 만평을 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후부터 창작 활동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화백은 “최근 국가보안법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쪽의 간섭이 늘어났다”며 “김종호 편집국장이 ‘사설과 논조를 맞추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화백은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소재로 만평을 그렸다가 편집국장에게 게재 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 지난 5일과 7일에도 각각 보수우익단체에게만 서울광장 집회를 허용하는 서울시의 이중 잣대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친북 교과서 논란'을 비꼬는 만평을 그렸으나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


이번 18일자에서 누락된 이 화백의 만평은 개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화백은 “개혁을 다루는 두 정당의 태도를 비판한 것인데 편집국장은 한나라당 흔들기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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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깔아뭉갠 두 개의 만평

“만평은 사설의 삽화가 아니다”


a 지난 18일 일방적으로 누락된 만평.

지난 18일 일방적으로 누락된 만평. ⓒ 이재용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백무현 <서울신문> 화백은 “만평은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표현하고 책임지는 칼럼의 하나”라며 “사설과 만평 기조를 일치하라는 요구는 사상전향서를 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 화백은 “문화일보 만평 누락사태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 규정한 뒤 “언론노조를 비롯한 모든 기자 단체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돈 <경인일보> 화백은 “창작은 명령에 따라 하는 게 아니”라고 전제한 뒤 “만평을 사설의 기조에 맞추라는 문화일보측의 요구는 만평을 삽화로 보는 어이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재용 화백은 향후 계획에 대해 “(어떤 창작 개입이 있어도)사표를 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문화일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문화일보 안에서 스스로 할 일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회의는 “언론의 편집권과 시사만화에 대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회원의 이름으로 싸워 갈 것”이라며 <문화일보>쪽에 ▲ 이재용 만평 일방적 누락에 대한 사과 ▲ 누락 사태와 관련된 책임자 문책 ▲ 재발 방지안 마련을 요구했다.

"어떤 간섭 있어도 절대 사표 내는 일 없다"
이재용 화백 인터뷰

▲ 이재용 화백
ⓒ오마이뉴스 권우성
- 언제부터 창작에 간섭을 받았는가.
“탄핵 정국이 마무리 된 지난 5월부터다. 그리고 최근 국보법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다시 많은 간섭을 받고 있다. 편집국장에게 기사의 논조는 동쪽으로 가고 있는데, 만평은 왜 서쪽으로 가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창작에 많은 부담감을 느낀다.”

- 편집국의 태도 변화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경영진이 바뀐 이후로 신문의 논조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내막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만평을 사설의 논조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만평을 마치 무기명 사설의 삽화로 보는 것 같다."

- 현재의 심정은?
“만평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빠진 다음날은 무척 힘들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승부차기를 하는 느낌이다. 누군가 내 공을 막으려 하고 있고 난 꼭 넣어야만 하는 그런 심정 말이다. 솔직히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창작에 대한 어떤 간섭이 있어도 절대로 사표를 내는 일은 없다. 문화일보 안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겠다. 아직 명확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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